[문화산책]하정웅미술관 개관, 광주의 새로운 명소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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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하정웅미술관 개관, 광주의 새로운 명소를 꿈꾸다

김희랑 광주시립미술관 분관장

김희랑 광주시립미술관 분관장
지난 3월 3일, 농성동 구 상록전시관(구 도지사공관)이 광주시립미술관 분관 하정웅미술관으로 새롭게 개관했다. 하정웅은 재일교포 기증자의 이름으로 일반시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하정웅은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해에 오사카에서 가난한 재일교포 노동자의 장남으로 출생했다. 학창시절을 혹독한 가난 속에 아키타에서 보낸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도쿄에 진출해 작은 규모의 전기회사에 근무하면서 야간에는 일본디자인스쿨에 다녔던 화가 지망생이었다. 한때 과로와 영양실조로 인해 실명의 위기를 겪게 됐으며, 좌절과 절망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북송선을 기웃거리기도 했고, 우여곡절 끝에 가전판매대리점을 경영, 전후 일본의 경제 성장 속에 탁월한 사업능력과 근면함으로 자수성가했다.

50여전 전부터 미술로서 재일교포들의 아픈 역사를 기록하고 추모하고자 작품을 수집, 일본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희생당한 곳이자 자신이 성장한 아키타현에 ‘기도의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일양국의 냉각분위기와 아키타현과의 협의 실패로 기도의 미술관 건립이 좌절됐다. 그 후 그는 1993년부터 20여년 이상 광주시립미술관을 비롯한 국공립미술관 박물관에 만여점 이상의 미술작품과 유물 등을 기증해 오고 있다. 또한 미술작품 기증에 앞서 1980년대 초에는 광주에 시각장애인들의 쉼터인 회관 건립과 장애인들의 자활자립에 앞장서 왔다. 때문에 그는 ‘맹인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하고, 일생을 통해 미술작품 기증과 나눔을 실천해 온 ‘메세나 운동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하정웅과 광주시립미술관과의 인연은 매우 특별하다. 시립미술관은 1992년 지방공립미술관으로는 최초로 개관, 우리나라 미술관의 선두주자로서 각 지자체 미술관 설립 시 조직과 운영, 소장품의 수집과 관리 등 모든 면에서 모범이 돼왔다. 무엇보다도 광주시립미술관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우수 소장품의 보유이다. 이는 개관과 동시에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하정웅의 지속적인 기증 덕분이다. 하정웅의 기증은 1993년 처음 시작됐고, 지난 24년간 지속적으로 2523점의 미술작품을 기증하며 광주시립미술관과 역사를 함께 했으며, 광주의 든든한 자산이자 자랑이 돼왔다.

특히 현재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하정웅 컬렉션은 ‘마이너리티를 위한 기도와 인류의 평화’라는 뚜렷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은 ‘민주·인권·평화’의 도시인 광주의 성격과 결합돼 시립미술관 소장품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했다. 역사와 시대적 숙명으로 희생당한 자들을 위한 ‘기도의 미술’이라 불리는 하정웅컬렉션과 아픔과 수난의 한국현대사를 상징하는 도시 광주와의 인연은 운명적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하정웅미술관이 터 잡게 된 건물은 과거 도지사 공관으로 사용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이다.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 지방 관저이자 도지사 공관으로서 일종의 통제구역 즉, 비밀 장소였던 이곳은 2008년부터 상록전시관과 상록공원으로 조성돼시민들에게 공개 됐다. 그리고 상록전시관을 리모델링해 지난 3월 ‘하정웅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 특권층의 보금자리였던 공간이 이제 인권과 평화를 정체성으로 담보하고 있는 하정웅컬렉션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다.

하정웅미술관의 개관으로 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인 하정웅컬렉션을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빛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디아스포라, 인권과 평화로 집약되는 하정웅컬렉션을 더욱 체계적으로 연구, 광주의 정체성과 연계된 특화된 가치를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전국에 있는 하정웅컬렉션 네트워크의 구심점으로 기능하며, 광주 시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하정웅컬렉션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각박한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나눔의 정신을 교육하고 확산시키는 기지로 역할하며, 광주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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