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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푸른꿈창작학교 토탈 뷰티과 학생이 BIS컵 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
이 단어는 어른들에게 있어 ‘잃어버린’, 아니 ‘다시 돌아오지 못할 지난날’이 된 지 오래가 됐다.
문제는 어릴때 부터 ‘반복된 공부’에 지쳐 방황하고 배회하며 일찌감치 꿈을 잃어버린 청소년들 또한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경쟁의 틀’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 어느새 학교에서도 ‘찍힌 아이들’이 돼 버렸다.
이들에게 학교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주는 곳이 있어 화제다.
학교가 단순히 공부만하는 곳이 아니라 ‘꿈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곳’임을 강조하며 차별화된 방식으로 진로를 찾아주는 광주푸른꿈창작학교가 바로 그곳.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학교에 날라온 편지 한통
지난 1월 광주푸른꿈창작학교에 아주 반가운 편지 한 통이 날라왔다. 지난해 12월 첫 수료식을 무사히 마친 조리과 안모군(19)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였다.
사연은 이랬다.
원래 얌전했던 안군은 중학교 2학년때 사춘기를 보내면서 꾸미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책가방에 책은 한 권도 없고 스프레이, 브러쉬, 썬크림, 비비크림 등 화장품만 잔뜩 넣고 다니게 된 것이다. 공부는 당연히 뒷전이었다.
인문계 고교에 진학을 했지만 여전히 공부는 평균 8등급이 나올 정도로 관심 밖이었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학교는 안군에게 가장 싫은 곳이 됐고 바깥으로 나돌기 일쑤였다.
그나마 좋아하는 것이 요리였는데, 다른 아이들처럼 공무원이나 공사 직원 같은 직업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요리를 한다는 것에 대해 어머니의 거부감이 컸다.
주말에 연습한다고 주방에 난장판을 만들어 놓으면 너무 화가 나고 싫었다는 것이 당시 어머니의 심정이었다.
그러다 아들이 고교 2학년때 푸른꿈창작학교 조리과에 입학 한 후 두 모자의 삶이 달라졌다고 한다.
온종일 의자에 앉아있던 이전 고교와 달리 이곳에서는 신나는 요리를 하니 행복하다는 것이다. 요리를 더 배우고 싶다며 하교 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모은 아르바이트비로 요리 학원에 등록도 했다.
학교가 즐거우니 아들 태도도 달라졌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자신감이 넘쳤고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축제와 체험학습, 여행 등 학교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노력한 결실도 맺어 한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등 특성화고에서도 3년은 노력해야 딸 수 있는 자격증 2개를 따냈다.
이제는 요리하는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어머니는 편지 막바지에 이렇게 말했다.
“말썽꾸러기 내 아들이 정말 멋진 놈이 됐다. 지난 4개월은 인생의 행복이 국·영·수 점수가 높은 것만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느끼게 해준 특별한 기간이었다”
△ 대안학교+직업학교 = 광주푸른꿈창작학교
안군이 다녔던 광주푸른꿈창작학교는 지난해 9월 1일 광주 남구 주월동 옛 과학고등학교 건물에 대안직업교육기관으로 개교한 곳이다.
진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푸른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광주시교육청에서 신설한 학교다.
학생선발이나 교육과정, 교직원, 시설 등의 관리는 교육청 지도 감독 하에 위탁 운영된다. 지난해 3월 (재)대원산업기술교육원이 위탁기관으로 지정, 운영 중에 있다.
그동안 일반고교에 진학을 했지만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에겐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푸른꿈창작학교는 이런 학생들에게 적성에 맞는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학생이 직접 직업을 찾아 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다른 직업학교와는 달리 2학년으로 올라가는 인문계 고교생 중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이 입학 대상이며, 신청을 통해 합격을 하게 된 학생은 1년간 푸른꿈창작학교에서 직업 전문교과와 일반교과 등의 과정을 배운다.
이후 3학년 때 다른 직업학교로 진학을 하거나 원래 학교로 복귀해 공부를 다시 하는 등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기존의 대안학교에 직업학교 개념을 합친 것으로 전국에서는 최초로 도입한 사례로 각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 창의적인 직업인 육성하는 전문교과
학생들은 조리과(45명), 토탈뷰티과(42명), 제과제빵·바리스타과(44명), 에너지융합설비과(44명), 스포츠문화예술과(40명) 등 5개 전문교과로 구성된 직업교육반에서 1년 과정 교육을 받게 된다. 현재 학급당 20여명씩 10개반, 총 215명이 재학 중이다.
조리과에서는 식품과 영양, 한식·양식·중식·일식 등 조리실습, 식품위생 등 조리 관련 전문 지식과 기술을 배우게 된다. 특히 전체 42교과 중 32교과가 조리실습으로 이뤄져 있어 실력있는 요리사 육성에 힘쓰고 있다.
토탈 뷰티과는 점차 세분·전문화 되고 있는 미용산업에서 차별화 된 경쟁력을 갖춘 미용 전문인을 양성하기 위해 헤어미용, 피부미용, 메이크업, 네일미용 등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제과제빵·바리스타과는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베이커리와 카페전문점을 경영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편성, 전문기술과 경영능력을 동시에 함양한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곳에서는 제빵기능사, 제과기능사, 바리스타 등의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에너지융합설비과는 전기회로와 전력설비 등의 시공·유지보수부터 기계조립, 밀링, 연삭, 용접, 판금, 배관, 자전거·스쿠터 조립제작 등 기계기초공작을 배우게 된다. 특성화고교 등에서 배울 수 있는 기술을 통해 전문성 높은 기능인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포츠문화예술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할 수 있는 디자인분야부터 음악과 춤, 몸짓·표현, 생활체육 등 통합문화예술인재를 양성에 힘쓰고 있다. 컴퓨터와 악기 등 분야가 가장 넓은 것이 특징이다.
학기 중간에는 다른 적성과 특기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인 교과별 교차수업도 진행된다.
△ 직업교육이 전부는 아니다
푸른꿈창작학교는 적성을 찾는 직업교육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직업교육이 전부는 아니다. 일반고교처럼 보통과목 수업부터 수행평가, 시험, 체험활동, 축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정서함양과 사회적 역할을 배우게 된다.
오히려 일반고와 다른 자유로움에 체험활동, 견학, 봉사활동, 동아리 모임 등 다양한 현장 프로그램이 창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통교과는 일반고교에서 배우는 문학·수학·영어·사회·과학·체육 등으로 학기당 9교과, 총 18교과를 이수하게 된다.
정기고사도 학기별로 1회씩 실시하고 표준편차·석차 등급을 산출한다. 이곳에서의 학업 결과는 교과학습발달상황부에 기록, 원래 학교로 송부돼 정식 기록으로 남는다.
푸른꿈창작학교의 교과 외 활동은 창의적인 체험활동이 주를 이룬다.
조리과 학생들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국제 식품박람회에 참여, 전 세계 각지에서 만든 창의적인 요리를 살펴봤다. 제과제빵과는 한 유명 빵집에 직접 견학을 가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또 토탈뷰티과 학생들은 광주 한 중학교 축제에 체험부스를 개설, 후배들에게 네일아트와 메이크업 등 다양한 뷰티체험활동을 펼쳤다.
지역 요양원에 직접 만든 따뜻한 빵을 어르신들에게 가져다 준다든지 도서관, 근린공원 등에서 청소활동을 하는 봉사활동도 학생들의 호응이 높은 프로그램이다.
△ 지난해 첫 수료생 배출… 학교 만족도는?
지난해 9월 개교 후 첫 신입생을 받고 같은 해 12월 30일, 4개월간의 짧지만 의미 있는 교육과정을 받은 첫 수료생을 배출했다.
개교 당시 223명이 들어와 중간에 7명만이 원래 학교로 복귀하고 216명이 무사히 수료를 마쳤다.
특히 수료생들 중 82%인 177명이 자신의 전공과 연계된 진로를 찾아 직업교육위탁기관으로 지원, 푸른꿈창작학교에서 찾은 꿈을 새로운 곳에서 이어나가고 있다. 수료 후 원학교로 복귀한 39명도 다시 한번 공부에 매진하며 꿈을 찾아가고 있다.
학교의 만족도도 높아 수료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2.5%의 학생이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대답하고, 학부모 87.5%가 자녀의 진로선택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75%의 학부모가 자녀의 생활습관이 긍정적으로 변화됐다고 생각 하고, 82.5%가 자녀와의 대화시간이 늘었다고 답을 하는 등 태도변화에도 큰 변화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도 입을 모아 꿈을 찾는 과정이 즐겁다고 답한다.
스포츠문화예술과 안정현군(18)은 “건물 도안 그리는 것부터 운동, 춤, 그림, 디자인 등 해보고 싶은 것은 많은데 정확히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것이 적성에 맞는 것인지 몰라 이 학교를 찾았다”며 “1년 동안 해볼 것을 다해보면서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계획”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제과제빵과 한우리양(18·여)도 “지난해 갑자기 제과제빵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일반학교를 다니면서 내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곳에 와 하루하루 빵을 만들며 성취감을 느끼고 있어 아주 즐겁다”며 웃었다.
임진섭 기자 crusade52@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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