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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
광주시립교향악단(이하 광주시향)은 지난 10월 20일부터 27일까지 8일간 유럽 2개국 투어 연주회를 진행했다. 20일에는 체코 프라하의 스메타나 홀에서, 25일에는 오스트리아 린츠의 브루크너하우스에서 현지 클래식 팬들과 언론의 극찬 속에 성공적으로 모든 연주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투어는 광주시향 창단 41년 만에 처음 갖는 유럽투어로서 대구 시향, 대전 시향, 울산 시향 등 같은 광역시급 교향악단들이 2010년 첫 미주, 유럽투어를 실시한 이후 수차례 서양 권 해외 공연을 개최해 온 것과 훨씬 그 이전부터 이런 사업을 진행해 온 수도권 교향악단들과 비교 했을 때 한참 늦은 출발이다. 많은 오케스트라들이 해외공연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오케스트라 발전과 브랜드화를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해외공연을 통해 오케스트라는 시야가 넓어지고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이 자연스럽게 전해주는 음악적 유산과 감수성을 체득할 수 있으며 특히 세계적인 명문 콘서트홀에서의 연주 경험들이 단원들 스스로에게 큰 자부심으로 남아 이것이 음악적 역량 축적으로 이어진다.
사실 유럽 투어를 기획하던 처음 단계에서는 유럽의 최고 클래식 전용 홀에서 한국의 지방 교향악단이 과연 얼마나 객석을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로 수많은 날들을 번민했다. 하지만 광주시향은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깨고 체코, 오스트리아 공연에서 상당히 높은 관객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오스트리아 린츠의 세계적인 콘서트홀 ‘브루크너하우스’에서 가진 두 번째 콘서트에서는 그동안 같은 극장을 방문한 한국 오케스트라 중 최고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 받았다. 지금까지 국내 수도권 톱클래스 오케스트라들이 다녀갔지만 그중 관람객 300석 이상을 넘긴 오케스트라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국내 교향악단 중 처음으로 과반수 이상 좌석을 채운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성공은 김홍재 지휘자가 빈 필하모니 상임 지휘자를 지낸 세이지 오자와의 수제자이자 독일어권에서는 절대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작곡가 윤이상의 제자라는 점, 빈의 저명한 음악가문 출신으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왈리쉬를 협연자로 선정한 점,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인지도 등이 함께 작용했을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공연장을 찾은 체코 야냐체크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하이코 마티아쓰 푀스터씨는 “마치 동양의 진주를 발견한 기분이다. 광주시향은 특별히 현악기 소리가 무척 아름답고 특유의 힘과 표현을 가지고 있다. 김홍재 지휘자 해석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도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광주시향은 분명히 국내에서 보기 드문 매우 특징적인 칼라를 가지고 있는 오케스트라다. 솔직히 테크닉적인 한계가 보이기도하고 정리가 덜 된 듯한 투박한 면들이 연주 중에 드러나기도 하지만 무엇인가 가슴에 절절하게 다가오는 탁월한 ‘음악적 표현력’이라는 타 지역의 추종을 불허하는 생래적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여타 도시와는 달리 본의 아니게 운명적으로 험한 역사의 질곡을 헤쳐 살아와야 했던 지역 고유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일 테고 이것은 거장 김홍재 지휘자의 캐릭터와도 너무나 절묘하게 매치되고 있다.
광주시향의 이번 유럽 투어는 지방교향악단들이 원초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조직과 예산 등 여러 핸디캡을 상당부분 극복해 낸 매우 성공적이고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대부분 국내 교향악단의 경우 사무국의 전문 인력 부족을 이유로 업무 일체를 현지 기획사에 위탁하는 형태로 해외공연을 추진한다. 그러나 광주시향은 자체 사무국의 전문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투어 일정 일부를 자체적으로 준비해 운영하는 한편 유럽 현지 기획사와 일방적 위탁계약이 아닌 협력관계를 체결해 예산대비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한 결과 국내 타 시도 교향악단 대비 평균 2배 정도 절감된 최저 예산으로 투어를 실현 시킬 수 있었다.
맨 처음 준비 기간부터 힘들었던 연주 여행 기간까지 너무나 큰 수고를 했고 훌륭한 연주를 보여줬으며 불평 없이 협력해준 80여명 전체 출연직, 사무직 단원들의 프로다운 모습에도 진심으로 깊은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지금 당장은 단지 ‘꿈’처럼만 느껴질지 모르지만 광주시향 상임지휘자 김홍재와 단원들의 공동 목표는 향후 국내 빅3 오케스트라 진입이다. 내년에는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투어를 진행하고자 한다. ‘드림스 컴 트루’를 진정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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