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사교재가 잠식…실효성 갖춘 정부 교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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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교육현장 사교재가 잠식…실효성 갖춘 정부 교재 시급

[‘미래먹거리’ 드론 발전 방향은]③전무한 기초교육 교재 대안은
국토부, 표준 교재 집필…실무와 동떨어져 외면
유소년 육성 중요…"초등생 눈높이 교재로 재편"

<글 싣는 순서>

①광주·전남의 현주소(프롤로그)

②광주 북구·전남 고흥군 드론자유화구역

③전무한 기초교육 교재 대안은←

④국제드론사관학교

⑤드론산업 활성화와 미래



드론 산업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면서 일선 교육현장에서도 실무 인재를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드론 실무를 주요 학습으로 선택한 고등학교나 관련 학과를 개설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에 쓰이는 교재가 중구난방 식이어서 보다 세밀하면서도 전문성을 갖춘 표준교재 제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교통안전공단 및 드론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드론 관련 학과를 개설, 학생 모집에 나서는 대학교들이 매년 늘고있는 추세다.

지난 2019년 전국 대학 중 드론관련 학과를 신설한 곳은 28곳(야간 포함)이었다.

하지만 이듬해에는 37곳, 2021년에는 51곳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기준 전국 57곳의 대학에서 드론을 전면에 내세운 학과를 개설,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무 교육을 진행 중이다.

광주·전남에는 모두 6개 대학에 드론 관련 학과가 개설, 운영되고 있다.

6개 대학은 동강대(드론과), 광주대(사진영상드론학과), 청암대(ICT드론과), 전남도립대(드론기계학과), 고구려대(드론조경산업학과), 초당대(항공드론학과)이다.

여기에 전남과학대 특수장비과 처럼 학과 명칭에 ‘드론’이라는 단어가 삽입 돼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드론 운용을 교육 중인 대학까지 포함하면 드론을 다루는 학과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서 매일 읽고 공부하는 교재는 무엇일까.

날로 높아지고 있는 드론에 대한 관심과 달리, 안타깝게도 일선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전문적이고 획일화 된 표준 교재는 사실상 없다는 게 드론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수의 드론 관련 저서를 펴낸 명지전문대 드론정보공학과 박장환 교수는 “드론산업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게 되면서 국내에서도 일선 고교 중 드론 특화 고교가 생겨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전문화된 교재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이다”며 “이는 대학 뿐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현장에서도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드론과 관련된 교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9년 2월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 표준교재’를 펴냈다.

이 교재 제작의 목적은 체계적인 글로벌 항공종사자 인력양성에 중점을 뒀으며 현장에서 항공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항공종사자가 알아야 할 기본적 지식을 집대성 했다.

교재는 모두 3부로 이뤄졌고, 1부에서는 항공법규, 2부에서는 비행이론 및 운용, 3부에서는 항공기상을 다루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집필한 최초의 드론 관련 교재로 알려져 있다. 드론 국가자격증, 패러글라이딩 국가자격증, 초경량비행장치(무인멀티콥터, 무인헬리콥터, 무인비행기, 무인비행선 등)조종자 국가자격증 취득을 위해 필요한 시험과목 및 범위, 그에 따른 학습 내용 등에 대해 기술돼 있다.

문제는 정부가 집필한 드론 관련 교재임에도 불구하고 일선 교육현장에서 그 활용성은 매우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 이유에 대해 드론 관련 전문가들은 이 교재가 다루는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실질적으로 드론을 띄우고 조정하는 실무와는 동떨어진 내용들이 많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실제, 354쪽에 달하는 이 교재 내용 중 92쪽이 항공법규, 안전성인증, 관련 사업, 행정처분 등의 내용이며, 79쪽에 걸쳐 대기권의 구조, 기상현상, 항공기상 예보 등을 다루고 있다.

즉, 드론을 날리고 띄우는 데 집중화 된 지금의 실무교육 중심 일선 교육현장에서 이론을 강조한 정부의 표준교재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이처럼 정부가 집필한 드론 표준교재가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외면받게 되면서 그 빈자리는 오랜 경험 등을 갖춘 드론 교관 등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녹여 내 만든 자체 제작 서적들이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자체 제작 서적이기 때문에 공신력이 다소 떨어지고, 저자 개인의 성향 등이 담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드론 표준교재를 현실에 맞게 실무 능력을 중점적으로 키울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서경필 마린로보틱스 대표는 “국토부의 표준교재는 드론 실무 관련 내용보다 이론에 중점을 둔 교재라고 생각된다”며 “일선 교육 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불필요한 내용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드론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만큼, 스포츠 처럼 유소년 집단을 양성하는 것이 미래 기술력을 좌우한다”며 “때문에 정부가 집필한 표준교재는 초등학생들도 읽고 학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송대웅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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