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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전남대학교병원 병원장 |
-지난 1월 29일 병원장에 취임하고 100일이 훌쩍 지났는데, 어떻게 보냈는지.
△우선 의료상황이 해결되지 못한 채 장기화하면서 병원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은 물론 의료진과 직원들에게 송구하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
취임 후 의료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해결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힘든 상황이지만 지역거점병원이자 국립대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의료공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필수의료를 책임지게 하고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의료정책 방향에 부흥하기 위한 새 병원 건립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가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역의 거점국립대병원을 서울의 ‘빅5’ 병원 정도로 키우겠다는 정책에 적극 찬성하며, 이를 고려해 광주·전남의 거점국립대병원인 전남대병원 신축 사업의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지난 2월 1일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발표 이후 의료상황이 해결되지 않아 병원 경영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 의료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다 보니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비상진료체제로 대응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전년 동기 대비 누적손실액이 약 631억원에 이르고 있다.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고강도로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장기화 됨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비상경영을 더욱 고도화해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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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제일교회 성도들로부터 병원 발전후원금으로 헌혈증 120매를 기탁받고 있는 정신 병원장. |
△이번 사태는 정부와 의사 간에 신뢰가 깨지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가 전체적인 의료문제에 대한 의사들의 진정성을 무시하고 의사들의 의견을 정부가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갔다.
그래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현재까지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강대 강의 대치 국면으로 국민과 환자들이 피해 보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이제 비상진료체제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필수의료는 어떻게든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집단 휴진에 따른 외래진료와 수술 일정이 미뤄지면 연쇄적인 파탄이 예상된다.
현재 의정 사태는 흡사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와 비슷한 상황이다. 국민과 환자들을 생각해 양측 모두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또 미래 의료를 위한 상설 대화체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정부도 의료계도 한걸음 물러서는 게 진정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전남대병원 새 병원 건립 사업이 추진 중이다.
△전남은 도서 지역이 많다. 서울은 물론 광주까지 오려고 해도 수 시간 이상이 걸리는 곳도 많아 거리적으로도 의료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특히 심뇌혈관질환, 소아, 중증외상, 응급환자 등 골든타임이 필요한 질환군은 서울까지 가기 어려운 만큼 지역에서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에 전남대병원은 광주와 전남지역은 물론 전북 및 도서 벽지까지 아우르는 서남권 중심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엔 질환군별 의료시스템이 표준화돼 대부분의 질환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가지 않아도 똑같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지역 암센터 사업 중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화순전남대병원의 지역 암 환자 치료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지역에도 우수한 의료진의 역량이 뒷받침 되고 있는 만큼 현대적인 시설만 갖춰진다면 수도권으로의 환자 유출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1982년 건립된 만큼 노후화와 병실 부족 등이 심각한 상태다. 지역민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병원 신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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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병원장이 구제길 세종요양병원 이사장과 김상우 상상토건㈜ 대표이사로부터 발전후원금을 전달받고 있다. |
△전남대병원 새 병원 건립 사업은 지난 2022년 12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됐다. 이후 지난해 2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2022년 예타 신청 시 사업비 1조2146억원 등으로 새 병원 건립계획을 세웠지만, 예타 과정에서 사업비 1조1438억원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에 대한 자체 용역 결과 그 비율이 1을 넘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 거점국립대병원 중심으로 지역의 필수의료를 확충하고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책적 고려도 반영한다면 예타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타를 통과하면 새 병원은 2단계에 걸쳐 신축해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1단계로 동관 건물을 2030년까지 완공하고, 2단계로 서관 건물을 2034년까지 완공할 예정이지만 가능하다면 최대한 일정을 당겨서 조기 완공하고 싶다.
-병원 신축 비용 1조1438억원은 어떻게 조달할 계획인지.
△현재 기준으로 국고 지원액이 3000억원 정도 된다. 이 금액은 현재 교육부의 국립대병원 지원 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전남대병원이 장기적으로 나머지 9000억원의 비용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 병원이 수익을 내는 데 신경을 써야 하므로 광주·전남지역의 의료발전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미 지역 거점국립대병원을 수도권 ‘빅5’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5일 부산대병원을 방문해 신축 비용 7000억원 전액 지원을 약속했다.
때문에 광주·전남지역 주민들은 전남대병원 신축 비용도 정부의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과 지역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합리적인 기대라 생각한다.
정부가 앞으로 신설하겠다고 밝힌 지역 의료발전기금 등을 통해 지역거점병원 인프라 개선과 지역 특성을 반영해 장기적인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과감하게 재정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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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전남대병원 조감도 |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 의료 경쟁력 저하 등 의료계에는 많은 현안이 산재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별 특성화와 전문화, 의료질 지원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
특히 통합과 조정의 리더십으로 전남대병원 산하 5개 병원들의 역할 분담을 다시 한 번 재정비하고 강화할 구상이다.
또 병원 내 체계적인 인사관리와 소통을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 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공정한 인사관리를 위한 부서를 신설해 보가 체계적이고 투명한 인사를 하겠다. 경영진 라운딩 등 직원들과 소통의 창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마련해 원활한 병원 운영을 이끌겠다.
-지역민께 한 말씀 부탁 드린다.
△지역민의 건강을 위해 국립대병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
교육·연구·진료의 고유 기능과 역할을 발전적으로 재정립해 의료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하는 등 어려운 여건임에도 5600여명의 직원들과 묵묵히 지역 내 의료서비스 제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각 병원별 특성화, 전문화 및 의료질 향상 지원체계를 강화해 환자들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접근성을 높이고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고, 이를 위해 114년 역사와 전통의 전남대병원 구성원들과 하나로 뭉쳐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
이산하 기자 goback@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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