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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량 신안군수와 올라퍼 엘리아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초 수국공원에서 열린 ‘지구의 숨결’ 준공식. |
신안군은 섬 하나에 하나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조성하는 ‘1섬 1뮤지엄’ 사업을 27개소에서 추진 중인데, 이 중 세계적 예술가의 작품이 첫 설치되는 곳이라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숨결의 지구를 선보인 올라퍼 엘리아슨은 1997년부터 설치,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해 오고 있다. 2003년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덴마크관 대표 작가로 참여했고, 같은 해 런던 테이트 모던 터빈 홀에 ‘날씨 프로젝트’를 설치해 2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지난 2022년에는 카타르 도하 외곽 사막의 섬세한 생태계에 주목한 거울 파빌리온의 군집 ‘한낮의 바다를 유영하는 그림자들’을 공개했으며, 지난해에는 일본 황실로부터 프리미엄 임페리얼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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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퍼 엘리아슨이 최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숨결의 지구’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숨결의 지구는 최초 계획에서 설치까지 6년이 걸렸고, 총 47억원이 투입됐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1섬 1뮤지엄’ 등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고집스럽게 개척해 가고 있는 신안군 정책의 결실이라는 점이다
‘지방소멸’이란 위기 속에서 양파, 마늘 농사 등 1차 산업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예상,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은 예술섬 프로젝트를 계획해 ‘누구나 가보고 싶은 섬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군의 1섬 1뮤지엄 사업은 총 27개소 중 17개소가 조성이 완료됐으며, 세계적인 작가와 추진 중인 곳은 4개소로 내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추가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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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량 신안군수가 최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라퍼 엘리아슨의 ‘숨결의 지구’ 작품과 신안군의 ‘1섬 1뮤지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또 작품에 대한 제작 배경과 작품에 대한 궁금한 부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15일 서울 포시즌호텔에서 작품설명회를 가졌다.
작품설명회에서는 박우량 군수와 강형기 예술섬 총괄기획자, 올라퍼 엘리아슨이 나서 작품이 위치한 신안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으로 설명하고, 작품을 설치하기까지 위치 선정, 작가 섭외, 작품 설치 등 6년간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선 강형기 예술섬 총괄기획자는 군이 예술의 섬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 작가와 위치 선정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설명했다.
강 총괄기획자는 “박우량 군수는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선물을 만들고자 했다”며 “장소의 특성을 잘 살리고 현대적 기법을 활용하며 ‘국제적으로 통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여야 한다’는 기준에 올라퍼 엘리아슨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어 “위치는 주변이 들녘에 둘러싸인 봉우리 주변의 경관 농업과 예술이 한데 어우러지는 최고의 적지로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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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본 ‘숨결의 지구’ |
그는 “작품은 과거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도초도의 독특한 지형에 영감을 받아 자연의 흐름과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재현한 작품으로 자연의 생명력과 에너지를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용암석 타일로 정교하게 구성된 구형의 공간으로 도초도의 화산활동의 역사를 반영했다. 붉은색, 녹색, 청록색으로 이뤄진 타일 색 배치는 공간 내에서 다차원의 입체감과 움직임을 연출했다”며 “모서리나 지평선 등 경계의 감각은 없다. 벽, 천장, 바닥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작품 하단과 상단의 붉은색과 녹색으로 변하는 타일에 대해서는 대지와 태양을 의미하며, 푸른 식물을 표현했으며, 주변의 다면체 형상들은 흙 속의 결정체와 생명력을 불어넣는 미세한 양분들을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또 올라퍼 엘리아슨은 “구 내부에 들어서면 단순히 지금 이 수간 여기에 존재함을 느끼게 된다”며 “지구 상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인간으로서 지구를 존중하려고 했고, 보는 방법을 성찰하는 순간 지구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빛, 물, 공기와 같은 자연의 원소를 활용해 인간의 감각과 환경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해온 만큼 이번 작업에서도 ‘인간은 지구 없이는 살 수 없지만 지구는 인간이 없어도 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엘리아슨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지구의 찰나일 뿐이다. 따라서 지구를 더 이상 훼손해서는 안되며,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자연에 돌려주는 방식으로 생활해야 한다”며 “이러한 생각을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바꾸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안의 다도해는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유네스코 보존 지역으로 선정된 신안의 다도해를 통해 환경 보호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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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의 섬’ 신안 도초도에 설치된 세계적 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숨결의 지구’ |
박 군수는 “첫 번째 작품은 인내의 도전이었고, 작품이 완성된 것을 보니 말이 필요 없을 만큼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언어, 세계적인 작가들의 눈높이를 꼽았다.
박 군수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생각하는 기준은 높은데 시골에서 그 기준을 맞추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며 “언어전달의 어려움으로 소통의 문제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중간중간 ‘성공할 수 있을까’, ‘실패하면 어쩌지’, ‘중도에 포기해 버리면 어쩌지’란 수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모든 과정을 인내한 끝에 ‘숨결의 지구’라는 첫 작품이 탄생했다”며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이 대중에게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업을 차질 없이 준비해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수준 높은 작품을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숨결의 지구는 오는 25일부터 대중들의 관람이 가능하며 구체적인 내용은 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안=이훈기 기자 leek2123@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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