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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광주 서부소방서장 |
무더운 여름이 시작됐고, 올해도 어김없이 반갑지 않은 여름 손님, ‘장마’가 찾아왔다.
장마는 6월 중순부터 7월 하순까지 여러 날에 걸쳐 지속적으로 내리는 많은 비 또는 그 시기를 뜻하는 우리의 고유어이다.
장마는 우리 일상에 단비를 주기도 하지만, 집중호우와 태풍 등이 동반돼 각종 재난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이다. 매년 장마철이 되면 침수, 산사태, 감전, 화재 등 다양한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장마 기간에는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기 때문에 저지대 침수, 산사태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또한 빗길에 시야가 흐려지고 도로가 미끄러워 교통사고 위험도 더욱 높아지며, 침수로 인한 고립과 감전 사고, 특히 강풍과 동반된 비바람은 간판, 유리창 등의 파손과 그 낙하물로 인해 인명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번 장마는 평년보다 일찍 시작됐고, 올해 초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산사태 및 침수 피해가 더욱 우려되는 가운데, 적극적인 사전 대비와 안전수칙 준수가 중요하다.
먼저, 개인의 경우 장마기간에는 당일의 기상정보와 호우·재난 예보를 미리미리 확인하고, 가족 및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좋다.
폭우 예보가 있는 날에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부득이 외출 시에는 하천, 저지대, 지하차도 등 침수 위험지역의 통행을 삼간다.
일반 가정에서는, 습기로 인한 누전 방지를 위해 누전차단기 점검은 기본이다. 콘센트·멀티탭을 미리 정리 해두고, 외출 시에는 전기제품과 콘센트의 전원을 가급적 차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콘센트나 전선이 젖었을 경우에는 반드시 완전히 건조시킨 후 사용해야 한다.
주택에서는 배수구와 하수구가 막히지 않았는지 미리 점검해 원활한 배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저지대에 거주하는 경우나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에서는 침수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나 물막이 판 등 임시 방재용품을 미리 준비해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차량 운행 시에는 어떨까.
먼저, 장마가 오기 전에 각자 차량의 타이어, 와이퍼,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을 미리 점검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빗길에서는 제동거리가 길어지므로 20~50% 감속운행과 앞차와의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조금이라도 침수가 시작된 지하차도나 소규모 교량을 마주할 경우, 절대 무리해서 진입하지 않고 우회해야 한다.
침수가 돼 긴급 대피해야할 경우에는 신호등, 가로등, 전신주 등 전기시설물에서 멀리 떨어져 이동하고, 즉시 가까운 건물의 2층 이상 높은 곳으로 대피하도록 한다.
대피 시 물의 소용돌이가 있는 곳, 맨홀, 하수도 근처는 추락 및 휩쓸림 위험이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긴 막대기로 바닥을 짚어 확인하며 천천히 이동하는 것이 좋다.
침수로 인해 대피가 어렵거나 완전히 고립된 경우에는 무리해 물을 건너지 말고 119에 즉시 신고하고, 최대한 주변의 부유물을 활용해 물 위에 떠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
반갑지 않은 여름 손님맞이, 장마와의 길고 긴 싸움이 시작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약 31일간 지속된다고 한다.
우리 소방에서는 실시간 기상정보 모니터링과 함께 침수 위험지역 순찰 강화, 소방 장비를 일제 점검하고, 단시간 119 신고전화 폭주에 대비해 신고 접수 모의훈련을 하는 등 장마와 잘 싸워내기 위해 경계 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칠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는 옛 말이 있다. 가뭄 때에는 그래도 견딜만 하지만 장마는 그만큼 힘들고 피해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강수량과 그 형태가 더욱 다양하고 변덕스러워 더욱이 우려스러운 가운데, 우리 모두의 안전 수칙 준수와 침착한 대응으로, 올해 장마는 부디 안전하고 반가운 여름 손님이 돼 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