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주민 눈높이와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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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주민 눈높이와 상식

이산하 지역사회부 차장

이산하 지역사회부 차장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심사·의결하는 지방의회. 지방의회에 소속된 의원들이 집행부를 견제·감시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이 있다. 바로 ‘주민’과 ‘상식’이다.

의원들은 집행부 직원에게 질의를 할 때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올바른 일인가’, ‘상식적으로 봤을 때 옳은 행정인가’란 질문을 자주 던진다.

특히 예산의 집행과정을 살펴보고, 심사를 할 땐 두말할 필요 없이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다.

최근 북구의회에서 이런 상식이 무너진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국외출장을 위해 정액으로 지급 받은 출장비 4400여만원을 온누리상품권을 구매, 여행사 대금으로 결제한 뒤 할인받은 10% 차액금을 즉시 반납하지 않아서다. 할인으로 인한 차액금은 2개월이 지난 뒤에야 반납했다.

이들은 할인 차액이 공적 예산에서 발생한 이익임에도 이를 기부하려 했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러한 행위를 적법하게 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에 질의를 해 반납이 늦어졌다고 한다.

일선 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상식적으로 예산을 어떻게 기부할 수 있느냐고. 할인 차액금은 당연히 반납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니냐고.

일각에서는 국비가 구비로 둔갑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온누리상품권 인센티브가 구비로 반납됐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었는데 곡간이 늘어나는 ‘창조경제’를 실현했다는 비아냥도 있다.

반납금은 다음 추경 때 반납돼 불용처리 될 것으로 보이지만, 온누리상품권 취지에 벗어난 것은 분명하다.

소상공인, 골목상권 활성화에 맞춰진 온누리상품권이 소액이지만 지방의회 예산만 불어나게 해서다.

의원들은 이러한 행위 자체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기자회견까지 열어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민들의 눈높이, 상식 선을 벗어난 것은 자명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시민들은 의원들을 지칭하며 ‘우리의 세금을 이렇게 쓴 만큼 손가락질 받아 마땅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광주시의회에서도 산불 성금을 업무추진비를 활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

북구의회에서도 온누리상품권과 관련한 사안을 죄의 유무를 떠나 도덕적 관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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