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문명의 상흔 상처와 결핍 너머 충만 탐구
검색 입력폼
미술

인간 문명의 상흔 상처와 결핍 너머 충만 탐구

김숙빈·박형오 기획전 내외적 근원 고찰
2026년 1월까지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

김숙빈 작가 전시 포스터
김숙빈 작 ‘적색경보’
조각가 김숙빈·박형오씨의 2인 기획전이 지난 3일 개막, 2026년 1월 11일까지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에서 ‘근원의 시간’이라는 타이틀로 열리고 있다.

이 두 작가는 내외적 근원의 균열과 충만 사이 경계를 조망한다. 먼저 김숙빈 작가는 외적 근원의 경고에 대해 사유한다. 지난 20여 년간 환경과 생태를 주제로 꾸준히 작업해온 작가는 산업사회의 부산물인 폐자재, 철근, 기계 부품, 레진 등을 조형 언어로 삼아, 인간 문명이 남긴 상흔을 드러낸다.

작가의 작품에는 곤충과 어류, 조류, 포유류 등 다양한 생명체가 등장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모습이 아니라 멸종 위기와 훼손된 흔적으로 나타난다.

대표작 ‘적색경보’(Red Warning)에서는 바다 생태계의 균형을 상징하는 상어가 철근과 콘크리트 파편, 플라스틱 쓰레기로 형상화된다. 바다는 생명의 터전이 아닌 잔해의 수조로 변해 있으며, 이는 바다의 위기가 곧 인간 생존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작가의 작업은 단순한 재활용이나 환경미술 차원을 넘어, 외적 기반이 무너지는 현실을 직면하게 하는 선언적 예술이다. 그의 작품 앞에서 관람객은 자연과 생태의 붕괴를 감각적으로 경험하며, “우리가 지켜야 할 외적 근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한다.

박형오 작 ‘지복의 시간’
이어 박형오 작가는 내적 근원의 지복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다. 박 작가는 ‘지복(至福)의 시간’을 통해 인간 내면의 회복 가능성을 탐구한다. 여기서 지복은 단순한 행복이나 쾌락이 아니라, 상처와 결핍을 통과한 뒤 도달하는 충만을 의미한다.

작가는 개인적 기억과 무의식 속 이미지들을 끌어올려 형상화하며,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모성적 원형은 중요한 단서가 된다. 모성은 개인적 경험을 넘어 의식과 무의식을 잇는 보편적 상징으로 작동하며, 상흔을 남김과 동시에 치유와 회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 작가는 원형적 이미지를 재현에 머물지 않고 환기와 변형을 통해 새로운 조형으로 전환한다. 그 결과 작품은 과거와 현재, 의식과 무의식을 가로지르는 내적 근원의 장(場)을 만들어낸다. 그의 작업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기 내면의 기억과 무의식을 더듬게 하며, 그 속에서 충만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