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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시립창극단이 지난 7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선보인 제62회 정기공연 창극 ‘愛(애)춘향’ 커튼콜. |
광주시립창극단 제62회 정기공연 창극 ‘愛(애)춘향’이 지난 7일 오후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베일을 벗었다.
이번 공연은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주제 아래, 전통 창극의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과감한 무대 실험으로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무대에는 춘향의 집도, 남원 관아도 없다. 대신 무대를 가득 메운 것은 20여 개 그네였다.
전통 창극에서 보기 힘든 이 장치는 단순한 소품을 넘어 사랑의 설렘과 억압, 자유와 구속을 동시에 상징했다. 배우들이 그네에 앉거나 얽히는 동선만으로도 감정의 흐름이 드러났고, 그네가 흔들릴 때마다 장면은 유려하게 전환됐다. 복잡한 세트 없이 관계의 긴장과 서정을 그려낸 연출의 상상력이 돋보였다. 출연진들이 모두 앉아 북을 두드리는 어사출두 장면은 소리와 연출로 상상력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연출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았다. 극은 절제된 호흡 속에 흐르고, 인물 간 감정선은 단정하고 고요하게 쌓였다. 춘향 역 배우는 맑고 단단한 소리로 첫사랑의 순수함을, 이몽룡과의 이별 장면에서는 애절한 한(恨)의 정서를 절묘하게 살려냈다. 과잉되지 않은 연기가 오히려 진한 여운을 남겼다. 춘향과 몽룡의 감정을 대변하는 정령의 몸짓 역시 볼거리다. 흩어졌다 함께했다를 반복하며 보여준 무대 장악력은 둘 사이 관계의 설득력을 더했다. 변학도 역은 익살과 권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딸을 향한 사랑을 절절하게 그린 월매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몽룡이 암행어사로 출두한 이후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춤사위는 객석과 하나된 한 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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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과 영상의 사용도 절제됐다. 붉은 조명 아래 그네가 느릿하게 흔들릴 때는 욕망과 분노가, 푸른 빛 속에서는 회한과 용서가 겹쳤다. 대사보다 이미지로 감정을 전달하는 연출의 미학이 탁월했다. 무대 전체가 단출하면서도 한 폭의 수묵화처럼 여백과 색을 드러내며 보이지 않는 정서를 품어냈다.
중·장년층 관객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전통의 형식을 고수하면서 시각적 완성도를 높인 덕분이다.
광주시립창극단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단순한 고전의 재현을 넘어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시각적 은유로 풀어냈다. 소리의 전통 위에 무대의 혁신을 더한 이번 공연은 지역 창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담보하며, 전통 창극의 현대화를 모색한 시도였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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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1 (화) 1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