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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길수 순천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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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용 사진 작품전 모습. |
사물이 예술사물로 변용되는 여정, 그 첫 시작은 바라보기다. 본질이 보일 때까지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사물이 인간적 정서로 내게 말을 걸어올 때까지 친밀함으로, 도란 도란으로 속삭일 때까지 나의 사물 탐구는 계속된다. 오사카 빈민촌 교회 풍경, 그곳으로 몰려오는 자들, 부랑아, 노숙자를 받아주는 곳은 어디일까. 최소 생존마저 위협받는 이들의 허우적거림은 언제 끝날까.
축 성탄, 영원한 천국, 골고다 십자가 그림이 허름한 강대상 뒷면에 설치되어 있다. 누군가는 노래와 춤을, 누군가는 탬버린으로 생명의 기운을 북돋운다. 호응하는 자, 어디에 있을까. 찾기 힘들다. 오갈 데 없는 자, 지치고 고달픈 육신을 받아주는 곳, 작가는 이들의 눈물겨운 현존과 사라짐의 궤적을 주목한다.
작품 곳곳에 의도적인 답답함과 산만함이 연출된다. 부조화와 불균형은 낯설기와 의아함을 유도한다. 예배, 그리스도 생명, 영원한 영의 양식, 이를 공유하는 기쁨은 어디에 있는가. 축 늘어져 있는 자, 무표정, 무감정 이미지가 하나에서 둘로, 전체로 전이 확산된다. 노년층 자매들의 집단 낭송, 무반응, 무감정의 밀도는 답답함에서 숨막힘으로 이어진다. 설교자의 모습은 내 삶과 무관한 원거리 풍경으로 머물러 있다. 예배자들의 얼굴 표정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집단 열병식을 방불케 예배 풍경, 설교를 듣는 훈련생들, 누굴까. 의자들이다. 이들이 노구를 이끌고 들어온 노숙자들을 감싸며 예배를 인도한다. 사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순간 뒤집힌다.
인간의 사물화가 또 다른 메타 상상을 유도한다. 예배당에 물리적 유기체로 머물다 사라진 자들, 어느 통로 벽면 앞에 쓰러진 노숙자, 주변은 텅 비어 있다. 장식물에 불과한 액자 속 타조, 토끼, 이들의 정면 응시는 따스함을 원하는 노숙자의 시선을 외면한다. 시선 비켜가기는 교감 부재를 상기시킨다. 텅 빈 의자, 비움은 공허에서 상실로 이어진다. 상실감 호소, 애절함을 주체 못해 망연자실한 표정, 엎드려보지만 기도 언어가 나오지 않는다. 어느 임시 건물 외벽에 어설프게 설치된 성탄 포스터, 바라보는 이도, 관심 두는 이도 없다. 텅 빈 길거리 풍경과 스산함, 누군가는 원시적 생존을 향해 바삐 그곳을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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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용 사진 작품전 모습. |
교회당 성탄트리로 변용된 수많은 구조물들, 그리스도의 심장이 어그러진 내 몸을 감싸 안는 환상, 성탄트리 현관문이 엄마 품처럼 나를 맞아들인다. 이는 꿈인가, 환상인가. 눈물로 읽어간 어머니 손 떼 묻은 성경이, 부드러운 손으로 필사했던 도구들이 날 맞이한다. 골고다 십자가가 나와 하나 되기 위해 침묵으로 기다린다. 누군가는 그저 왔다 사라지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새 생명 그리스도로 거듭나 날 품어준다. 사라짐과 기다림의 메타 상상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조망 변주시켜 나감은 이 작품전의 최대 미덕이다.
빈민가 성탄 풍경, 사물이 인간을 거꾸로 위로한다는 발상, 무의미한 것처럼 보이는 대상물에서 의미 깊은 참 보물을 발견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정우용의 ‘Limelight’는 우리시대 문화가의 귀중한 보화 유산이라 할 것이다.
2025.12.22 (월) 21: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