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은 고통스러운데 즐겁다" 청년작가와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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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은 고통스러운데 즐겁다" 청년작가와 사유

‘2025 오지호미술상’ 수상작가전 열려
‘한희원과 젊은 영혼들의 만남’ 타이틀
시립미술관 4월까지 ‘생의 파문’ 눈길
박성완 손지원 등 4명 참여 오픈식 3일

박성완 작 ‘촛불 캐리커쳐’
“함평군립미술관 초대전이 이뤄진 2025년 5월 이후 신작들을 몇달간 집중해 해내느라 죽을 고비를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는 작업량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특정 주제를 정해놓고 작업을 했다기 보다는 전시가 있을 때마다 작업량이 뒷받침된 가운데 새롭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럴려면 절대적으로 작업량이 중요하죠. 이럴 때 작업은 고통스러운데 즐거운 일이라고 봐요.”

‘2025 오지호미술상’ 수상작가전에 임하는 한희원 작가가 2일 오전 ‘한희원과 젊은 영혼들의 만남’전이 열리고 있는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6전시실에서 만나 밝힌 소감이다. 작가의 전시는 지난 1월 30일 개막, 오는 4월 12일까지다.

한 작가가 이번 수상작가전에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으로,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미술밥상이 아닌, 지역의 명망있는 청년작가들에게도 기꺼이 작품 발표기회를 안겨줬다. 굳이 이들 청년작가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고 자신의 작품으로 모두 채워 열어도 무방한 전시 자리였다. 한때 청년작가로서 출발해 이름만 대로 알만한 작가로 성장했지만 그도 청년 작가시절은 있었다. 과거의 청년 작가가 열악한 가운데 작업을 벌이고 있는 현재의 청년작가 손을 잡아 이끈 셈이다. 그래서 이번 수상작가전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청년과 지금은 지역 간판 작가 중 한명으로 통하는 한 작가 사이에 인상주의 대가인 ‘오지호’(1905~1982)라는 미술혈류로 끈끈하게 묶여지는 공통분모를 찾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예술적 고민을 젊은 세대와의 사유와 소통 속에서 나누고자 해 남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생의 파문’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한희원 작가
3년 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50여 년에 걸친 화업을 조망하는 개인전을 성황리 연 바 있는 작가에게 이번 전시가 각별한 이유는 추상이라고 하는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각도로 변화를 시도할 수 있었겠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한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한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것들에 주목하면서 10년 정도 민중미술에 천착, 장터를 방문하며 펼치는 장터전을 시작으로 1990년대 들어 우리들의 풍경들에 천착했다. 원래 시인이 꿈이었던 화가는 화폭으로 옮겨와 그 꿈을 펼치려 했다. 그림 속에 문학적 색채를 많이 투영해서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조형적 풍경보다는 사유적 풍경에 탐닉해 작업을 집중했다. 인도 라다크나 티베트 같은 오지를 돌았던 이면 역시 문학적이며 철학적인 사유들 때문이었다. 이를 통해 인간의 근원적 존재 및 존재의 문제를 탐구하는데까지 가닿았다.

작가의 미술적 행보는 미술교사에서 전업화가로 돌아선 뒤 한층 더 작업이 치열해졌고, 감상자 누구나 보더라도 그리움이나 쓸쓸하ㅁ, 고독감 등 정서에 기반한 한희원의 독창적 회화 세계를 직감할 수 있는 등 회화적 깊이를 더해왔다.

3년 전 전시가 그의 회화 인생 전반을 훑는 자리였다면, 이번 전시는 그가 추상의 길로 들어선 변화의 화폭을 유심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전시장에서 이를 가장 압도적으로 증명해 보이는 작품은 ‘생의 파문’이었다. 이 작품은 500호 두 점이 위아래로 배치됐다. 셀 수 없을만큼 덧칠하고 밀어서 마무리한 추상 작품으로 사각의 색채 형상들과 균등하게 공간을 분할한 배열, 그동안 줄곧 추구해왔던 그만의 색감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완전하게 추상으로 진입하기 전 작품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생의 파문’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들. (완쪽부터) 노여운 박성완 한희원 손지원 작가.
이에 앞서 제5전시실에는 ‘2025 오지호미술상’ 특별상 수상작가인 박성완씨를 위시로 노여운, 손지원, 김용철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민중의 삶과 사회현실을 화폭에 담아온 한희원의 초기 문제의식과 연결돼 있는 박 작가의 ‘촛불 캐리커쳐’는 12·3 비상계엄 이후 촛불 시위에 나선 사람들의 얼굴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원작은 캐리커쳐 주인공들에게 전달이 된 상태로 전시에는 그가 사진으로 찍어놓은 것을 모았다. 66명의 민중들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 순간에 포착한 노여운 손지원 작가는 1990년대 한희원 작가의 사실적이고 서정적인 풍경 작업과 맞닿아 있고, 독일에 머물며 작업을 하고 있는 김용철 작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핵심으로 한 한희원의 ‘생(生)시리즈’ 와 상응하는 작업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노여운 작가는 ‘기다리다’ 등 5점, 손지원 작가는 ‘번지는 순간들’ 등 6점, 김용철 작가는 ‘나의 고요’ 등 3점을 각각 출품해 선보이고 있다.

개막식은 3일 오후 7시 미술관 본관 6전시실에서 열린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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