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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승찬 작가가 ‘무기력한 풍경’ 타이틀로 오는 27일까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전시를 갖는다. 사진은 전시에 출품된 권승찬 작가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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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에 출품된 권승찬 작가 작품 |
이 멘트는 권승찬 작가의 작품을 보고 정헌기 대표(호랑가시나무창작소)가 한 말이다. 권승찬 작가가 지향하는 작업 세계는 국가 폭력과 무기력한 개인들의 감정, 가슴 아픈 상처들에 모아진다. 그냥 감정이나 정서의 과열없이 작업을 해 나가도 될 법하지만 이런 것들을 차마 보고도, 알고도 눈 감을 수 없기에 예술 안으로 끌어들여 형상화를 시도한 것이다.
권승찬 작가가 호랑가시나무창작소 기획으로 마련돼 지난 2일 개막, 오는 27일까지 아트폴리곤에서 열리는 ‘무기력한 풍경’ 타이틀전은 여러 비극적 사건들을 짚는다. 출품작은 페인팅 65점, 영상 2점, 설치 4점 등 총 71점.
먼저 작가는 한국전쟁 직후 전국 각지에서 자행된 대규모 민간인 학살을 조망한다. 이를테면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출발점으로 한 권승찬 작가의 연작 프로젝트로, 사건을 과거의 비극으로 고정하지 않고, 기억되지 않았으나 현재까지 지속되는 국가 폭력의 구조와 그 이후를 살아가는 개인의 감각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특히 국민보도연맹은 한국전쟁 시기 좌익을 가려내고 관리한다는 명분 아래 국가 주도로 운영된 조직이었으나 실제로는 정치 활동과 무관한 수많은 민간인들이 명부에 포함됐고, 전쟁 발발 직후 이들은 재판이나 법적 절차 없이 ‘잠재적 위협’이라는 논리 속에서 집단적으로 처형한 것이 팩트다. 피해 규모는 최소 10만 명에서 최대 1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사건의 전모와 책임은 지금까지도 온전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전남 장흥에서 민간인들이 집단 학살돼 바다에 수장됐다는 기억을 계기로 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작가는 전남과 광주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학살지, 매장지, 수장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현장 조사와 리서치를 지속해 왔다. 이 전시는 2024년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선보였던 작업 이후, 조사 범위와 매체를 확장해 완성한 결과물로 이해하면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설치, 비디오 작업을 접할 수 있다. 작가는 국민보도연맹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 매장지 65곳을 찾아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했으며, 그 장소에 묻혀 있었거나 여전히 묻혀 있을 피해자들의 육신과 하나였을 흙을 수집해 설치 작업으로 제시한다. 비디오에는 작가의 이동과 체류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기며, 회화는 설명 없는 풍경을 통해 동일한 질문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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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전경. |
작가의 회화 속 풍경은 들판, 바다, 숲, 길과 같은 평범한 장소들이어서 더 충격적이다. 화면에는 어떤 사건도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이 풍경들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 이 장소들은 한때 국가 폭력이 실제로 작동했던 자리이자, 이후 아무 설명도 없이 일상으로 복귀한 공간들인데, 여기서 고요함은 평온이 아니라, 말해지지 않은 기억이 남긴 침묵에 가까운 것으로 접근하면 된다. 국가의 폭력으로 인한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를 목도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관계자는 이 전시에 대해 “‘무기력한 풍경’은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특정 시대의 비극으로 환원하지 않는다”면서 “이 전시는 과거의 한국과 현재의 세계를 나란히 놓으며, 국가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생명과 존엄이 삭제되는 구조를 응시한다. 그리고 국가 폭력 앞에서 무력했던 개인의 좌절, 그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쉽게 무기력해질 수 있는지를 묻는다”고 전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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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3 (금) 18: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