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부푼 꿈 키우던 10대들 ‘미술 중추’가 되다
검색 입력폼
미술

예술 부푼 꿈 키우던 10대들 ‘미술 중추’가 되다

하정웅미술관 초대전에 ‘예맥회’ 멤버들 출품
광주예고 한국화전공생 28명…결성 40년 앞둬
5월 20일까지…"남도 한국화 계보 가치 확인"

전시 전경
조선아 작 ‘기억의 처음’
단체 초대전 하면 조금 진지한 구석이 없는 것 아니냐고들 지적할 수 있다. 개인전을 염두해둔 사람들에게 단체전은 그저 뜻맞는 사람들리끼리 여는 취향을 충족하기 위한 전시 쯤으로 치부한다. 예술이 개인만 있어서는 안되듯, 단체도 예술의 한 축의 하나로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더욱이 역사나 관록이 더해진 단체의 경우 그 무게감이 자못 가볍지만은 않다. 기성인이 되기 전 청운의 꿈을 같이 꾼 10대 후반 학창시절을 함께 한 이들이라면 더더욱 애틋함을 가지고 있을 터다. 더욱이 같은 전공을 했다면 그러할 것이다. 이런 예술단체가 전시를 마련했다. 광주예술고(구 남도예술고) 한국화전공자들을 주축으로 1987년 결성된 예맥회가 그 대표적인 단체 중 하나다. 햇수로 40년째를 맞고 있는 예맥회(회장 조선아)가 초대그룹전을 지난 10일 개막, 오는 5월 20일까지 하정웅미술관 1∼3전시실에서 ‘이원동근의 정원’(異源同根의 庭園)이라는 주제로 열고 있다. 주제인 ‘이원동근’은 하나의 교육적 뿌리에서 시작된 작가들이 각자의 독자적인 예술적 줄기를 뻗어 나가는 과정을 상징한다. 여기다 ‘이원’은 전통과 현대, 수묵과 채색, 재현과 추상, 평면과 공간이 교차하는 복합적 긴장 구조를 의미하며, ‘동근’은 이런 차이의 생성이 결국 남도 한국화의 교육적·정신적 토양에서 비롯되었음을 이론적으로 환기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번 전시에는 1회 졸업생들부터 제28회 졸업생들까지 망라됐다.

김종경 작 ‘산수유’


이승대 작 ‘풍경 25-33’
하정웅미술관의 초대전은 예맥회같은 단체들의 발표공간을 확보하는 동사에 광주 미술단체들의 창작 역량 강화에 일조하는 한편, 미술사 전반에서 단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하나의 장치로서 기능 수행을 하는데 큰 도움이 기대되고 있다. 초대전으로 했다가 사진전시장이 폐관되면서 사진 단체를 먼저 초대한 데 이어 잠시 협업전으로 했던 명칭을 초대전으로 다시 돌리면서 예맥회를 초대해 전시를 꾸미게 된 것이다. 시간이 흐르다보니 초창기 한국화 전공생들 중 박홍수 이구용 등 대학교수가 된 이들도 여럿 생겨났다. 그만큼 역사와 관록이 갈수록 더해간다는 반증이다.

이번 전시에는 창작현장을 등지지 않은 회원 28명의 예술가들이 각기 독창적 화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참여 작가는 각기 다른 시대적 감각으로 한국화의 지평을 확장해 온 가운데 이들이 축적해 온 40여년의 아카이브이야말로 지역 화단이 외부의 흐름에 매몰되지 않고 자생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왔음을 증명하는 소중한 자산이라는 평가다.

전시에서 눈길을 붙잡는 작업 패턴은 비교적 대작들 중심으로 출품됐다는 점이다. 전시는 ‘스며드는 색의 풍경’을 비롯해 ‘먹빛의 사유’, ‘응축된 이미지의 장’ 등 세 섹션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전시 출품작들은 색채의 확장과 수묵의 사유적 깊이, 매체의 경계 확장이라는 흐름 속에서 전통 채색과 수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들로, 회화는 물론 설치와 혼합 매체 작업까지 아우르면서 남도 한국화가 동시대적 언어로 변주되고 있는 양상을 제시한다.

이구용 작 ‘산-사유3’
윤영필 학예연구사(광주시립미술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전통 채색화에서 안료야말로 대개 재현의 정교함과 장식적 완결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이해된다는 색채의 확장과 재현의 언어를 넘어 시간성과 내면성, 그리고 비가시적 사유를 드러내는 철학적 장치로 자리한다는 수묵의 사유적 깊이, 한국화가 공간과 환경으로 확장되며 새로운 조형적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매체의 경계 해체 등 세 가지 주제적 흐름 속에서 문제의식을 구체화한다는 시각이다.

변길현 관장(하정웅미술관)은 예맥회 전시 단체 선정과 관련해 “사실 광주가 다른 도시보다는 한국화의 전통이 강한 도시인 만큼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는 단체가 어디냐 그랬더니 예고 출신들이 서울에 있는 학교도 가고, 전남대도, 조선대도 가는 등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예맥회로 하자’ 라고 결정을 해서 초청하게 됐다”고 전했으며, 기획자 겸 작가로 활동 중인 김현희씨는 전시 서평을 통해 “공통의 근원에서 시작된 필묵의 울림이 지역의 경계를 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파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남도 한국화의 계보학적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를 넘어, 동시대 한국 미술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비평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개막식은 18일 오후 5시 하정웅미술관 1층.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