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권한 집중·조합 적자 구조 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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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농협중앙회 권한 집중·조합 적자 구조 고착"

농경연, ‘농협 개혁:창조적 파괴와 혁신’ 보고서 발간
구조조정·조합 통합 필요…선거제도 투명성 강화도

농협 경제사업의 구조적 적자와 급속한 농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조합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개편 필요성이 제기됐다.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협 개혁:창조적 파괴와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농협 회원조합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연평균 1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제사업 부문에서는 연평균 23억원의 적자를 내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적자 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합당 평균 경제사업 적자는 2020년 11억6000만원에서 2024년 32억5000만원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4년에는 전체 조합의 96%가 경제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하며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농경연은 경제사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과 자회사를 과감히 정리하고, 유사·중복 사업은 통폐합하는 한편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창출되는 성과를 조합에 환원해 재정 기반을 보완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농업 인구 구조 변화 역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농가 인구는 111만명으로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업 생산 기반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2035년에는 75세 이상 고령 농가 비중이 56%에 달하고, 75세 미만 농업인은 87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을 떠받칠 핵심 인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적 변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반면 농협 조직의 구조조정은 상대적으로 더디다. 농협 조합 수는 지난해 1110곳으로 1990년(1635곳)보다 약 32%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농가 인구가 70%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조직 개편 속도가 현저히 뒤처진다는 분석이다.

해외와의 격차도 뚜렷하다. 일본과 미국은 1990년 이후 농업 인구 감소에 맞춰 농협 조직을 각각 80%, 67% 축소하며 선제적으로 구조 개편을 진행해왔다. 이에 비해 국내는 변화 대응이 늦어 구조적 비효율이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다.

농경연은 조합 수를 줄이는 대신 개별 조합의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합병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자율적인 통합을 유도하는 한편, 중앙회 차원의 중장기 구조개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조합 운영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선거 제도 개선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정부는 농협 중앙회장 선거를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전환해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와 함께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의 불법 관행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적발된 위법행위는 2015년 1326건, 2019년 1000건, 2023년 545건에 달했다. 금품 제공 등 기부행위가 주요 유형으로 꼽힌다.

농경연은 “금품선거와 같은 관행은 조합 운영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며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정책 중심의 선거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이승홍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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