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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철 전남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 |
우선 눈에 띄는 점은 전문성 기반의 예방 중심 체계 구축이다. 농작업안전관리자를 현장에 배치하여 위험요소를 사전에 진단하고 관리하는 방식은 기존의 사고 발생 이후 대응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난 진일보한 시도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확대라는 제도적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도, 고령 농업인의 신체적 특성과 작업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안전 관리가 병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사고는 어쩔 수 없다’는 체념적 인식에서 벗어나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는 적극적 안전문화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농업인 스스로가 안전의 주체로 나서는 자율성 확산이다. ‘농업인 안전리더’ 양성은 행정 주도의 일방적인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마을 단위의 자율적 참여를 통해 생활 속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시도다. 농기계 사전 점검, 보호구 착용 생활화, 작업 전 자율 안전점검 등은 단순한 지침이 아니라 일상의 습관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실효성을 갖는다. 특히 지역 공동체 내에서 안전을 서로 점검하고 독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정책의 지속성과 확산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 역시 이러한 참여 속에서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 역시 중요한 축이다. 최근 폭염, 한파, 감염병 등 복합적인 위험 요인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온열질환 예방요원의 조기 투입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다. 단순한 안내나 계도 수준을 넘어 고령 농업인을 직접 찾아가는 현장 중심의 접근은 행정의 실효성을 높이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물 섭취, 충분한 휴식, 적절한 작업 시간 조절, 보호구 착용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점검하는 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3중 안전망’은 각각 개별적인 정책에 그치지 않고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 인력이 안전의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 공동체가 이를 자율적으로 확산시키며, 기후 대응 체계가 이를 보완하는 구조는 지속가능한 농촌 안전관리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단편적인 사업이 아닌 통합적 시스템으로 작동할 때 정책의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앞으로 중요한 과제는 이러한 정책의 확산과 현장 정착이다. 농업·농촌 현장으로의 확대 계획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별 농업 환경과 여건을 고려한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평가를 통해 정책의 보완점을 찾아가는 과정도 중요하다. 아울러 농촌진흥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 강화는 정책의 전문성과 실행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을 넘어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기반 산업이다. 그 현장에서 단 한 건의 인명 피해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원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라남도의 ‘농업 안전 3중 안전망’ 구축은 ‘안전한 농촌’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이제 농업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며,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고, 현재를 넘어 미래를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안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우리는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박용철 gn@gwangnam.co.kr
박용철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4.13 (월) 1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