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합돌봄시대 '간병 살인'의 사회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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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합돌봄시대 '간병 살인'의 사회적 과제

이정서 조선이공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이정서 조선이공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우리나라 사회복지정책의 발달과정은 빈곤 예방 및 대응을 위한 공공부조제도, 국민건강보장을 위한 국민건강보험제도, 직장인을 위한 고용보험제도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를 큰 축으로 사회안전망이 구축돼 있다.

이러한 돌봄서비스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비롯해 장애인활동지원에서부터 바우처서비스, 치매안심센터 등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돌봄의 현실은 여전히 막막하고 많은 과제를 남겨주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들려오는 ‘간병 살인’ 같은 비극적 소식은 이제 더 이상 소설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 돌봄을 필요로 한다면 그동안 화목하고 평온했던 가족의 일상은 순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지난달 3월 10일 전북 임실에서는 20년 넘게 홀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며, 효자로 소문났던 60대 아들과 일가족의 극단적 비극의 소식이 전해졌다. 자택 거실에서 90대 노모와 60대 아들 A씨, 그리고 40대 손자가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른바 ‘간병 살인’으로 의심되는 죽음이라고 볼 수 있다.

간병 살인은 오랫동안 환자를 돌보던 가족이나 보호자가 간병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환자를 살해하거나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숨진 A씨는 공무원 생활을 하다 중풍에 걸린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시골에 귀촌했고, 2016년에는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돌봄에 전념한 상태였다. 돌봄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시설이나 병원으로 향하거나, 가족이 직장과 사회생활을 모두 포기하고 독박 돌봄에 매달리는 경우가 보통이다.

향후 반복되지 않게 비극을 막으려면 개개인의 사정에 맞춘 ‘맞춤형 돌봄 설계’가 필수적이다. 개별화의 돌봄서비스는 일상 수발, 영양 관리, 질병 관리, 주택 개조, 병원 동행 등이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이루어져 사정에 맞는 촘촘한 돌봄이 가능해야 한다.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의료·복지·건강관리 지원을 한번에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이다. 이 제도는 병원과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케어복지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의미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재정과 인력·인프라 부족 및 지역 간 돌봄 격차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돌봄 체계의 성공 여부는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지역 간 격차 해소가 가장 중요하다. 통합돌봄 재원은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예산,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를 통합한 돌봄기금 신설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정부가 228개 기초단체에 주는 예산은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총 620억원에 불과해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와 기반시설에 따라 ‘돌봄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정부는 통합돌봄 대상을 모든 주민이 아니라 노인과 ‘중증’ 장애인으로 한정했고, 더 넓히려면 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맞춤형 돌봄을 설계하는 지자체가 직접 주민의 돌봄 필요를 조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자체 조사는 한정적 수준이다.

통합돌봄서비스는 지난달 27일 전국 시행으로, 도입(2026~2027년)→안정(2028~2029년)→고도화(2030년~) 3단계를 거쳐 제도를 안착시킬 계획으로 설계됐다. 1단계 도입기엔 입원·입소 경계선상 노인 128만명, 65살 이상 고령 장애인 146만명, 65살 미만 중증 장애인 15만명이 대상이다. 읍면동·시군구나 건강보험공단 어디든 한곳에만 신청하면, 종합판정조사를 거쳐 보건의료·건강관리·장기요양·일상생활돌봄 4개 분야 30종 서비스를 지원한다. 치매 부모를 돌보는 일, 중증장애 자녀의 평생 돌봄, 가족돌봄의 고투와 희생, 홀로사는 중장년의 외로운 죽음 등은 늘 우리들 가까이 머물러 있다. 통합돌봄을 정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행정혁신이 필요하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돌봄 문제로 노인은 물론 가족 구성원들의 삶도 위태로워지고, 지금 이 순간 돌봄의 벼랑 끝에서 아우성을 치는데, 정부는 말로만 통합돌봄을 외치며 복지부동과 행정 편의로 그 길을 가로막아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이정서 gn@gwangnam.co.kr         이정서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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