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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실 광주문화재단 시민생활문화팀 주임 |
문화다양성의 날은 서로 다른 국가, 전통, 언어, 성별, 가치관, 세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문화 간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제정한 날로, 한국에서도 2014년 문화다양성법 제정과 함께 매년 5월 21일을 ‘문화다양성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위해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 문화다양성협의체 10여 개 단체들은 시민들에게 문화다양성의 의미를 어떻게 더 가깝고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다. 과거에는 ‘다양한 문화 소개하기’라는 말이 다소 특별한 과제처럼 느껴졌다면, 이제는 우리 삶 가까이에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어가고 있기에 문화다양성 행사는 단순히 특정 문화를 소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그 차이를 낯설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해하며 존중하는 감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공감 속에서 이번 행사는 ‘교육’보다는 ‘체험’에 더 집중했다. 설명으로 이해시키기보다 직접 부딪히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안대로 눈을 가린 채 글씨를 쓰고 냄새를 맡으며 시각이 차단되었을 때 다른 감각들이 어떻게 살아나는지 시각 장애인의 입장이 되어 보기도 하고, 모두가 차별 없이 이용하는 ‘모두의 화장실’을 체험하며 다양한 약자의 시선으로 화장실을 재정의해 보는 시간도 갖도록 했다. 다양한 아시아 국적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타국의 문화를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던 각국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웃고 떠드는 동안 시민들은 낯설었던 문화를 어느새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번 체험의 가장 큰 의미는 어쩌면 ‘낯설어하지 않기’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낯섦을 익숙함이 되게 하면, 익숙함은 이해가 되고 이해는 결국 존중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서로의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무의식적인 감각’을 만들어가는 것, 가볍게 들어온 발걸음이 행사장을 나갈 때면 자신도 모르게 이해와 존중이라는 감각을 조금씩 묻히고 갔을 것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다양한 얼굴, 하나의 우리’ 그림판 체험에 많은 시민의 참여가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서로 다른 형태의 얼굴 밑그림 가운데 원하는 모습을 자유롭게 선택해 각자의 개성과 생각을 표현했다. 하얀 얼굴과 노란 얼굴, 동그란 얼굴과 세모난 얼굴까지 다양한 모습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그 안에는 정해진 기준이나 정답이 없었다. 준비된 밑그림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자 시민들은 빈 백지 위에 더욱 자유롭게 자신만의 얼굴을 그려냈다. 누군가는 동물로, 또 다른 누군가는 무지개와 나무로 자신을 표현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냈고 그렇게 완성된 그림들은 하나의 대형 그림판 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모두 다른 색과 모양이었지만 서로의 다름은 충돌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화를 이루며 더 풍성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번 체험은 ‘같아짐’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주고 있었다. 무채색의 공간도 여러 색이 더해질 때 비로소 아름다운 그림이 되듯, 우리 사회 역시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가 함께할 때 더욱 풍요롭고 따뜻한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얼굴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일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서로의 문화를 한 번 더 바라보고, 한 번 더 말을 건네는 작은 경험이 시작되어 어느새 켜켜이 쌓여 있을 것이다. 이번 광주 문화다양성의 날 행사가 그런 마중물이 되었기를 기대해본다.
최진실 gn@gwangnam.co.kr
최진실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6.05 (금) 08: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