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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것과 실제 기업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부지를 확보하고 기반시설을 깔아도 연구개발과 생산을 뒷받침할 인력 운용 체계가 따라오지 못하면 사업은 속도를 내기 어렵다.
정부가 메가특구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 적용 예외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근로 범위 확대 등을 검토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투자 규모를 제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제도까지 손보겠다는 것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단순한 지역개발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제도 개편은 투자 발표보다 훨씬 복잡하다. 근로시간과 고용 형태는 기업 경쟁력뿐 아니라 노동자의 삶과 직결된다. 특히 근로자 동의를 전제로 하더라도 고용관계에서 사용자와 노동자의 협상력이 항상 대등한 것은 아니다. 기업의 인력 운용 편의를 높이는 과정에서 장시간 노동이나 고용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속도전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특례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기존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세계적인 기업과 인재가 호남으로 오기를 기대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결국 필요한 것은 규제를 풀 것이냐, 지킬 것이냐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노동권을 함께 담아낼 정교한 설계다.
800조원은 계획의 규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계획을 현실로 만드는 힘은 제도에서 나온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패도 투자액보다 기업이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노동자가 머물 수 있는 일자리를 얼마나 균형 있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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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3 (월) 1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