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일보 희망프로젝트] 불안한 미래·경제…벼랑 끝에 선 지역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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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프로젝트 자살, 예방할수 있습니다

[광남일보 희망프로젝트] 불안한 미래·경제…벼랑 끝에 선 지역 청년들

[광남일보 희망프로젝트-자살, 예방할 수 있습니다] <2>청년층 실태·과제
30대 사망자·자살률 급등…구직실패·생계불안 등 복합 요인
20대도 위험신호…1인가구 증가·사회적 고립에 안전망 필요
청년센터 심리상담·마음건강 지원…위

해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자살 사망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청년층 역시 심각한 심리·사회적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과 경제적 불안,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겹치는 상황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청년 자살 문제를 개인의 취업 실패나 사회 적응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주거·생계 부담, 사회적 고립 등 청년층을 둘러싼 복합적인 요인을 지역사회가 함께 살펴보고,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촘촘한 심리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생계 불안에 신음…청년층 위기 심화

전남광주지역 자살 사망자 수와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청년층(20~30대)이 처한 현실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특히 광주는 30대 청년층의 자살률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광주지역 30대 자살 사망자는 2020년 41명(자살률 21.8명)에서 2021년 48명(26.3명), 2022년 57명(31.9명)으로 증가했다. 2023년에는 51명(29.9명)으로 다소 줄었지만 2024년에는 60명(34.6명)으로 다시 늘어나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대는 2020년 47명(22.6명)에서 2021년 52명(25.1명), 2022년 51명(25.2명)이었고, 2023년 42명(21.6명), 2024년 41명(22.0명)으로 다소 감소했다.

전남에서도 청년층의 자살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전남지역 30대 자살 사망자는 2020년 59명(31.2명), 2021년 56명(30.9명), 2022년 52명(29.8명), 2023년 44명(25.8명)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2024년에는 66명(39.1명)으로 급증했다.

20대 역시 2022년 34명(17.9명), 2023년 36명(19.8명)에서 2024년 50명(28.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30대의 경우 장기화된 구직난과 주거·양육 부담 등 경제·사회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0대 역시 취업과 진로에 대한 불안과 함께 소통 공간 및 문화 인프라 부족,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고립 등이 심리적 어려움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2025년 광주청년센터의 ‘마음건강상담소’ 운영 현황.
광주청년센터가 ‘마음건강증진프로그램’을 통해 성격유형검사를 통해 자기이해와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광주청년센터
광주청년센터가 ‘마음건강증진프로그램’을 통해 자기감정 탐색 및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컬러테라피와 마사지볼 아로마테라피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광주청년센터
△청년센터 상담 현장에도 위기 신호

청년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는 일선 청년센터다.

광주청년센터가 발간한 2022~2025년 마음건강상담 사례집을 분석한 결과, 청년들의 심리상담 이용은 꾸준히 이어졌다.

2022년에는 147명이 총 960건의 상담을 받았으며, 2023년에는 136명이 1050건의 상담을 이용했다. 2024년에는 총 1038건의 상담이 진행됐고, 2025년에는 77명이 440건의 상담을 받았다.

전체 상담 참여자 가운데 여성 청년의 비율이 70% 이상으로 높았다. 직업별로는 취업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취업준비생이 38~42.2%, 직장 내 대인관계 갈등과 조직 적응 문제 등을 겪는 직장인이 31~46.9%로, 전체 이용자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가장 큰 고민은 우울·불안·스트레스 등 ‘정서적 고민’이었다. 정서적 고민은 전체 상담의 46~54.5%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어 채용시장 위축과 이직 갈등 등에 따른 ‘진로 고민’이 17~20.8%, 타인과의 마찰이나 사회적 고립에서 비롯된 ‘대인관계 및 성격 고민’이 15~23.8%로 뒤를 이었다.

전남청년센터는 상담에 대한 인식 부족과 심리적 부담, 지역적 접근성 등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찾아가는 마음돌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 상담사가 청년들이 생활하는 시·군 현장을 직접 찾아가 1대1 맞춤형 심리상담과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상담사 3명이 서부권 목포·완도, 중부권 나주·화순·영광·담양, 동부권 여수·순천·광양 등 9개 시·군을 방문했다. 18세 이상 45세 이하 신청자 31명을 대상으로 모두 140차례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 분야는 심리·정서 20명, 진로 7명, 대인관계 4명이었다. 성별로는 여성 22명(75.9%), 남성 7명(24.1%)으로 여성 참여자가 많았다.

연령별로는 30~39세가 17명(58.6%)으로 가장 많았고, 18~29세 24.1%, 40~45세 17.2% 순이었다.

여성 참여자는 심리·정서 상담이 63.6%로 가장 높았으며, 남성은 진로 상담이 42.9%로 가장 많았다. 남성의 심리·정서와 대인관계 상담은 각각 28.6%였다.

모든 연령대에서 심리·정서 상담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18~29세는 71.4%가 심리·정서 상담을 이용했다.

30~39세는 심리·정서 상담뿐 아니라 진로 29.4%, 대인관계 17.6%, 복합상담 5.9% 등 다양한 상담 수요가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순천과 목포에서 심리·정서 상담이 중심을 이뤘고, 나주와 여수에서는 진로 상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완도에서는 대인관계 상담이 가장 많았다.



올해 전남청년센터가 진행한 ‘찾아가는 마음돌봄 지원사업’ 현황
올해 전남청년센터가 운영한 ‘찾아가는 마음돌봄 지원사업’에 선정된 상담사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전남청년센터
△절망 속에서 발견한 희망…상담이 삶의 전환점으로

심리 지원 프로그램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일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광주에 거주하는 20대 취업준비생 A씨(26·여)는 수년간 이어진 서류 탈락과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으로 우울감과 고립감을 겪었다. 가족에게도 어려움을 털어놓지 못한 채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던 A씨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던 순간 SNS를 통해 알게 된 광주청년센터 ‘마음건강상담소’를 찾았다.

청년센터 전문 상담사는 A씨의 위기 신호를 파악하고 모두 8차례의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한편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 치료를 연계했다. 또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과 청년 1인가구 주거비 지원 등을 연결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도왔다.

A씨는 이후 지역 중소기업에 취업해 일상을 회복했다. A씨는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 청년센터의 따뜻한 손길이 제 생명의 골든타임을 지켜줬다”고 말했다.

결혼 후 약 10년간 영국에서 생활한 B씨(30대·여)는 배우자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귀국한 뒤 친정이 있는 목포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가족이 부산으로 이주한 데다 이혼 사실이 교회 지인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우려한 가족의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심리적 고립감과 외로움을 겪었다.

B씨는 장애인 등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데 적극적이었지만 정작 자신의 삶과 경제적 자립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학원 강사로 하루 4시간가량 일했지만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하면서 경제적 어려움도 계속됐다.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심리적 어려움과 자살 위험도 높아졌다.

전남 청년센터는 B씨가 타인을 돌보는 데 사용했던 에너지를 자신의 삶을 회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재 상황과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지원했다.

또 영어회화 능력이라는 기존의 강점을 확인하고 이를 경제적·직업적 자립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는 강점 기반 해결중심 코칭을 진행했다.

B씨는 이후 자신의 강점과 욕구를 바탕으로 직업 선택 방향을 구체화했고, 광주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해 경제적 자립의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는 새로운 직장에서 생활하며 일상과 삶의 방향을 회복해가고 있다.



△지속 가능한 청년 심리 안전망 구축해야

청년층의 위기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청년층이 겪는 취업·주거·생계 불안과 사회적 고립이 심리적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역사회 차원의 예방과 지원체계를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년 자살을 개인의 정신력이나 적응 문제로만 바라보기보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취약한 사회적 안전망 등 복합적인 요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에 놓인 청년들이 부담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청년센터를 중심으로 맞춤형 심리상담을 확대하고, 청년 특화 생명지킴이 양성과 함께 24시간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년센터 관계자는 “지역의 미래인 2030 청년들을 향해 사회적 안테나를 세우고 벼랑 끝에 선 청년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청년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생명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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