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설 화성시자살예방센터는 지자체장의 정책적 의지를 바탕으로 자살예방 전담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제공=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 |
자살예방의 출발점은 위기 신호를 놓치지 않는 데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적인 상담과 지원으로 연결하는 지역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의지부터 인공지능(AI) 기술, 이웃의 관심과 참여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자살예방 안전망을 구축한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2025년 자살예방사업 우수사례로 선정한 경기도 화성시와 충남 논산시, 충북 청주시의 사업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위기 대응 체계를 마련했다. 화성시는 전담 핫라인을 통해 상담과 위기 개입을 강화했고, 논산시는 AI 돌봄로봇과 동년배 상담사를 연계해 홀몸 어르신의 고립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청주시는 주민 주도 실태조사를 통해 외로움과 정신건강 위험을 살피고 지역사회 기반 예방 모델을 구축했다.
![]() |
| 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설 화성시자살예방센터에서 자살예방 전담 핫라인을 운영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 |
![]() |
| 논산시는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AI돌봄로봇과 동년배 상담사를 배치해 상시로 안부를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논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 |
△시장의 의지가 만든 핫라인…위기 대응 공백 줄인다
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설 화성시자살예방센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적 의지를 바탕으로 자살예방 전담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화성시는 2022년 7월 핫라인을 개설하고 전담 사무실과 시비 100%로 운영되는 정신건강 전문인력을 배치했다. 상담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
핫라인 개설 이후 핫라인을 통한 전화상담이 1736건이었고, 이 중 55%(951건)가 자살관련 상담으로 나타났다.
2025년 한 해에만 온·오프라인 상담 3027건이 접수됐고 핫라인을 통한 상담은 418건이 이뤄졌다.
화성시는 상담에 그치지 않고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했다. 정신응급병상을 지정해 위기 개입을 지원하고,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는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 평택화성위기대응팀과 협력해 야간 대응 공백을 줄이고 있다.
2022년부터 누적된 자살 및 정신건강 위기 대응은 1621건으로, 이 가운데 1041건(64%)이 자살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 5월부터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위기분류체계(Triage System)로 사업을 확대했다. 상담을 통해 위기 정도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지원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강화한 것이다.
![]() |
논산시는 AI 돌봄로봇과 동년배 상담사를 결합해 홀몸 어르신의 고립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기술로 위험 신호를 살피는 동시에 사람 간 관계를 통해 정서적 지원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사업 대상은 자살 시도와 우울증 관련 약물 복용 등 7개 항목을 평가해 합산 점수가 20점 이상인 독거노인이다. 논산시는 새마을금고에서 지원받은 50대를 포함해 돌봄로봇 216대를 보급했다.
돌봄로봇 관제시스템은 대상자의 대화에서 ‘죽고 싶다’ 등 위험을 나타내는 단어를 포착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위험 신호를 발견하면 상담과 방문 등 후속 대응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기기 보급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이용과 안부 확인을 뒷받침하기 위해 동년배 상담사도 배치했다. 논산시는 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사업과 연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참여자 등을 중심으로 26명의 동년배 상담사를 위촉했다. 이들은 2인 1조로 대상자 가정을 방문해 기기 사용 상태를 확인하고 안부를 살핀다.
사업 참여 어르신은 실인원 270명, 연인원 6538명으로 집계됐다. 동년배 상담사와 전문 상담사가 함께 진행한 심층상담은 110명이었으며, 우울 고위험군으로 선별된 69명에 대해서도 심층상담이 이뤄졌다.
우울 척도 검사 평균 점수는 사업 전 10.2점에서 8.2점으로 2점 낮아졌다. 논산시는 돌봄로봇을 활용한 위험 신호 확인과 동년배 상담사의 정기적인 방문을 결합해 고립된 노인의 정서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 |
청주시상당정신건강복지센터는 자살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영구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주민 주도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자살 위험을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에만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라는 지역사회 문제에서 접근한 사례다.
센터는 최근 5년간 17명의 자살 사망자가 발생한 영구임대주택 998세대 가운데 531세대(53.2%)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외로움과 정신건강 위험이 높은 주민 224명을 발굴했고, 이 가운데 199명을 관련 서비스로 연계했다.
조사에서는 외로움과 우울, 자살 위험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이에 센터는 외로움 감소를 핵심 목표로 삼아 동료지원과 주민 참여 프로그램, 자조모임 등을 운영했다.
사업 효과를 살피기 위해 개입군과 대기군을 비교한 결과, 참여자의 외로움 척도 점수는 19.0%, 우울 척도 점수는 49.5%, 자살위험 척도 점수는 2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이 크게 줄어든 참여자에게서 우울과 자살 위험도 함께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청주시는 이를 토대로 실태조사부터 위험군 발굴, 개입, 효과 검증, 확산으로 이어지는 지역사회 기반 자살예방 모델을 구축했다. 위험 신호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무게를 둔 것이다.
△해외도 조기 발견·전문기관 연계에 초점
교육정책네트워크 정보센터가 소개한 해외 사례에서도 자살예방을 개인의 심리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할 과제로 바라보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학교 기반 자살예방 정책은 위기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교사 등 학생과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이들이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위기 학생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기관 연계와 위기 이후 사후지원까지 대응 체계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교육정책 차원에서 학생 자살예방을 다루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23년 결정한 제4기 교육진흥기본계획(2023~2027년)은 학생 자살대책을 주요 정책과제로 포함하고, 모든 학생이 안심하고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과 위기 징후의 조기 발견·지원을 강조했다.
계획에는 어린이·청소년 자살대책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학생이 연간 1회 이상 SOS 요청법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위원회에 안내하고, 자살예방교육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SOS 요청법 교육은 학생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하는 교육이다.
자살예방 안전망은 한 기관의 사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정신건강 전문기관, 지역사회가 각자의 역할을 맡고 위험 신호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위기에 놓인 사람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때까지 연결하고, 그 이후에도 곁을 지키는 것이 지속 가능한 자살예방 정책의 핵심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엄재용 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엄재용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10.20 (화) 1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