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 튼튼하고 화이팅 넘치는 선수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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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 튼튼하고 화이팅 넘치는 선수 되겠다"

[광주·전남 ‘준비된 스타’ 선수] 4. 광주체육고 배구 이은지
라이트·센터 소화 가능… 안정된 수비·토스 등 강점
인성 좋고 팀 분위기메이커… 강력 라이벌은 친언니

이은지가 최근 광주체육고 배구훈련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은지가 최근 광주체육고 배구훈련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배구공을 다시 잡을 수 있게 된 만큼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열린 ‘제52회 대통령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에서 광주체육중 배구팀이 단체전 3위를 거두는 데 기여하고, 수비상까지 받으며 존재감을 알렸던 이은지(17·광주체육고 1년)가 광주체육고 진학 후에도 배구선수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부상으로 잠시 배구를 잊고 지내다가 다시 공을 잡을 수 있게 된 뒤 ‘1분 1초가 큰 행복’이라는 그는 훈련장에서도 항상 남들보다 먼저 ‘화이팅’을 외치며 선후배 선수들을 독려한다.

그는 “배구를 다시 하게 될 순간만을 오매불망 기다린 저에게 지금 이 순간은 너무도 즐거운 시간이다”면서 “덕분에 팀 분위기도 좋아져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배구공을 잡게 된 것은 치평초 4학년 때 2살 터울 언니(이은선)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같은 학교에서 먼저 배구를 배우던 언니는 본인과 비슷한 체격의 동생에게 배구를 권했고, 동생 이은지는 평소 언니가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봐오던 터라 흔쾌히 승낙했다.

이은지는 “처음 배구장에 들어선 순간 힘들겠다는 것보다 ‘재미있겠다’는 호기심이 앞섰다”면서 “언니가 경기를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 ‘놀면서 살도 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빨리 배구가 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당시 주전을 꿰차고 있던 언니와는 달리 경기 출전보다는 코트 밖에서 리시브 등 기본 동작을 연습하는 시간이 많았다. 야간까지 이어지는 훈련으로 인해 지칠 법도 했지만, 배구공을 잡을 때면 너무도 즐거웠다.

혼자 훈련할 때도 ‘잘 안 될 때도 있지, 더 열심히 하자’, ‘지금 안 된다고 슬퍼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고 묵묵히 훈련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남들보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고, 6학년 때는 키가 168㎝까지 자라면서 단숨에 힘과 점프력이 생겼다. 신체조건이 좋아지면서 라이트 공격수뿐만 아니라 센터까지 뛸 수 있는 전천후 선수가 됐고, 제44회 소년체전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그에게 큰 악재가 찾아왔다.

운동할 때마다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 것. 처음에는 단순한 염증으로 생각해 병원 치료를 받으며 버텼지만 심할 때는 무릎이 부어오르고 물이 차는 지경에 놓이면서 결국 추벽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이후에도 배구를 계속할 생각이었지만 ‘또 다치면 성장판이 닫힐 수 있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의사의 진단서를 받아들면서 공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진학도 일반 학교인 치평중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배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은지는 “훈련장을 떠날 때는 미처 몰랐는데 막상 책상에 앉아 공부하려니 배구공이 아른거렸다. 심지어 배구를 하는 모습이 꿈을 나올 정도로 훈련장이 너무 그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배구만 해왔던 터라 학업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잘하는 것은 배구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중학교 2년을 마친 그는 ‘다시 배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부모님 설득에 나서 배구선수 복귀를 허락받았다.

이후 광주체육중으로 전학한 그는 남들보다 더 성실히 운동했고, 팀원들과의 호흡이 좋아지면서 금세 주전 자리를 꿰찼다.

정표 광주체육중·고 배구부 총감독은 “은지 키가 180㎝로 배구에 적합한 체격을 갖추고 있고, 기본기가 좋아 팀 적응에 어려움이 없었다”면서 “센터로서 자질도 좋지만, 라이트에게 요구되는 안정된 수비 능력과 토스 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시련을 극복한 경험이 약이 되어 후배들의 고민상담을 잘 들어주는 멘토 역할을 하고 있고, 인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선후배들과의 사이도 좋아 차기 ‘주장 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지의 최대 라이벌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친언니다.

그는 “언니는 초등학교 때 전국대회 우수상을 받았고 중학교 때는 ‘톱’으로 불릴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면서 “배구를 배울 때부터 ‘언니보다 더 좋은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고등학생이 된 그의 꿈은 당차고 야무지다.

이은지는 “올해 목표는 처음 도전하는 고등부 전국대회에서 메달 순위권에 오르는 것이고, 앞으로 도로공사 배유나 선수처럼 기본기가 튼튼하고 화이팅 넘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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