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자아 찾기 여정과 메타 영상의 유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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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문화리뷰]자아 찾기 여정과 메타 영상의 유장함

정우용 영상예술 ‘나의 주인공으로 부터’를 중심으로
김길수(다매체예술 해석학, 순천대 명예교수)

김길수 국립순천대 명예교수
언어가 다하는 곳에 빛이 시작된다. 그 빛이 사운드 풍경과 융합되면서 내게 말을 걸어온다. 정우용 영상예술 ‘나의 주인공으로 부터’(2021년 1월4일∼7일, 순천대 70주년기념관 전시홀)는 잃어버린 자아 찾기 여정과 이를 향한 메타 영상의 유장함으로 다채로운 상상과 사유 쾌감을 유도한다.

길은 잃어버린 나를 불러내고 꿈을 동경하는 너를 만나게 한다. 잃어버린 나의 정체와 추억 찾기 전략, 이를 향한 메타 사운드 풍경 기호가 빛을 발한다. 달리는 자동차 차창 밖 눈 오는 밤 풍경, 어둠 속에서 펼쳐진 붉고 파란 색조의 빛, 그 흐릿함이 몽상 이미지로 다가와 상상력을 건드린다.

몽상, 그 희미함이 어느 가난한 교회의 성탄 풍경으로 뒤바뀐다. 소외자, 노숙자들을 품는 자들, 그들을 향한 위로의 찬양, 반응도 없고 감동도 없는 듯 보이지만 찬양과 위로는 그칠 줄 모른다. 갑자기 유년기 시절 가족 흑백 사진이 끼어든다. 추억 속의 보고픈 인물 어머니, 그녀 옆에 무언가를 강렬히 갈구하는 아기 소년과 정갈한 누이들이 있다.

내 정체를 찾아가는 여정, 저 무표정은 무엇 때문일까. 저 강렬한 소년의 눈빛은 무얼 찾으려는 걸까. 영상은 줄곧 의도적 빈 틈새와 건너뛰기 구성으로 관심과 호기심을 유도한다. 막내둥이 작가의 개인 가족관계사, 흑백 사진 구도 속 인물의 심리가 성탄 무표정 노숙자들의 심리로 전이 확장된다. 저 노숙자들을 품어가는 한 아낙의 모습이 흑백 사진 속 어머니와 오버랩 된다. 가난한 시절 들었던 교회 종소리가 이들의 빈 틈새, 그 사이를 메꾸어가도록 상상과 추리를 건드리기 시작한다.

고단함 속에서 좌절의 극점에서 내게 찾아온 성탄의 종소리, 나와 누이들을 품고 따스함의 그리스도 여정을 걸어오신 우리 어머니, 그 어머니는 떠났지만 그리움은 종소리 울림으로 다가와 나를 깨운다.

가족 흑백 영상은 또 다시 허름한 교회 성탄 영상 풍경과 교차한다. 삶의 한계선 밖으로 내팽개쳐진 노숙자들, 그들을 향해 기꺼이 손 내밀어주는 자들, 초라한 옷차림의 아낙이 어린 아들을 한 팔에 안은 채 두 딸과 더불어 찬송과 위로의 춤을 춘다. 그 춤은 화려하지도 정교하지도 않다. 가식도 없고 꾸밈도 없다. 엄마 품에 안긴 어린 아들, 나의 어머니 품에서 누렸던 평온함과 안식, 그 추억 찾기와 꿈 찾기 열망이 하나로 합쳐지며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좋은 예술작품은 그 안에 숨겨 놓은 비밀의 복선 보물이 많다. 칠흑 어둠의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자, 눈발 휘날리는 밤풍경과 음산한 색조의 사운드는 방황과 상실로 얼룩진 지난 옛 젊은 시절의 초상을 상기시킨다.

교회 종소리가 내게 다가와 어그러지고 찌든 내 마음을 뒤 흔든다. 생명을 누리지 못한 내 영과 혼을 찌른다. 편안한 찬양 사운드와 날카로운 종소리, 그 대조 교차가 반복된다. 왜 저럴까, 작품은 관객에게 편안한 구경꾼 자세를 허용치 않는다. 이 영상예술작품은 위로자의 선율로, 교회 종소리 울림 언어로 그리고 무언의 흑백 사진언어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두 사운드의 중첩은 공명과 되살림의 심미 세계를 자연스레 유도한다. 그 공명과 진동은 작가 개인사의 울림으로 머무르지 않고 관객 모두의 추억 떠올리기로 전이 확장된다. 잃어버린 내 정체 찾아가기 여정, 이를 향한 창의적인 메타 미장센 영상 기호 운용과 그 반복 전략으로 너와 나의 상상과 사유 우주를 확장시켜 나갔음은 정우용 영상예술 ‘나의 주인공으로부터’의 최대 품격이자 주요 미덕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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