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10일 광주 남구 문화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열린 ‘실버노래자랑 결선’에서 수상자들과 참여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광주 남구 |
15일 남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여가활동이 위축된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여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체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으뜸효 남구 TV’에 올해 처음 실버노래자랑을 신설했다.
실버노래자랑은 지난 6월 28일 첫 무대를 시작으로 900여명이 출연한 가운데 총 87회의 예선을 치렀다.
매주 진행된 예선에서 살아남은 18명의 실력파 어르신들은 올해 최고의 실버가수가 되기 위해 지난 10일 남구 노인복지관 및 남구 노인지회 주관으로 남구문화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열린 ‘실버노래자랑 2021년 연말결선’에 참가했다.
이번 노래자랑은 예선과 본선 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르기에 앞서 노래자랑에 나온 이유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이들의 애틋한 사연이 하나 둘씩 소개됐다.
결선에서 대상을 수상해 50인치 TV를 부상으로 받은 남구 방림2동의 이태희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며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나훈아의 테스형을 노래했다.
이 할아버지는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문제로 30~40년 동안 외지에 나가 있다가 혼자 계시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고 다시 광주로 내려 왔다”면서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들려드리기 위해 차 안이나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노래 연습을 많이 했다. 가족들이 열심히 응원해 준 덕분에 잘 마친 것 같다”고 소회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김용록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가수가 꿈이었으나 ‘애지중지 키웠더니 딴따라를 하려고 한다’며 타박하던 아버지 반대에 집에서 쫓겨났다. 그후 지금은 작고한 아버지를 요양원에서 15년간 간병하면서 ‘너에 대해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그 길로 보냈을 텐데’라는 응원의 말씀을 듣고 45년 만에 무대에 올라 가수 배호의 ‘누가 울어’를 열창하며 음악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이와 함께 한덕주 할아버지는 애달픈 감성으로 이광조의 ‘사랑을 잃어버린 나’를 불러 우수상을 받았다.
또 암 수술 후 대회 참가로 행복한 시간을 동행한 조경희 할머니와 독일 뒤셀도르프 한인회장 출신의 실력파 가수 여홍현 할아버지는 각각 정미조의 ‘개여울’, 태진아의 ‘당신의 눈물’을 불러 장려상을 수상했다.
조 할머니는 지난 1970년에 음반 데뷔의 기회가 있었으나 가난 때문에 이루지 못했고 그 한을 50여년 만에 이번 노래자랑에 참가해 풀었다.
여 할아버지는 청년시절 독일로 건너간 뒤 고향 땅에서 노래자랑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34년 만에 입국했다.
‘남편의 노래를 듣고 싶다’는 아내의 간절한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무대에 오른 이도 있었다.
김태형 할아버지는 “못하는 노래이지만, 1년 전 암투병을 한 아내가 노래를 너무 듣고 싶다고 해서 경연에 나왔다”며 “암 투병을 하는 여러 환자분들과 아내에게 노래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김명희 할머니와 홍장식 할아버지는 심장 수술 및 뇌출혈과 뇌경색을 이겨내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예선전 무대에 올랐다.
남구 관계자는 “실버노래자랑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기 위해 준비한 행사였다”며 “참가자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주변의 지인 등 모두가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셔서 성대하게 막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성국 기자 stare8194@gwangnam.co.kr 최성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