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경쟁에 흔들리는 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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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디지털 전환’ 경쟁에 흔들리는 입지

[위기의 지방은행, 돌파구는?] ②은행권 이어 빅테크 기업까지 경쟁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에
지역 고객층 이탈 ‘우려’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신설
전금법 개정 추진 위기감
지방은행, 대응 노력 분주
핀테크·빅테크기업 협업도

지난해 7월 송종욱 은행장은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를 방문해 이승건 대표와 디지털 금융 시대로의 급격한 전환에 따른 금융 서비스의 혁신 방향을 논의했다.
‘디지털금융 혁신’으로 은행권이 재편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탄생과 함께 핀테크 및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로 디지털 전환이라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4월 인터넷전문은행이 처음 등장했다. 주인공은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100% 비대면 상품·서비스와 쉬운 설명·상품 가입 등을 무기로 내세우며 많은 고객을 사로잡았다.

같은해 7월에는 카카오뱅크가 설립됐다. 카카오뱅크는 등장하자마자 고객 점유율을 급격히 늘리며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현재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이용자의 절반가량을 카카오뱅크 고객으로 흡수하며 전례 없는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토스뱅크가 파격적인 금리 조건을 앞세우며 정식 출범했다.

이들 인터넷전문은행의 흥행에 지방은행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채널 영업으로 전국 모든 지역의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보다 지방은행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지방은행의 경우 지역에서는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하긴 했지만 ‘지역 금융’이라는 한계에 갇히기 쉽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 및 영업망 확대가 절실하다. 또 지역경제 상황에 따라 지방은행의 수익성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지방은행이 안고 가야 할 리스크로 꼽힌다.

이 뿐만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이어 핀테크 및 빅테크 기업도 사실상 금융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은 지난 2020년 7월 정부가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자금 이체나 선불업 등 결제 서비스 업체를 제도권 내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가장 큰 쟁점은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신설이 꼽힌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를 근거로 핀테크 및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진출한 간편결제·송금 외에도 계좌 기반 디지털 금융 서비스 제공까지 가능해진다. 여기에 은행법에 적용받지 않아 대출은 할 수 없지만, 소액을 예치하면 연 2.5∼3% 이자를 포인트 방식으로 돌려줄 수 있어 기존 금융권의 경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광주은행, 전북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제주은행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지방은행 노조협의회가 전금법 개정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협의회는 전금법 개정으로 핀테크 및 빅테크 업체에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자격을 부여하고 계좌개설까지 허용하면 지역민의 자금은 대형 플랫폼으로 이탈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방은행에는 금융 공공성을 명분으로 수많은 규제와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핀테크 및 빅테크 기업의 권한은 늘어난 반면 은행 수준의 강한 규제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방은행 노조협의회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위가 전금법 개정안 통과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으며 오히려 머지포인트 사태 재발 방지가 아닌 제2, 제3의 피해를 국민에게 가져다줄 수 있다”며 “지역 소멸을 불러올 수 있는 독소조항을 삭제하고 전자금융업자의 거래내용 확인, 충전금 전액 외부 예치, 과징금 신설 등 더욱 강력한 소비자 보호 조항만 담은 개정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디지털금융의 확산으로 위협을 느끼고 있는 지방은행들은 핀테크 및 빅테크 기업 협업과 디지털 강화 등 생존을 위한 돌파구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지난 3월 데이터 기반 대출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핀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함께 ‘신파일러 대상 혁신 금융 서비스 및 제휴 마케팅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핀테크 기업과 신용평가사, 은행권이 손잡는 최초 사례다. 핀다는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취득한 대출 비교 서비스 기업으로서 고객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 사는 협약을 기점으로 데이터 기반의 포용적 금융 서비스를 실천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특히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 전용 대출 및 신용카드 상품 개발 등을 통해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의 올바른 금융 생활과 신용 관리의 첫 시작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이로써 광주은행은 신파일러 시장 진출이 용이해졌다.

또 지난해 7월 송종욱 은행장은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를 방문해 이승건 대표와 디지털 금융 시대로의 급격한 전환에 따른 금융 서비스의 혁신 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향후 토스와 인적 교류를 대폭 확대하고, 은행업으로 인가받은 토스뱅크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약속했다.

전북은행은 최근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과 공동 출시한 연리 최대 6%인 ‘네이버페이×JB적금’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비대면을 통해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데다 1금융권에서 찾기 쉽지 않은 최대 연리 6%라는 측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게 전북은행 측의 설명이다.

전북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와도 손잡았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원화마켓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이 필요하다. 전북은행은 지난 2월 고팍스와 실명계좌 계약을 완료했다. 이는 기존 원화마켓을 운영해온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을 제외한 첫 사례다. 고팍스를 통해 전북은행은 수수료 수익뿐 아니라 고객 기반을 넓히고 핀테크 서비스 경쟁력을 넓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다.

대구은행은 자사 금리 경쟁력을 앞세워 핀테크사들의 대출비교 플랫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실제 대구은행은 비대면 담보대출 비교 플랫폼인 ‘담비’ ‘뱅크몰’ 등을 통해 ‘무방문 전세자금대출’ 한시특판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전세대출에 가입하면 최저 연 3.3% 금리로 이용 가능하다.

유통업계와 협업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부산은행은 이미 수년 전부터 협업을 통해 점포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16년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11층에 ‘디지털 셀프뱅크’ 1호점을 개점하는가 하면 2018년에는 부산 구서동지점 1층에 자동화 코너와 편의점 ‘세븐일레븐 부산구서BNK점’을 결합한 복합 편의 공간을 선보였다. 2019년에는 ‘이디야커피’와 손잡고 STM과 모바일뱅킹(썸뱅크)·태블릿PC를 기반으로 하는 ‘셀프브랜치’를 오픈하기도 했다.

대구은행도 연내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금융 특화 매장을 열 예정이다.

지방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산업에 대한 지역적 한계가 사라지고 비은행 사업자들이 금융서비스 경쟁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변화에 동참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지방은행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디지털화에 나서게 되면 막대한 자본 투자 대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핀테크 및 빅테크 기업과 협력할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미래 고객층을 유입시키고,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지방은행 사이에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이승홍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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