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미래를 여는 기업]㈜해성판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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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기술로 미래를 여는 기업]㈜해성판넬

샌드위치패널의 새 기준…내화·준불연 기술로 답하다
내화 30분~2시간 대응…현장 조건별 다양한 패널 설계
자동화공정 균일 품질…건설경기 악화에 유지·관리 집중
지붕·태양광 결합 시스템형 가공메탈 기반 세계시장 도모

홍석우 ㈜해성판넬 대표
샌드위치패널을 둘러싼 인식은 몇 년 새 달라졌다.

빠른 시공과 비용 절감의 상징이던 자재는 화재 사고 이후 가장 먼저 점검 대상에 올랐다. 산업시설과 물류창고, 대형 축사처럼 공간 규모가 큰 건축물에서 피해가 반복되자 현장은 단열 성능보다 화재 대응력을 먼저 따지기 시작했다.

기준이 바뀌자 시장도 함께 움직였다. ‘쓸 수 있는 자재’와 ‘써도 되는 자재’의 경계가 분명해졌고 인증과 시험 성적이 없으면 논의 테이블에 오르기조차 어려워졌다. 샌드위치패널 시장 역시 자연스럽게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일부 업체는 설비 투자를 감당하지 못해 밀려났고 일부는 제품 구조 자체를 다시 짜야 했다.

포스코 이노빌트 인증
광주 광산구 평동산단에 자리한 ㈜해성판넬(대표 홍석우)은 이 변화의 한복판을 지나온 기업이다.

산업시설과 물류창고, 상업용 건축물에 쓰이는 샌드위치패널을 생산해 온 해성판넬은 최근 몇 년 사이 내화·준불연 성능을 갖춘 제품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시장 요구가 달라졌다는 판단이 우선이 됐고 그에 맞춰 생산 체계와 기술 대응 방향도 함께 조정됐다.

패널은 하나의 건물 안에서도 역할이 다르다. 방화구역에는 내화 성능이 요구되고 외벽에는 준불연 자재가 들어간다. 지붕은 화재 시 붕괴를 막아야 하는 구조적 역할이 강조된다.

해성판넬은 이런 현장 조건을 전제로 내화 30분부터 2시간까지 다양한 요구에 대응해 왔고 실제 수요가 가장 두터운 준불연 패널을 중심으로 생산 비중을 가져갔다. 가격과 성능의 균형이 맞아 현장에서 선택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품 전략의 출발점은 설비였다.

샌드위치패널은 겉보기와 달리 정밀도가 매우 높은 제품이다. 단열재와 강판이 결합되는 과정에서 조금만 어긋나도 시공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해성판넬이 자동화 설비 도입에 공을 들여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 손에 의존하던 공정을 줄이고 기계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품질 편차를 최대한 낮췄다. 생산 속도보다 균일성과 안정성을 먼저 잡겠다는 선택이었다.

㈜해성판넬 자재
설비 투자는 곧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패널 산업은 한 번의 투자로 끝나지 않는다.

내화·준불연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시험과 인증 유지가 필수적이고 기준이 바뀔 때마다 다시 비용을 들여야 한다. 해성판넬이 겪어온 시간 역시 이런 부담의 연속이었다. 신규 업체가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원자재 수급부터 생산, 포장, 납품까지 전 공정을 직접 관리하는 구조 역시 이런 산업 특성과 맞닿아 있다. 패널은 납기 하나만 어긋나도 공사 일정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현장에서는 자재가 늦어지는 순간 비용이 발생하고 책임 소재를 둘러싼 마찰이 생긴다. 거래처가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는 결국 이런 공정 안정성에서 나온다.

건축 기준 변화는 인력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내화·준불연 성능이 강화되면서 단순 생산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졌고 시험 대응과 품질 관리, 현장 요구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숙련 인력의 역할이 커졌다. 해성판넬 역시 생산 현장과 품질 관리 라인을 중심으로 내부 소통을 강화하며 기준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운영 구조를 만들어 왔다. 자재 하나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공정 전체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돼서다.

2022년 이후 건축법 개정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다.

㈜해성판넬 제품의 모습
화재 안전 기준은 소재 시험에서 실물 모형 시험으로 바뀌었고 실제 건축물과 유사한 구조를 만들어 불을 붙여 성능을 검증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준비 기간은 짧았고, 대응하지 못한 업체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밀려났다. 해성판넬은 이 과정에서 내화·준불연 제품 개발과 인증 확보를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하며 경쟁력을 유지했다.

건설 경기가 꺾이자 패널 시장도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신규 착공이 줄면서 물량 자체가 감소했고 기존 방식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국면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새로 짓는 건물보다 이미 지어진 건물을 어떻게 유지·보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늘기 시작했다. 산업 현장의 관심도 점차 ‘신축’에서 ‘관리’로 옮겨갔다.

이 과정에서 노후 지붕을 덮는 공법과 태양광 설비를 결합한 구조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단순한 패널 공급이 아니라 장기간 사용을 전제로 한 내구성과 방수 성능이 중요해졌다. 해성판넬이 지붕용 패널과 태양광 결합 자재 개발에 힘을 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재 하나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하는 시장이 됐다.

패널이 쓰이는 산업 영역이 넓다는 점도 변화의 배경이다.

물류와 제조, 에너지 설비, 유통 시설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같은 자재가 쓰이지만 요구 조건은 제각각이다. 해성판넬이 광주·전남을 넘어 타 지역 현장까지 꾸준히 납품을 이어온 배경에는 이런 복합적인 산업 수요에 대한 경험이 쌓여 있다. 현장 요구를 제품 설계와 생산 과정에 반영해 온 시간이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기술 신뢰도를 설명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해성판넬 제품 시안
과거에는 납품 이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떤 시험을 통과했고 어떤 인증을 유지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해성판넬이 포스코의 건축자재 인증 체계인 ‘이노빌트’에 선정된 것도 이런 흐름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노빌트’ 인증은 포스코 강재를 건축용 강건재로 가공하는 고객사의 제품이 심사기준을 충족했다고 판단될 경우 포스코가 해당 제품에 대해 ‘이노빌트’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성능 중심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준을 갖췄다는 신호로 읽힌다.

중장기적으로 회사는 고부가 제품과 해외 시장을 함께 바라보고 있다. 시스템형 가공 메탈처럼 정밀도가 요구되는 제품군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 확대 흐름에 맞춰 해외 인증을 통한 수출 가능성도 살피고 있다.

현재 해성판넬은 40명 안팎의 인력으로 두 개의 생산 거점을 운영하며 내화·준불연 중심의 판넬 제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가 강조하는 경쟁력은 외형적 성장보다 구조적 준비다. 기준이 바뀔 때마다 설비와 품질, 인증에 먼저 손을 댄 경험이 지금의 방향을 만들었다.

홍석우 ㈜해성판넬 대표는 “패널 산업은 이제 가격으로 버틸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며 “현장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먼저 읽고 그에 맞춰 준비하는 게 제조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과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패널을 꾸준히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송대웅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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