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학 비진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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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대학 비진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박형주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장

박형주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장
2024학년도 대학 수시입학 합격자 발표와 함께 본격적인 대학 입시 여정이 시작됐다. 학교 안팎이 이런 저런 입시 전략을 세우라는 조언과 함께 응원으로 넘쳐난다. 그런데 대학 입시라는 엄청난 위세에 가려져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대학 진학의 길을 가지 않는 청소년들이다.

그 수는 얼마나 될까? 올해 고3 학생 수가 39만8271명인데, 이중에서 수능 응시 재학생이 32만6646명이니 대략 7만명 넘게 수능에 지원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응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는지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필자가 만난 A씨는 일반고를 갔지만 학업에 대한 버거움 때문에 고민 끝에 자퇴하고 마이스터고에 입학했다. 그러나 적응하지 못하고 시간이 갈수록 후회만 늘었다. 다행히 방과후만이라도 학교를 벗어나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며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괜찮아졌다. 덕분에 무사히 졸업해 곧바로 취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하던 일터가 아니라 얼마 못가 그만뒀다. 다시 취업하려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보니 결국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는 A씨만의 특수한 사례일까? 한국고용정보원(2021)에 따르면 고졸 이하 청년이 첫 작장을 잡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5개월로 대졸 이상 학력자의 평균 11개월보다 3배가 넘는다. 더욱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속에서 뚜렷한 진로 방향성과 전문성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 학력 지위가 취약한 이들은 일자리의 불안정성이 높아 잦은 이직을 경험한다. 실제 고졸 이하 청년의 경우 3회 이상의 이직 비율이 34%, 대졸 이상은 21.1%로 나타났다.

이렇듯 대학 비진학자들은 고교시절에는 입시위주 수업에 들러리를 서고, 졸업 후에는 갈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회적 낭비가 되풀이되고 있다. 대학 입시 제도는 교육적 목적보다 선별과 선발의 기능을 주로 하는데, 그간 학교교육이 이런 대입제도의 종속성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한때 80만명을 육박하던 고3 학생 수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4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대학진학 희망자와 대학 정원의 역전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80만명 중 40만명을 선별하던 관점에서 40만명 모두를 역량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고의 전환이 이뤄질 시점이다.

혹자는 ‘자기가 공부 안 해서 대학 못 간 걸 어떡하라는 거냐’고 볼멘소리를 쏟아낸다. 그러나 적지 않은 청소년이 대학 비진학을 선택하는 데 대해 조한혜정(2014)은 대학을 나오더라도 안정적인 직장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청소년들에게 ‘간파’되면서 대학 진학의 기회비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결과라 평가하고 있다. 즉, 대학 비진학자들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대학 입시 경쟁에서 뒤쳐진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자발적 혹은 다양한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비진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진로가 형성되고 있는 사회현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문제는 대학 진학을 위해 설계된 학교 특히 일반고에서 비진학을 결심한 청소년들에게 구체적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반고 교사들은 대학 진학이 아닌 다른 진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협소하기 때문에 비진학자들은 혼자 발로 뛰어야 한다. 교사들이 할 수 있는 건 다른 경로를 소개하고 연결해주는 정도인데 이것조차 교사 개인의 특별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학교는 이런 교사 개인의 노력을 장려하기보다는 안전 등의 이유로 불편해하는 시선이 더 강하다.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 비진학자들에게 또 다른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몹시 인색한 게 현실이다. 그동안 비진학자들은 노동시장에 곧바로 진입하는 고졸 취업자 또는 청소년기 과업을 미달성한 후기 청소년으로 분류돼 정책 대상에 포함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설계는 각각 직무교육 및 체험활동 위주라 비진학자의 다양한 개별적 욕구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청년 정책 또한 주로 대학생에 초점을 맞춰 이루어지다 보니 비진학자들에 대한 지원은 너무 빈약하다.

대학 비진학자들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취업시장의 진입만이 아니라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마땅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부유하는 이들에게 잠시 정박해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소속감과 자립을 준비할 최소한의 경제력, 그리고 경험을 쌓을 기회를 우리 사회가 제공해야 한다. 이제 대학에 가지 않는 청소년들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고 실질적 지원을 확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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