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K미술…모멘텀 마련 세계화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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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K미술…모멘텀 마련 세계화 도약

■창설 30주년 광주비엔날레와 100년의 비전
제1회 전시 국내외 관람객 163만명 방문 브랜드화 기대
2011년 광주폴리·2018년 파빌리온 프로젝트 외연 확장
베니스서 창설 30주년 특별전…전문가 중심 운영 지속을

2024년년 제15회 전시를 앞둔 광주비엔날레 전경
<1>프롤로그:광주비엔날레 태동과 30년의 역사
<2>5·18과 광주, 미술로 잇다
<3>광주만 있는 비엔날레 키즈
<4>세계 속 광주비엔날레
<5>국내 미술계에 미친 영향
<6>2027년 문 열 새 전시관은
<7·끝>에필로그:전문가들에게 듣는다

<1>프롤로그:광주비엔날레 태동과 30년의 역사
1995년 첫 전시가 선보인 후 올해 30년째를 맞은 광주비엔날레. 사람으로치면 완벽한 성년을 맞은 셈이다. 그러나 나이만 먹었다고 성년 취급을 할 수는 없다. 그에 걸맞는 노릇을 할때 비로소 성년 취급을 해주기 마련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뭔가 어른스러움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광주비엔날레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올해부터는 서른살 성년이 된 만큼 지난 전시들과는 결을 달리해야 어른 취급을 받게 된다. 오늘날 식자층에서는 이를 모멘텀이라고 표현한다. 광주비엔날레가 올해부터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특히 세계 미술올림픽으로 통하는 베니스비엔날레 역시 별다른 변화없이 흐르다가 10년, 20년, 30년 등의 주기로 정체되지 않고 진일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광주비엔날레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베니스비엔날레처럼 올해 반드시 모멘텀을 마련, 도약을 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여기다 현 박양우 대표이사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조직면에서도 광주비엔날레가 어떤 변화를 추구해 갈지 주목된다. 올해 국내외 관람객들을 위해 차려질 전시 등 미술밥상을 조망해본다.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을 관람하는 베니스 현지 관람객들.
광주비엔날레 창립 30주년을 맞아 제1회 대회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제1회 대회는 그야말로 사투를 벌여 마련된 자리였다. 예향이었지만 예향을 단언할 수 없는 등 현시대 간판 예술축제 부재로 인한 도시경쟁력의 급격한 약화를 만회하기 위한 회심의 역작이었던 것이다. 당시 전시는 1995년 9월 20일부터 11월 20일까지 중외공원 일원을 중심으로 62일 동안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로 국가와 민족, 이념, 종교 등을 초월해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세계와 함께 하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의미와 함께 예술을 포함한 각 개인의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통한 창조적 세계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전시는 대성공으로 마무리 됐다. 국내 방송은 물론이고 각종 매체의 호평이 쏟아졌고, 국내외 관람객이 무려 163만여명에 달해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런 후 30년이 흐르는 동안 세상은 몰라보게 변했다. 예술 장르 역시 세상의 빠른 속도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었다. 삐삐에서 시티폰을 거쳐 핸드폰으로 디지털 혁명이 일어났고,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의 등장과 대중화는 1995년 당시의 소통과 예술문화 소비 패턴을 완벽하게 바꿔 놓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광주비엔날레가 아시아비엔날레 중 체계가 잡히고 탄탄한 전시내용을 이루는 등 성장을 위한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아시아 하면 광주비엔날레가 언급될 정도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더욱이 세계 5대 비엔날레(2014년 아트넷 선정)로 꼽히고 있는 것만 봐도 광주비엔날레의 괄목상대할만 성장을 엿볼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위상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광주비엔날레를 거쳐가는 예술감독들이 대개 베니스비엔날레 감독 등 세계적 미술축제나 기관의 대표로 영전해가는 것이 이를 뒤받침하고도 남는다.

다만 제1주제였던 ‘경계를 넘어’의 경계가 창설 30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의 담론이 돼 가는 듯하다. 이 경계를 잘 헤쳐나갈 때 광주비엔날레는 한층 더 성장을 위한 모멘텀의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계는 사전적으로 풀이하자면 사물이 어떠한 기준에 의해 나누어지는 한계를 의미한다. 30년을 맞으면서 한편으로는 정체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광주비엔날레의 현주소다. 그래서 경계를 경직되지 않은 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유연한 전시 문화가 구축됐는가를 엄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여론이다.

특별전을 찾은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왼쪽에서 세번째)이 박양우 대표(왼쪽에서 두번째),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 최두수 전시부장 등과 함께 백남준의 고인돌 앞에서 기념촬영에 응한 모습.
광주비엔날레는 30년이 흐르면서 전시 외에 각종 부대 행사를 펼쳐왔지만 간판 프로젝트 구축은 광주폴리와 파빌리온(국가관)을 시작하던 무렵부터로 정리된다. 전시 자체의 흥을 북돋우기 위한 축제 형식의 부대행사가 관람객들의 단조로운 전시관람으로부터 파생된 나머지 갈증 등 빈 자리를 메웠지만 흔하게 회자된 ‘이쁜애 옆 이쁜애’ 같은 전시 구조를 만들지는 못했다. 한동안 달랑 전시만 존재했으나 그 전시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구성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들이 참여한 광주폴리 프로젝트를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해왔다. 광주폴리는 광주비엔날레와 더불어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총감독 승효상, 아이 웨이웨이)의 하나로 시작됐다. 이후 ‘광주폴리 프로젝트’는 2013년 독립적인 프로젝트로 추진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역사의 복원’을 주제로 한 광주폴리Ⅰ 11개를 비롯해 ‘인권과 공공공간’을 주제로 한 광주폴리Ⅱ 8개, ‘도시의 일상성-맛과 멋’을 주제로 한 광주폴리Ⅲ 11개 등 총 30개의 광주폴리를 광주 전역에 설치하면서 광주의 도시 문화 풍경을 만들어왔다.

이어 광주폴리IV는 ‘광주다움’을 주제로 광주의 관문에 설치돼 구도심에서 광주 진입로인 톨게이트까지 상호작용하면서 도시의 예술적 미감을 더욱 다양하게 펼쳐내고 있는 가운데 ‘무등의 빛’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맞춰 2020년 5월에 완공됐으며 민주·인권·평화의 ‘광주정신’ 을 담아 광주의 미래적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 광주폴리는 광주에만 있어 타지역에서 많은 견학이 이뤄지고 있다. 폴리는 비엔날레 전시가 없는 기간, 부족하지만 전시공백을 채워주는 상징물로 기능하고 있다.

또 광주비엔날레의 경쟁력 중 하나로 육성되고 있는 것이 국가관으로 쉽게 불리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다. 광주폴리에 비해 7년 늦게 시작된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2018년에 시작됐다. 처음에는 3개 기관이 참여했지만 매 대회마다 꾸준하게 늘려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순연된 2023년 제14회 전시에서는 9개의 국가관이 주요 미술시설 9곳에서 성황리 진행됐다. 30주년을 맞은 올해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30여개국이 참여할 예정이다. 제14회 대회(2023.4.7∼7.9) 때 미주와 유럽 중심의 국가관이 운영됐다면, 올해 국가관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대륙별로 고르게 참여해 운영된다. 특이한 점은 국가관임에도 광주가 별도로 광주 파빌리온을 광주시립미술관에 설치, 운영을 앞두고 있어 전시가 예년에 비해 한층 더 풍성해질 전망이다.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을 관람하는 베니스 현지 관람객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라는 주제로 환경과 생태 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작업을 펼쳐온 30개국 73명(팀)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9월7일부터 12월1일까지 86일간 전시의 향연을 펼친다.

다만 베니스비엔날레 역시 10년, 20년, 30년 주기 마다 모멘텀 마련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도모했던 것처럼 광주비엔날레 역시 그러한 모멘텀을 모색해내야 한다는 게 미술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래야 앞으로 30년 후 50년 후 100년 후 광주비엔날레가 현재의 위상과 경쟁력을 동시해 견고하게 안착시켜 끌고 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 취지 때문에 열리는 것이 창설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이다. 아카이브 특별전은 세계의 미술올림픽으로 통하는 베니스비엔날레 현장에서 진행 중이다. 베니스섬의 폐이자 국가관이 열리는 지아르디노(자르디노) 공원 건너 일 지아르디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에서 ‘마당-우리가 되는 곳’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4월18일 개막, 오는 11월24일까지 열린다. 아카이브 특별전에서는 연대기·소장품·아카이브 등으로 구성됐다. 재단의 소장작이자 제1회 원년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인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고인돌’(Dolmen, 1995)과 크초(Kcho)의 ‘잊어버리기 위하여’(To Forget, 1995) 등 두 작품이 설치돼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여기다 정치적 입김에 따라 해당 전문가가 아닌, 낙하산식 정치인사가 대표이사 자리에 앉는 등 부적절한 선임이 이뤄질 경우 그동안 쌓아온 광주비엔날레의 위상과 경쟁력은 급전직하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이처럼 광주비엔날레가 가는 길목 길목마다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암초를 만나 좌초하면 광주비엔날레가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미술계의 끊임없는 관심이 요구된다. 인사 뿐만 아니라 전시 시스템에 대한 법적, 제도적 안전 장치가 하루 빨리 구축돼야 한다. 이는 그 어떠한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음에 따라 자치단체장의 문화마인드의 수준 여하에 따라 쉽게 흔들릴 수 있어서 그렇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주 유일의 세계적 브랜드로 외롭게 자리를 지켜온 ‘광주비엔날레’가 올해 창설 30주년을 발판으로 한단계 도약을 일궈낼 수 있을지 미술계 안팎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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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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