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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언 음악감독 |
예로부터 예향의 도시라 불리던 광주는 뛰어난 예술가들이 많다. 내가 만나본 예술가들 중에 기량이 뛰어나고 예술성 또한 뛰어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마니아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성찰과 예술의 탐구에 인생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예술 활동을 하기 때문에 어쩌면 비즈니스에 치중하는 활동형 아티스트들 보다는 좀 더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성향들이 대외적으로 보여졌을 때는 마니아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예술이라는 것이 대외적인 활동이나 비즈니스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다른 이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들을 구현하고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예술세계를 증명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무언가에 광적으로 빠져 들 수 있는 사람들은 그에 따른 부수적인 여러 요소들이 동반되어 따라온다. 예를 들어 비틀즈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비틀즈가 활동했던 시절의 시대 배경이나 밴드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들의 앨범 등을 수집하고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예전부터 열심히 활동해 온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들은 많이들 이 마니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지금처럼 디지털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뭔가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것을 알고 공부하기 위해 직접 음반이나 서적을 구매한다던지 주변에 먼저 경험해 본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서만 마니아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언제 어디서든지 스마트폰만 있어도 어마어마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마니아적 아티스트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음악을 듣는 정서와 기분 그리고 미감보다는 기량과 시스템 그리고 비즈니스로 음악을 해나가는 활동형 아티스트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런 활동형 아티스트들은 실제로 사회적인 문화예술지원시스템이나 후원시스템을 잘 활용하고 그런 시스템을 활용하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반면 마니아적 아티스트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고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형태를 추구하기도 하기 때문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엄청난 감각과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실제로는 필드에 등판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자신을 알리고 피알하고 사회적인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도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대면해야 하는 비즈니스나 서류 작업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어쩌면 ‘내가 먼저 프로포즈를 해야 해?’ 라는 일부분의 자존심 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이런 자존심이나 자존감은 아티스트에게는 꼭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타인에 대한 질투가 아닌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생기는 곤조 같은 것인데 어쩌면 예술성 고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싶다.
그래서 나는 조만간 다큐멘터리 형식의 ‘마니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구현해보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이 프로젝트는 지역의 뛰어난 아티스트를 직접 찾아가서 담아 보는 것이다. 한국의 야구선수 한 명을 메이저리그에 데려가기 위해 수많은 야구 스카우터들이 한국에 와서 경기를 보고 선수들을 모니터 한다. 어쩌면 광주문화예술계에도 심사위원이 아닌 스카우터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위대한 광주의 마니아티스트들을 무대 위에 올려줄 매의 눈을 가진 위대한 스카우터들이 많이 등장한다면 나는 치킨과 맥주를 싸들고 선수가 아닌 이 스카우터들을 응원하러 나서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