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를 읽고 보고 느끼면서 위기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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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한국영화를 읽고 보고 느끼면서 위기를 고민한다

박기복 영화감독

박기복 영화감독
[문화산책]영화를 읽고 보고 느끼면서 고민하기에 앞서 ‘영화란 무엇이며 영화의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라는 궁금증부터 풀어보고자 한다. 영화를 규정하고 정의하는 데는 관객마다 접근하는 방식과 생각과 취향이 다를 것이다.

영화는 스토리, 연기, 과학, IT 기술, 산업, 컴퓨터 그래픽, 장비, 힐링, 소통 등 다양하게 정의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요소를 압축시켜 틀을 짜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영화 언어인 시나리오로 발전시킨다.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장소, 배경, 연기, 색, 장르, 미술, 소품, 타이틀 디자인, 의상, 분장 메이크업, 렌즈, 카메라 위치, 화면 구성, 조명, 배우의 움직임, 편집 등을 구성하는 감독의 계산이 깔려있다.

보통 영화를 본다고 하지 영화를 느낀다거나 읽는다고 하지 않는다. 영화를 대하는 방식과 소통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영상 이미지를 보는 것과 텍스트를 읽는 것의 차이일 것이다. 그 차이는 똑같은 상황의 이미지와 배우 연기를 대하면서도 전혀 상반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이미지의 흐름과 변화에 방점을 찍는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관찰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저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어떤 영화를 볼지 의도를 가지고 보기 때문에 타인의 삶을 엿보거나 관찰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영화를 읽는다는 것은 소설을 읽는 방식과 같은 방법으로 뇌를 작동시킨다. 즉 이미지를 이야기 정보로 바꿔 감독의 시점에서 시대 배경을 이해하고 등장인물의 대사나 심리, 신(scene)과 신(scene) 사이의 공간을 나름의 조합과 해석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영화의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는 관객은 처음부터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상관없이 나름의 방식으로 영화를 대하는 루틴이 있다. 마음의 부담을 버리고 영화를 본 후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편하고 자유롭게 보면서 느낌 그대로 받아들인다.

영화를 읽고 보는 방식은 달라도 관객은 싫든 좋든 영화의 느낌을 받기 마련이다. 영화 OST를 통해 그 영화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하고 배우 연기를 통해 광 팬이 되기도 하고 영화 곳곳에 배치한 절묘한 미장센(Miseenscene)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이렇듯 영화가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된 이상 휴식과 위로와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한순간일지라도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가 되었으면 좋겠고 깨달음이 되었으면 좋겠고 오랫동안 각인되어 가끔 재생시켜 보는 추억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는 영화 관객들에게 영화 읽기를 한 번쯤 권하고 싶다. 영화 정보를 미리 알고 선택했을지라도 감독의 시점에서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면 뜻밖의 재미와 만족을 느낄 수 있으리라 여긴다.

그런데 칸을 넘어 세계영화를 이끈다는 K-무비가 위기에 빠졌다.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팬데믹 이후로 바닥을 친 극장 관객 수는 엔데믹 이후에도 팬데믹 이전 상황과 비교했을 때 반 토막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한 몇몇 작품의 개봉 일정은 여전히 요원하며 이로 인해 새롭게 제작되는 작품수도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물론 팬데믹 이후 일정 부분 1000만 관객 돌파 영화들이 쏟아진 성과도 있었다.

‘범죄도시’ 시리즈, 오컬트 영화로서 최대의 성과를 낸 ‘파묘’,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서울의 봄’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관객 수는 1억 2313만명이었으며 특히 한국영화 관람객은 7147만명으로 전년 대비 17.6% 올랐다. 그러나 세부지표에서는 지난해 평균 관람 횟수, 극장 수, 스크린 수가 모두 펜데믹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여 한국영화의 수익률은 -16.4%였다.

2025년 한국영화제작현황만 보더라도 얼마나 심각한 위기인지 알 수 있다. 2025년 한국영화 제작 편수는 약 25편이다. 그 틈을 극장 방문보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를 통한 영화 시청을 선호하는 관객 소비자는 늘어나고 한국영화 산업의 침체는 더 깊어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CJ CGV는 최근 ‘2025, 2026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단독 생중계 및 프로모션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극장에서 영화 대신 야구 중계를 하는 서글픈 영화 산업의 현주소를 영화 관객들은 지켜보고 있다.

관객들의 소비 패턴은 변화하고 있지만, 한국 영화계는 여전히 과거의 성공 공식에 기대고 있다. 대한민국 5천만 인구에 비례해 수백억 제작비가 투자되는 블록버스터와 대작 중심의 전략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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