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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4·16참사 11주기를 맞아 사고 해역에서 선상 추모식에서 유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
16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은 4·16참사 11주기를 맞아 사고 해역에서 선상 추모식을 열었다.
이날 추모식을 위해 해경이 준비한 3000t급 3015경비함정에는 참사 가족, 지인 등 34명을 비롯해 관계자 등 75명이 탑승했다.
오전 7시30분 목포 해경부두에서 출발한 경비함정은 뱃길로 3시간을 달려 오전 10시30분께 약 96㎞ 떨어진 사고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에 도착했다.
경비함정 옆으로 세월호가 침몰한 장소를 알리는 ‘세월’이라는 글자가 적힌 노란 부표가 안개 사이로 보이기 시작하자 유족들은 하나둘씩 추모식이 열리는 갑판으로 이동했다.
사고 해역 도착 후 묵념과 함께 시작된 선상 추모식은 추도사, 헌화, 참사해역 선회 순으로 엄수됐다.
묵념 후 별이 된 희생 학생 250명의 이름들이 하나씩 바다에 울려 퍼지자 유족들은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한숨을 쉬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일부 유족들은 깊고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눈을 지그시 감거나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했다.
국화가 바다에 헌화되자 유족들은 주저앉아 아이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거나 ‘잘 지내느냐. 보고 싶어’, ‘올해도 아빠가 너 보러 왔다’ 등을 토해내며 오열했다.
수십여 송이의 꽃들이 망망대해에 띄워지자 유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고, 선상 위는 눈물바다가 됐다.
봄이면 학교 벚꽃을 보고 좋아했던 아이들의 기억을 담아 챙겨온 벚꽃 잎도 참사 해상에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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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4·16참사 11주기를 맞아 사고 해역에서 선상 추모식에서 유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
헌화를 마친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세월호 침몰 장소를 연신 바라보며 참아온 애끓는 간절함을 쏟아내는 유족도 곳곳에서 보였다.
단원고 2학년 3반 김빛나라 학생의 어머니 김정화씨는 “10년 전 교복 입은 아이들을 보면 내 아이가 아닐까 하는 두근거림으로 눈을 뗄 수 없었다”며 “지금은 장성한 청년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산이 변하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아이가 너무 보고 싶다. 어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너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40여분 간 이어진 선상 추모식은 경비 함정이 희생자들을 기리며 노란 부표를 순회하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유족들은 침몰 해역에서 희생자 곁을 지킨 부표가 희미해질 때까지 갑판 위에 머무르다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제서야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단원고 2학년 9반 정다혜양의 어머니 김인숙씨는 “매년 사고 해역을 찾고 있지만 가슴이 미어지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픔은 똑같다”며 “아이의 마지막 숨결이 남은 곳이라는 생각에 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꿈에서만 아이를 본다. 꿈에서 깨면 허탈하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아이를 꼬옥 안아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선상추모식 후 유족들은 세월호가 거치돼 있는 목포신항으로 발걸음을 옮겨 목포기억식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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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4·16참사 11주기를 맞아 사고 해역에서 선상 추모식에서 참사 해역을 마주한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
광주시내 곳곳에서도 추모 행사가 열렸다.
이날 광주시교육청은 청사 1층 북카페에서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모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정선 광주시교육감과 최승복 부교육감, 국·과장, 직원들이 참여해 희생자를 기리고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다짐했다.
직원들은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이 담긴 명함 엽서에 추모와 실천 다짐을 적었다.
이어 비판적 사고를 통해 스스로 삶을 설계하는 학생 중심 교육,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교육,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한 직무 책임 실천,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한 교육의 역할 등을 함께 다짐하고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광주 남구는 김병내 구청장과 간부공무원 등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운광장 양우내앞애 앞 광장에서 추모식을 진행했다.
추모식은 헌화, 묵념, 추모사·추모시 낭독, 합동헌화, ‘천개의 바람이 되어’ 제창 등 순으로 열렸다.
광주 북구마을촛불모임도 북구청사 앞에서 ‘기억의 시간’을 주제로 추모행사를 열고, 마을 주민과 시민, 대학생, 지자체 관계자 등 40여명과 함께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또 이들은 세월호와 이태원, 제주항공 참사 등 반복되는 국가 재난 속에서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진실과 미완의 책임자 처벌, 국가의 책임 회피와 방기 등을 지적했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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