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민주주의 수호한 오월 영령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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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호한 오월 영령에 감사"

[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행사 후 민주묘지 찾는 추모객들 발길 이어져
자식·부모 생각에 눈물…헌법 전문 수록 촉구

5·18 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일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그 때는 고문 당한 남편이 원망스러웠는데 지금은 미안하고 자랑스럽습니다.”

18일 오전 엄수된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끝나자 참석자들로 가득 찼던 좌석은 금세 비워졌다.

누군가는 오월 정신을 마음에 담은 채 귀가했고, 대다수는 오월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민주묘지로 발걸음을 향했다. 이들은 1980년 5월 당시 자식, 남편, 지인을 잃은 시민들이었다.

고(故) 정종표 열사의 아내 장경옥씨(86)도 이중 한 명이다.

장씨는 기념식이 끝나자 아들과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며 남편이 묻혀 있는 곳을 찾았다.

1980년 5월 당시 정치인으로 활동한 정 열사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같은 해 7월 경남지부 보안부로 연행돼 5·18을 선동한 혐의로 고문을 받았다.

당시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던 그는 지난 2003년 사망했다.

장씨는 “가정을 뒤로 한 채 민주화운동에만 집중하던 당시 남편의 모습이 너무 원망스러웠다”며 “남편이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지금 남편분을 체포해 가지만 큰 일을 하는 것이고 훗날 시대가 바뀌면 다 이해할 것이다’는 형사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국가 폭력에 의해 고통을 겪다 세상을 떠난 남편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장씨는 “당시 남편에게 불만도 많고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 하지만 이제야 남편의 행동들이 이해된다”며 “너무 늦었지만 미안하고 후회가 된다”고 울먹였다.

담양에서 온 고 김승현 열사의 아내는 가족에게 헌신했던 남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에 묘비를 한없이 부여잡았다.

함께 김 열사를 찾은 아내의 지인들도 안타까운 마음에 함께 눈물을 훔쳤다.

5·18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김 열사는 신군부에 무차별 구타를 당했고, 21일에는 시위 중 옆구리에 구타를 당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후 후유증을 겪다 지난 2001년 숨을 거뒀다.

아내 채화자씨(70)는 “자녀들에게 사랑스러운 아빠였고, 나에게는 듬직한 남편이었다”며 “23년 결혼생활을 했지만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완벽한 남편이었다”고 김 열사를 기억했다.

그러면서 “고문도 당하고 경찰에 쫓기는 모습을 보면서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저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고 토로했다.

오월 정신 계승과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채씨는 “말로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했다’고 하는데 폭도니 간첩이니 왜곡과 폄훼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며 “80년 5월에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명예와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오월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묘지를 찾은 추모객들의 발길은 기념식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계속됐다.

인천에서 가족과 함께 묘지를 방문한 최민섭씨(50)는 “지난해 12월3일, 80년 5월이 지켰던 유산인 민주주의가 무너질 뻔 했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며 “아이들에게 지금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누가 수호했는지를 알려주고 싶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윤용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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