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아이는 왜 클래식 음악을 하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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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아이는 왜 클래식 음악을 하는가요?

백홍승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

백홍승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
[문화산책] 요즘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는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콩쿠르이다. 그것도 국내의 웬만한 콩쿠르는 말고 단 한 방에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는 세계 유명 콩쿠르를 목표로 필사적인 연습은 계속된다. ‘번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황금 사다리에 올라탄 후 아이돌급 인기몰이를 하는 ‘임윤찬’을 비롯하여 한국의 아이들은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끊임없이 낭보를 전해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 젊은이들의 유명 콩쿠르에서의 활약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결과다. 예전에 수십 년 동안 경제적으로 세계를 재패했던 일본은 당시 국가적으로 풍요했고 넘치는 잉여 자본으로 문화 예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던 때가 있었다. 일본의 경우 대략 1970년대부터 수십 년간 전 세계 유명 음악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크게 약진했었다. 학부모들은 극성스러웠고 학생들은 죽기 살기로 연습했다. 클래식 스타를 꿈꾸며 그렇게도 수많은 학생들이 도전했으니 당연히 입상 확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아이들이 치열하게 준비하고 경쟁하고 있으니 당연히 입상 가능성은 높아진다.

요즘 유튜브에서 아주 핫한 국내 지휘자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백윤학이다. 포디엄 위의 그는 전혀 근엄하지 않다. 그의 주체할 수 없는 끼는 즐거운 음악이 나오면 상당히 격렬한 춤을 추면서 단원들과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곤 하는데 보고 있자면 꽤나 즐겁고 재밌다. 백윤학의 지휘에서는 그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감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내 개인적인 견해는 반드시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 하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다면 바로 이런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원래 음악 전공이 아니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공학도였다. 음악이 너무 하고 싶어서 아예 음악 전공으로 후에 진로를 바꾼 것이다. 예상컨대 아마도 그는 어릴 때부터 기본적으로 음악에 상당한 소질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명문대를 나온 공학도로서 순탄했을 수 있는 장래를 마다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음악의 길을 선택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현직 음악대학 교수를 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그의 성공의 열쇠를 본인이 잘할 수 있으면서도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했다는 데서 찾았다. 모든 인생에서 잘될지 안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정말 좋아해서 하는 일은 힘든 과정이 있을 수 있지만 본인이 행복하니 괴롭지 않고 또 후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자녀에게 음악을 공부시키는 학부형들의 희망이 유독 솔리스트 쪽에 치우치는 현상이 있다. 이것은 상당히 비정상적이고 너무나 무모하다. 물론 자기 자녀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소위 잘나가는 솔리스트가 된다는 것이 사실은 천재적인 소질 외에도 그 준비 과정에서부터 엄청난 고통과 인내를 수반하는 지난(至難)하기 짝이 없는 길이다. 나는 그동안 적당히 뛰어난 애들은 많이 봐왔다. 하지만 초일류 솔리스트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냥 잘해서는 안 되고 아주 썩 잘해야 한다. 한마디로 낙타가 바늘귀 들어가는 확률이다.

어쨌든 한국의 백윤학 같은 케이스는 일본이나 미국 등 문화 선진국에서는 상당히 자주 발견되는 케이스로서 그들의 사회에서는 이런 류의 음악가들의 등장에 별로 놀라지 않는다. 동경예술대 교수를 지낸 일본 플루트계의 거목(巨木) ‘요시다 마사오’는 게이오대 법학부 출신이었고 현재 핀란드 국립교향악단의 플루트 수석 ‘고야마 유우키’도 게이오대 이공학부 출신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꽤 인기가 있는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도 동경대 공대 석사 출신이다. 오는 9월에 광주예술의 전당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음악회에 솔리스트로 출연할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 ‘오쿠보 루나’는 세 살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하여 루마니아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기까지 악기연주와 학업을 병행해 왔고 지금도 명문 게이오대 법학부에서 공부 중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 가운데는 변호사도 있다.

아무튼 내가 부러운 것은 이런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의 분위기다. 우리 사회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견고하다. 반면 그들의 사회는 그런 면에서 관대하고 상당히 자유롭다. 대학을 나왔든지 안나왔든지,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했는지는 상관이 없다. 음악적인 능력과 소질은 이와는 완전히 별개로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평가받는다. 나는 이렇게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전공을 한 사람들이 실력 하나만으로 음악가로 인정받는 사회야말로 열린 사회이며 진정 기회가 있는 나라라고 인정하고 싶다.

이제는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요즘 음악대학을 졸업한 후의 취업은 정말로 쉽지가 않다. 예술가들이라고 물만 먹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음대를 나왔다고 해서 모두 연주자로 살지는 않는다.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음악 기획자나 프로듀서, 음악교사, 전문기자나 저널리스트가 될 수도 있으며 관련 문화기관에 취업하거나 클래식 매니지먼트사에 취업할 수도 있다. 음악을 전공했지만 오히려 다시 선택한 제2의 전공으로 더욱 큰 세상적 성공을 이룰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사회 진출을 앞둔 음대 학생들의 시야는 지금보다 훨씬 넓어져야 하며 그러한 성장과 다양하고 효율적인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지금 대학교육이 져야할 너무나도 당연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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