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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항로 수심 부족으로 대형 선박들이 기항을 건너뛰는 ‘스킵 항만’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소 수심 17m 확보를 위한 항로 증심준설사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28일 여수광양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현재 광양항 컨테이너 항로의 수심은 평균 16m, 폭은 600m다. 이 조건에서는 1만5000TEU급 선박까지는 입출항이 가능하지만, 1만8000TEU급 이상 대형선박은 조수 간만을 맞춰 정박지에서 수 시간을 대기해야 입항이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 전 기항지에서 일부 화물을 내려야 하는 등 정상적 기항이 어렵다.
국제 기준을 보면 1만8000TEU급 선박의 안전한 항로 수심은 18.0m, 2만4000TEU급은 18.4m가 필요하다. 그러나 광양항은 수심 16m에 머물러 있으며, 증심준설 계획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대형 선박 유치에 제한이 따르고 있으며, 선사들이 안정적 기항지로 광양항을 기피하는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 광양항에 입출항한 1만TEU급 이상 선박은 2022년 177척(5.3%)에서 2023년 231척(6.2%), 2024년에는 257척(7.5%)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형 선박 수요는 늘고 있지만, 물리적 여건은 그대로다. 이대로라면 선사의 기항 포기와 물동량 감소는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는 2029년 개장을 앞둔 무인 자동화부두(4선석, 연간 136만TEU 처리)는 초대형 선박 유치를 전제로 계획된 시설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수심 조건에서는 계획된 처리능력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다, 사업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광양항 수심 17m 증심준설에는 총 4057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정부의 제4차 항만기본계획(2021~2030년)에조차 반영돼 있지 않다.
이에 지역 경제계는 물론 해운업계에서도 “정부가 광양항을 사실상 정책 우선순위에서 제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부산항은 이미 2017년 신항 항로 수심을 17m까지 확보했고, 현재 건설 중인 진해신항은 수심 23m 확보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항만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 확보에 발 빠르게 나선 셈이다.
우광일 광양상공회의소 회장은 “광양항의 수심 확충 지연은 세계적인 해운사의 신규기항 및 물동량 유치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지역산업과 국가 물류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와 관계 당국은 컨테이너부두 해상 접근성 개선과 수심확보를 위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공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광양=김귀진 기자 lkkji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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