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간, 기업 내 자발적 사업 재편이 속도감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판을 짜고, 구조 개편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각종 금융, 자금, 세제 등 지원을 집중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 방안’을 마련해 관계부처, 업계와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 늦어도 이달 중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동·중국 등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며 3∼4년째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여천NCC가 적자 누적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부도 위기에 몰리며 추가 출자, 유상증자와 같은 긴급 수혈을 받는 등 풍전등화 상황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통해 진행한 컨설팅 용역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영업손익과 재무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불황이 이어진다면 3년 뒤에는 기업의 절반은 지속이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작년 말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BCG그룹 보고서, 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석유화학 산업의 사업 재편을 유인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당사자인 기업들이 각자 중장기 사업계획과 손익계산을 통해 자발적으로 사업을 정리·조정하거나 인수·합병(M&A) 등 ‘결단’을 내리면, 사업 재편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정부가 각종 제도·행정 지원에 나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위기에 대응해 최근 LG화학이 대산·여수 공장의 석유화학 원료 스티렌모노머(SM) 생산 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나주 공장 알코올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롯데케미칼이 대산 에틸렌글리콜(EG) 2공장을 비우고, 여수산단 내 2공장의 일부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우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 함께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NCC 설비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도 각종 지원책을 정리했다.
기업들의 신속한 사업 재편을 촉진하기 위해 합작법인 설립, 신사업 M&A 추진 시 기업결합심사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 컨설팅을 지원하고, 사업 재편을 위한 정보 교환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간소화하는 등 규제 문턱을 낮춘다.
과거 일본이 1980년대 오일쇼크 여파로 위기에 몰린 석유화학 산업의 재편 과정에서 M&A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한시 유예한 것을 참고해 업계 요구 사항인 공정거래법 규제를 완화하는 카드도 대책에 포함할지 마지막까지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오 기자 solee23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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