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사상’ 광주 학동 붕괴참사, 4년 만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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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사상’ 광주 학동 붕괴참사, 4년 만에 ‘유죄’

징역 6개월 등 확정…도급사업장 사업주 책임 첫 판례
유가족들 "처벌 수준 낮아…기업 안전의식 개선 한계"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의 주요 책임자들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 마용주 대법관은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HDC현대산업개발, 하청·재하청사(한솔·다원이앤씨·백솔) 임직원과 감리사 등 8명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4년 2개월 만에 참사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형사 재판이 모두 마무리됐다.

이들은 2021년 6월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안전관리와 감독 소홀로 철거 중인 5층 건물의 붕괴를 일으켜 현장을 지나던 시내버스 승객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붕괴 당시 굴착기를 운전한 재하도급 업체 백솔건설의 대표 조모씨(51)에게는 징역 2년 6개월, 하청업체인 한솔기업의 현장소장 강모씨(32)는 징역 2년, 한 번도 현장 확인을 하지 않은 철거 감리자 차모씨(63)는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하청사(이면계약)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씨(54)에게는 금고 2년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모씨(61)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과 벌금 500만원이, 현산 안전부장 김모씨(60)는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이, 현산 공무부장 노모씨(57)는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이 유지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된 HDC현대산업개발의 벌금형도 동일했다.

2심에서 벌금 3000만원이 선고된 한솔기업과 백솔건설은 상고하지 않아 2심에서 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가 해야 할 안전·보건조치를 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와 제39조는 원칙적으로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에 관해서도 적용된다”면서 “도급인의 책임 영역에 속하지 않는 보호구 착용 지시 등 근로자의 작업 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은 ‘사업주’는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한다’는 최초의 판례가 됐다.

그러나 광주 학동 붕괴참사 유가족들은 이번 대법원 판단에 대해 ‘생명을 앗아간 참사, 가벼운 처벌’이라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은 중대 재난에 대한 처벌 수위는 참사의 심각성에 비해 현저히 가볍다”면서 “미온적 처벌로는 유사한 참사의 재발을 방지하기 어려우며, 기업들의 안전의식 개선을 견인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개발·건설 현장에 대한 구조적 개혁과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안전이 생명보다 가벼이 여겨지지 않는 사회, 기업이 이윤보다 사람을 우선시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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