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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감각 환경’이라는 주제로 개막한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의 특별기획전에 출품된 김윤철 작가(오른쪽 두번째)의 작품 ‘Argos-the Swollen Suns’를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 |
이는 지난 16일 개막, 오는 11월 16일까지 ‘감각 환경’(Sensory Milieu)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의 특별기획전에 작품 ‘(non)semantic process [version with a piece of sedimentary rock Gwangju]’를 출품한 일본 작가 노리미치 히라카와의 출품작에 관한 설명이다.
주제인 ‘감각 환경’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ere)의 개념에서 출발한 것으로, 이번 전시에는 우리의 감각과 인식을 새롭게 구성한다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기술과 자연 및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 하나의 감각적 환경이 펼쳐져 있는데 이를 대면할 수 있다.
노리미치 히라카와는 작품명제에 광주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작품 오브제를 광주의 돌로 해결했다. 애초 그는 600kg의 돌을 생각했지만 가져올 수 없어 계획을 바꿔 무등산 등에서 찾아낸 작은 돌로 매핑을 해 작업을 펼쳤다. 그의 작품은 광주에서 모은 돌의 디지털 이미지에서 픽셀(pixel 주소화될 수 있는 화면의 가장 작은 단위)의 명도(색의 밝고 어두운 정도) 값을 나눈 뒤 그 나머지 값을 해당문자로 대체, 알파벳 시퀀스(sequence 알파벳 순차적 나열)로 변환했다. 이 알파벳 시퀀스를 사전에서 검색해 실제 존재하는 단어를 나열, 영어 문장을 생성하는 프로그램을 구현해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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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환 작 ‘윤리적 특이점-자기비판적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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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 작 ‘이모르텔’ |
이어 김윤철 작가의 작품 ‘Argos-the Swollen Suns’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출렁임을 감지하는 거대한 감각기관인 아르고스로부터 촉발돼 우주를 관통하며 지구에 끊임없이 쏟아지는 미립자(뮤온)의 흔적을 빛과 소리로 변환한다. 이는 단순한 신호가 아니라 인간의 감각이 도달하지 못하는 차원을 횡단해 멀리서 오는 새로운 징후의 언어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새로운 징후의 언어는 빛의 징후를 포괄한다. 해석이 쉽지 않지만 소리와 섬광의 문제를 탐색한다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가이거 뮐러 튜브 총 246개가 마치 식물의 꽃봉오리처럼 조형화돼 결합한 장치로 소리와 섬광을 표현해낸다. 작가는 미술 전공자가 아니라 음악 전공자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촉망받고 있는 예술가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보조수단으로만 생각해왔던 기술이나 도구가 예술의 기본 개념을 뛰어넘어 전면 돌출됐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기술이나 도구를 전복시켜 더이상 보조가 아니라 동등하게 인식하며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자는데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또 문창환 작가의 ‘윤리적 특이점-자기비판적 화면’은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지역을 조사하고 기록한 가운데 전력 생산과 소비 사이의 구조적 불균형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이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 책임과 손실 부문이다. 발전소 인근의 주민들이 감내하고 있는 환경 오염, 그로 인한 건강 피해, 토양 침식 등 실질적 영향을 투영해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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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정 작 ‘초과된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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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콘닥터 작 ‘Earthworks’ |
이와함께 정다 작가의 작품 ‘Organic Matrix’는 스크린 속 링과 액체 속 조명 스트립의 움직임을 통해 AI 데이터와 실제 데이터의 교차를 시각화하고 있으며, 구기정 작가의 작품 ‘초과된 풍경’은 흙이나 나무, 이끼 등의 자연물을 렌즈로 촬영하고 이를 3D 가상 공간에서 합성해 디지털 이미지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외에 세미콘닥터의 작품 ‘Earthworks’는 입자층의 변형 과정을 통해 자연 풍경이 수천년 동안 생성되고 변화해온 양상을 재현해 본질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으며, 김형숙 작가의 작품 ‘인간 풍경-이미지들, 보여줄 수 없는…’은 사회적 시선에서 지워진 와상환자나 노인, 보호자, 요양보호자 등 존재하지만 감각되지 않은 이들에 새로운 질서를 시도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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