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늘어가는데 ‘마약 간판’ 마케팅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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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마약사범 늘어가는데 ‘마약 간판’ 마케팅은 여전

법 개정 1년 지났지만 여전히 남용…광주 8곳·전남 7곳
영업 중인 매장에는 권고사항…마약 범죄 확산 경각심↓

20일 광주 남구 주월동 한 음식점 간판에 ‘마약’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아이와 함께 다니는 산책길 인근에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합니다.” 광주 남구의 한 주택가 인근에 위치한 음식점 간판에 적힌 ‘마약’ 글자가 행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곳은 보행자의 왕래가 잦은 푸른길공원과 주변에 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상호 또는 제품명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극적인 문구로 눈길을 끌어보려는 업계의 관행이 마약 범죄 확산에 대한 경각심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마약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름에 따라 용어 사용 금지를 법제화하기 위해 식품 등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 일부를 개정했다.

세부적으로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의 2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및 각 지자체장은 식품명에 마약류 및 유사 표현을 사용하는 표시·광고를 하지 않도록 권고할 수 있게 됐다.

법 개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마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업체는 여전히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새로 영업장을 등록할 때는 마약 단어의 표기가 제한되지만, 이미 영업 중인 매장에는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관련 정책을 뒷받침할 정부 예산은 없다.

식약처가 관련 사업을 위해 예산 3억원(국비)을 편성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예산 전액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올해 6월 기준 광주에서는 업체 8곳이 여전히 ‘마약’ 용어가 들어간 상호를 사용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7곳이 마약 용어를 포함한 상호를, 3곳은 마약 용어가 들어간 제품명을 사용 중이다.

이는 연령제한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배달앱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주·전남을 주소지로 설정한 뒤 ‘마약’ 키워드를 검색하자, 제품명에 마약이 들어간 매장 다수가 노출됐다. ‘마약핫도그’ 등 익숙한 음식 외에도 애완동물 장난감 ‘마약스프레이’ 등 관련 상품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업주들은 개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그동안 익숙해진 상호명을 갑자기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간판과 메뉴판은 물론 배달앱 메뉴를 수정하는데 비용이 들어 무리가 있다는 것.

업주들에게 문구 수정을 강제할 수 없는 탓에 결국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들여 지원하는 상황이다.

광주 북구는 ‘식품 등 마약류 용어 사용 문화개선 계획’을 수립, 지난 9월부터 마약 관련 용어가 포함된 간판 및 메뉴판을 자발적으로 변경하는 업소에 최대 250만원(간판 200만원, 메뉴판 50만원)까지 교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인순(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소년과 어린이가 즐겨 먹는 음식에 마약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일상에서 표현이 반복 사용되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사회적 경각심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광주·전남 지역에서 검거된 마약 사범은 2021년 385명에서 2024년 570명으로 3년 사이 약 48% 증가했다. 연도별로는 2021년 385명, 2022년 585명, 2023년 1203명, 2024년 570명이 검거됐으며, 올해 7월까지 458명이 검거됐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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