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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영기 광주 동구 도시공간계획과장 |
동명동 어느 카페에 적힌 문장이 선물처럼 다가왔다. 동명동은 이렇게 커피에 진심인 카페가 많다. 사람들은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숨겨진 카페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계절마다 담벼락을 넘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골목의 풍경, 오래된 한옥과 감각적인 카페들이 어우러진 동명동은 MZ세대에게 ‘힙’한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은 젠트리피케이션과 상권 과밀화와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2019년 출범한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에서 시작됐다. 동명동 주민과 임차인, 상인들이 모여 만든 이 협의회는 단순한 주민공동체를 넘어 임차인과 건물주 간 갈등, 동네 불편 사항을 조정해 갔다. 이를 통해 동명동 건물주와 상가 임차인 간 지역 상권 활성화와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상생 협약을 맺는 결과를 얻었다. 동구청, 임대인과 임차인 108명이 임대료 인하에 동참하는 상생협약을 진행하며 상생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동구청도 ‘동구형 상생협력상가’ 지원사업을 통해 임대료 안정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상호협약을 통해 만든 ACC협력가게는 2019년 123개에서 시작해 2025년 8월 기준 287개로 늘어 민관협력이 단순한 소비 안정화를 넘어 지역 경제와 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동구는 특히 지난 2019년 6월 ‘광주 동구 지역상권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2021년 기초지자체 최초 골목재생팀을 신설해 동구다운 골목재생 기본계획을 수립, 다양한 골목특화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행정안전부 ‘골목경제 회복지원사업 우수사례’ 대상을 수상하며 동명동 카페거리를 단순한 상업적 성공을 넘어 상생과 협력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았다.
2021년부터 시작된 로컬 브랜드 축제인 ‘동명커피산책’은 동명동 곳곳을 걸으며 개성 있는 로스터리와 카페가 있는 골목을 돌아보는 축제로 주목받았다. ‘동명커피산책’은 골목 고유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각 카페가 동명동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스토리가 있는 시그니처 메뉴 개발이나 다양한 커피 콘텐츠 기획·운영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충분했다.
지난해 동명커피산책의 경우 1일 4만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고, 상가 매출 30% 상승을 견인하며 광주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100여개의 커피, 디저트, 베이커리 등의 로컬 상가가 참여하는, 전국의 커피 매니아들이 찾는 축제로 성장한 것이다. 11월 8일 열리는 제5회 동명커피산책은 커피에서 시작해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며 로컬 브랜딩의 대표 무대로 우뚝 섰다. 동명동이라는 공간의 매력을 극대화하며 지역 커뮤니티가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문화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커피로 물든 동명동은 이제 커피를 뛰어넘어 로컬콘텐츠 타운 조성을 위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 우수상권 육성사업을 통해 ‘동명, 칸타타 산책길’ 비전의 상권마스터플랜을 수립, 로컬 콘텐츠 개발 지원사업 등을 통해 ‘광주 제1호 대표 상권’으로 선정됐다. 올해는 고도화 사업으로 로컬 특화 상품 개발, 테마 거리 조성, 지역관리회사 육성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등 동명동이 가진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 또한 동명동의 크리에이터가 주도하는 중소벤처기업부 ‘2025 동네상권발전소 지원사업’을 통해서는 청년 창업가와 주민 협업 모델인 골목 리더 ‘동명크루’ 네트워크를 조직화하며 동명동의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이끌고 있다.
동명동 카페거리는 이제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골목상권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상생’이라는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된 이들의 노력은 단순히 상권 활성화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활력을 되찾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골목 경제의 미래는 자본의 논리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진심과 협력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힘이다. 동명동의 ‘커피 한 잔’에는 단순히 맛의 즐거움만이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이러한 마음을 바탕으로 동명동 카페거리가 동명동만의 빛깔을 간직한 로컬콘텐츠 타운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2025.10.29 (수) 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