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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동주 광주지방기상청장 |
‘광주에 하루 동안 335.6㎜의 비가 쏟아진 1989년 7월 25일, 덤프트럭 운전자 이모씨는 쏟아지는 빗속에 잠긴 복개도로로 떠내려가는 여러 대의 차량을 덤프트럭에 연결해 몇 대를 구조하고 뿌듯했던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애 둘을 키우는 이모씨는 어릴 적 무더운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마당 위 평상에서 수박화채를 먹으며 밤하늘 별을 바라보던 그때가 아직도 떠오른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지난해 11월 광주지방기상청이 발간한 ‘광주광역시 기후변화 85년사(1939~2023)’의 일부 내용이다.
광주의 기후변화와 지역민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은 이 책은 광주시탄소중립지원센터,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함께 지역의 기후위기 인식을 확산하고, 기후변화를 교육하기 위한 실증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발간됐다.
수치로 표현된 기후통계를 독자들이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지역민의 이야기와 사진을 담고, 수필형식으로 만들었다.
1부는 ‘날씨가 그린 광주’를 주제로 광주의 기후변화 흔적, 과거 폭염과 한파 경험담, 무등산의 기후변화, 기후변화의 이상 신호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전에는 한파로 광주 금곡동 ‘풍암제’ 저수지가 꽁꽁 얼어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즐기기 좋은 놀이터였지만, 최근에 어는 걸 보기 어려워졌다는 지역민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2부에는 ‘기억 속 빛고을 이야기’로 일기에 남긴 날씨와 관련된 소중한 추억, 청포도 할아버지 이야기, 2002년 월드컵 당시의 날씨 등 지역민들의 소중한 기억을 날씨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3부는 ‘광주, 기후변화의 미래’에서는 농업의 변화와 2100년 광주의 겨울, 21세기 광주의 강수량 변화, 미래세대를 위한 기후 행동 등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지역의 미래와 대응에 관한 내용이 수록돼 있다.
해당 책자는 약 80여년의 시간 동안, 광주라는 테두리 안에서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우리 주변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기후와 관련된 사실을 되돌아보고 현재와 미래의 기후변화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작성됐다.
올해에는 본 책자가 광주시동부교육지원청의 2025 융합과학·생태 학급 도서 목록에 선정돼 학생들에게 우리 지역 기후변화의 과학적 이해를 돕는데 활용되기도 했다.
또 매주 수요일에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지역민에게 날씨 에피소드와 기상기후정보를 전달하며 광주의 실질적인 기후변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지난 9월20일에는 광주시교육청과 함께 광주 기후변화 85년사 도서 페스티벌을 개최해 이 책의 주 저자와 함께하는 북 콘서트, 공모전 최우수 수상자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불어 음악과 기후변화 과학을 융합한 달콤기후 버스킹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기후변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기후와 책,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진 특별한 시간을 선사했다.
누군가의 추억 한편이 되기도 하는 매일매일의 날씨는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맑은 날이든 흐린 날이든, 혹은 처음 겪는 날씨일지라도 우리 삶과 분리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이렇게 삶과 함께 쌓인 매일의 날씨는 다시 우리의 기후를 만든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기후감수성’은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우리의 일상과 직결된 현실적인 위협임을 인식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태도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지나온 길을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고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기후 역사서가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지침서가 돼 북극곰이 살 곳이 없어진다는 조금 막연한 기후위기 관념에서 벗어나 내 주변의 이야기로부터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기후위기를 슬기롭게 대응하고 적응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우리가 경험했던 사계절 날씨에 대한 좋은 추억들을 새롭게 자라날 아이들과도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 행동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습관화되길 바란다.
2025.10.29 (수) 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