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바라본 장면…꿈과 희망 이어가는 길"
검색 입력폼
미술

"마음으로 바라본 장면…꿈과 희망 이어가는 길"

■시력장애 극복 첫 사진전 여는 송상훈
입문 10년 만에 첫 개인전 20점 추려 출품 선봬
중도 실명 5년 집에 은둔 후 상상클럽 소속 활동
"아름다운 음악 사진가"…매달 출사 풍경 포착

첫 사진 개인전을 열고 있는 송상훈씨는 “누구에게나 장애는 올 수 있다. 저보다 상황이 안좋은 분들이 더 활달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되는 것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시력장애를 극복하고 사진 작가 활동을 펼치는 이가 있다. (사)대한안마사협회 광주지부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송상훈씨가 그다. 22일 오전 남구 서동 소재 그의 사무실에서 그가 생각하는 사진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송씨는 중도 시력 장애를 앓으면서 시각 장애인이 됐다. 그는 다이아몬드 등을 감별하는 보석감정사가 젊은 날 직업이었다. 30대 후반에는 친구가 도움을 요청해와 건설현장에서 한때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40대 후반에 시력을 잃으면서 그의 삶도 굴곡지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중심시력이 상실된 상태로 노인성 황반변성으로 분류되고 있다. 모든 물체의 중심은 보이지 않고 양옆의 흔적만 흐릿하게 보일 정도다. 사실 그는 시력을 잃을 징후가 보이던 40대 초반 병원에서 1년 정도 치료, 노력을 했지만 호전되지 않아 중중 장애인으로 중도 장애를 입은 경우다.

시력을 잃으면서 5년 동안 집 밖에 나오지 않은 채 은둔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감 때문에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데 맹인으로서 외출 역시 쉽지 않아서다. 그가 사진과 결정적 인연을 맺게 된 때는 2016년이었다. 집에만 있다가 모처럼 밖에 나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때 (사)시각장애인연합회 복지관 김준 사회복지사의 복지관에 나와보라는 권유가 크게 작용했다. 그것이 계기가 돼 (사)시각장애인연합회 시각장애사진 동우회인 ‘상상클럽’과 연이 닿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에 입문하게 된다. 그에게 사진 활동은 매우 불리한 일이었지만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출사를 나가 마음 안팎의 풍경들을 향한 셔터를 누른다.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상상클럽의 매년 사진 단체전에 작품도 꾸준히 출품해 왔다. 그 역시 자신의 삶에 시력 장애라는 위기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사진에 대한 기억은 단편적으로 있었지만 입문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듯하다. 유년기에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카메라를 몰래 가지고 나가 사진을 찍어본 기억은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다.

‘노을’ (Against All Odds)
‘맹종죽’(Open Arms)
그의 사진작품은 풍경이 많다. 보이지 않기에 넓고 크게 찍는 등 광각으로 촬영하는데 집중한다. 그래야 사진을 잘라서라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늘 광각으로 찍기 위해 노력한다. 시력이 보이지 않지만 한달에 한번씩 출사를 거르지 않고 상상클럽 멤버들과 함께 한다. 안마사들의 전반적 업무를 지원하고 양성하는 교육 등 안마협회 사무국장으로 분주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출사는 거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해 그는 본격 사진에 입문한 지 10년째를 맞았다. 10년째를 맞아 그에게는 의미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비움나눔페스티벌 운영위원회가 천주교광주대교구 주최로 매년 이웃사랑과 나눔 실천을 위해 매년 열고 있는 ‘제8회 비움나눔페스티벌’(25∼11.2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일원)의 다채로운 행사 중 하나로 마련된 사진전이 그것. 이 사진전은 송씨의 첫 번째 사진전이자 초대전으로 ‘제8회 비움나눔페스티벌’에 앞서 지난 20일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내 현 갤러리에서 개막됐다. ‘다시 봄’(RE-VIEW)이라는 주제로 오는 11월 2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에는 송씨가 2016년부터 10년 동안 작업해온 사진 20점이 출품돼 선보이고 있다. 작품들에는 음악을 좋아했던 작가가 출품작품들과 어울리는 음악(추천곡)을 한 곡씩 붙여 휴대폰으르 QR코드를 비추면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회를 맞아 송씨는 작가 노트를 통해 그간의 시력없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편, 좌절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자로서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시력을 잃고 처음 마주친 것은 깊은 자기연민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무너져 가는 희망을 불잡을 수 없을 때, 제 안에 남은 것은 절망뿐이었어요. 그러나 언젠가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를 학대하는 연민 대신, 살아 있음을 선택하기로 했죠. 그 선택이 저를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만들었습니다. 사진은 제게 또 다른 빛이 됐구요.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마음으로 바라본 장면을 담아내는 과정은 꿈과 희망을 이어가는 길이었습니다. 그 길 위에서 만난 분들의 손길, 그리고 함께 하는 동료와 봉사자들의 따뜻한 격려가 있었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직선과 곡선의 만남’(Power of love)
‘힐링의 공간’(Kokomo)
송 작가는 그롭전에 15회 참여했으며 천주교광주대교구사진대전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다. 현재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을 비롯해 대한안마사협회 사무국장, 다솜복지회 운영위원, 한마음자립생활센터 운영위원, 천주교광주대교구사진가회 재무, 광주장애인라디오제작단 회원, 시각장애인복지관 상상클럽 출사위원 등에 소속돼 있다. 이처럼 사진작가로서 다양한 이력과 경험을 축적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눈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진을 찍는 이유로 ‘시간을 기록한다’는 생각을 꼽았다. 가령 어머니 사진은 계속 마음에 꿈틀대며 남아 있는 이치와 같다는 설명도 했다. 그 순간 순간 메모한다는 신념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고 한다.

또 그는 앞서 언급했듯 시력을 잃고 5년 동안 집에 머무르고 있을 때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귀띔한다. 시각장애우들이 청각이 굉장히 발달한다는 말을 잊지 않은 그는 이런 요인으로 작품마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를 생각해낼 수 있는 배경이 된 것으로 읽혔다. 아울러 그는 자신보다 장애의 정도가 훨씬 심한데도 탁구도 치고, 활달하게 활동하는 분들을 봤는데, 그들을 보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그분들처럼 활달하게 활동해야겠다는 마음도 다져나갈 수 있었다. 그들을 보고 동기부여가 됐다고 첨언했다. 그에게 사진은 삶의 에너지와 행복감을 충만하게 안겨주는 원동력으로 이해됐다. 이와함께 시각장애 사진작가들의 활동을 위해 지원부분이 확실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올해는 그것이 없어 회원들이 각출해 전시를 열어야 할 것 같다는 고민의 행간도 드러냈다.

“누구에게나 장애는 올 수 있죠. 누군가를 끌어줄 수 있는 동기를 안겨주고 싶어요.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저보다 상황이 안좋은 분들이 더 활달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되는 것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싶습니다. 특히 사진은 제게 즐거움과 행복입니다. 셔터 소리 그 자체만 들어도 즐겁구요. 무언가가 차곡차곡 마음 안팎에 쌓여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내 갤러리 현에서 열리고 있는 송상훈씨의 첫번째 사진전.
마지막으로 조규주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교학차장(신부)은 송 작가에 대해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작가다. 희뿌연하게 정체를 알 수 없는 게 대다수인 작가는 음악과 함께 들려오는 세상을 감각으로 받아들인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을 아름답게 어루만지는 작가다. 모든 사물이 음악으로 들리고 보이는, 아름다운 음악의 사진작가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