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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을 베어먹은 늑대’ |
2022년 펴낸 첫 동시집 ‘민들레 편지’에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시인은 아이들의 꿈과 일상을 고스란히 담아낸 반면, 제목부터 감각적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이번 동시집에는 교장으로 지난해 2월 정년 퇴임한 후 바라본 세상 풍경과 평생 교단에서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온 만큼 그 시절의 소중한 기억들을 꺼내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로 터벅터벅 걸어들어간다. 그냥 무심한 척 하면서 아무런 말없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들어간 시인에게서 아이들에 대한 그윽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시편들은 그가 교단을 떠난 후 펴낸 첫번째 작품집이다보니 그 어느 때보다 시간적인 여유를 통해 얻은 사색의 자유를 한껏 깊어진 시적 촉수로 풀어내고 있다. 이를테면 ‘바다 세탁기’는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시인은 ‘정말 세상에서/가장 큰 세탁기 한 대/ 누군가 자동 버튼을 눌렀나.//비비고 돌리고 문지르고/주무를 때마다/비누 거품 같은 흰 파도가/거세게 밀려온다//드디어 빨래 시간이 다 되어/전원이 꺼진 바다 세탁기//잔잔한 수평선에/감청색 옷 한 벌/탈탈 털어놓았다’고 노래한다. 그의 한층 더 깊어진 시적 관찰과 서정의 시각이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이번 동시집은 ‘바다 세탁기’와 ‘다 먹었다’, ‘운동장의 품’, ‘두리둥실’ 등 제4부로 구성됐으며, 분주한 일상 틈틈이 동심을 어루만져온 작품 50편이 수록됐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오늘도 여기저기에 예쁜 동시들이 장난치며 놀고 그 동시를 잡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면서 “더불어 맑고 아름다운 동시 같은 세상을 그려보며 깊은 꿈을 꿔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교육자 출신인 이상인 시인은 전남 담양 출생으로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에 시가,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에 동시가 각각 당선돼 등단, 시집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툭, 건드려 주었다’, ‘UFO 소나무’, ‘연둣빛 치어들’, ‘해변주점’, 첫 동시집 ‘민들레 편지’ 등 다수를 출간했다. 송순문학상과 우송문학상을 수상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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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0 (월) 2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