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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8시께 전남 목포 죽교동에 위치한 신안비치호텔.
이곳은 전날 제주에서 목포를 향하는 여객선에 탑승했다가 전남 신안 해상에서 좌초, 구조된 승객들을 위해 마련된 임시 숙소 두 곳 중 하나다.
육지로 나온 지 하루가 지났지만 이들은 아직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사고 당시 느꼈던 공포와 무사히 육지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탓에 지친 기색에 역력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아직도 심장이 뛴다’, ‘그래도 멀쩡히 육지를 밟을 수 있어 다행이다’ 등의 심경을 털어놨다.
이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아침 해가 뜬 모습을 보고서야 긴장이 풀리는 지 잠시 자리에 주저앉는 이들도 있었다. 한 중년 여성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아찔했던 지난 밤 기억을 전달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 70대 남성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공포감을 호소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면서 “몸이 넘어질 정도로 충격이 컸다. ‘쿵’ 소리가 난 후에는 정신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승객들은 호텔 앞에 대기하고 있던 관광버스에 올라 10여 분간 이동해 삼학부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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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학부두에는 사고 선박이 정박해 있었고, 선내 주차장에는 선적했던 차량 110여 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선박은 이날 오전 5시44분께 자력으로 입항했지만, 오른쪽 선수에는 사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부두에 도착한 승객들은 하나둘씩 자신의 차량 상태를 확인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인과 함께 제주를 찾았던 40대 김모씨는 “객실에서 쉬고 있던 중 ‘쿵’ 하는 소리에 많이 놀랐다. 선박이 섬 위로 올라탄 느낌이었다”며 사고 당시 긴장과 공포를 되새겼다.
이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인들을 찾아다녔다”면서 “세월호 사고를 접했던 만큼 무서움이 밀려왔다. 아직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제주에서 과일 등 물류를 운반하는 화물차주들이었다.
50대 화물차주 김희철씨는 사고 후 차량 짐칸을 확인하며 한숨을 연거푸 내쉬었다. 차곡차곡 쌓아둔 과일 상자들이 사고 여파로 뒤죽박죽 무너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화물을 확인하는데 한숨만 나왔다. 언제 정리해서 운반해야 할지 답답하다”면서도 “상품에는 큰 문제가 없어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한편, 전날 오후 4시45분 제주에서 승객 246명, 승무원 21명 등 총 267명을 태우고 목포를 향해 출발한 퀸제누비아2호는 같은 날 오후 8시16분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인 족도 위에 선체가 절반가량 올라서며 좌초했다.
좌초 당시 충격으로 통증을 호소한 승객 30명이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으며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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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전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서 해경과 국과수가 2만6000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에 대한 감식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267명을 태우고 목포로 향하던 퀸제누비아2호는 전날 신안군 장산면에 있는 족도(무인도)에 좌초됐다. 중대한 인명피해 없이 탑승 267명 전원 구조됐다. 해경은 선장 등 3명을 입건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연합뉴스 |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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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0 (목) 20: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