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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lie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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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딜 곳’ |
지난 2022년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의 개인전 이후 3년만의 전시인 이번 개인전은 ‘밤을 딛고, 켜켜이’라는 타이틀로 작가의 가장 최근 작업이 이뤄진 회화와 함께 설치작품 2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최근 작업은 ‘돌’이라는 존재에 집중돼 있다. 작가에게 돌은 인간과 시간을 넘어,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보편적 상징이자 믿음의 대상이다. 산과 마을의 성황당에 쌓인 돌탑, 절벽에 새겨진 마애불, 불상을 새기는 불교적 행위 등은 시대와 종교를 넘어 인간이 마음속 염원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읽힌다. 작가는 산을 거닐며 방문객들이 서로 말하지 않아도 하나 둘씩 돌탑을 쌓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돌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돌은 단순히 놓이는 물체가 아니다. 빛과 바람, 비 등 자연적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천년, 이천 년에 걸쳐 깎이고 닳으며 둥글게 변형되는 과정속에서, 인간의 생애와 비교할 수 없는 시간성을 지니는데 작가는 이런 돌의 시간성과 형태, 균형을 화면 위로 옮겨, 불안과 취약함 속에서도 삶을 살아가는 태도, 즉 믿음을 시각화했다. 돌과 함께 등장하는 ‘작은 집’은 작가 자신을 상징한다. 작은 집은 돌과 관계를 맺기도 하고 잠시 떨어지기도 하면서 화면 속 존재로 나타난다. 작가는 돌이라는 영겁의 시간을 보낸 자연물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 ‘나’를 발견하며, 하루하루 불안을 믿음으로 바꾸는 과정을 반복한다. 작은 집은 거대한 돌을 지탱하거나, 돌 안에 숨으며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예술가로서의 염원을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돌과 집, 그리고 자연물이 이루는 관계는 단순한 객체의 집합이 아니라, 서로의 과정과 시간을 존중하며 만들어진 하나의 생태계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 ‘밤을 딛고, 켜켜이’는 이런 믿음과 태도가 화면 위 돌에 켜켜이 쌓임으로 드러나는 순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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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한 믿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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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약하고 무른, 때때로 무거운’ |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회화작품과 더불어 설치작품도 선보인다. 전시장 한 켠 작은 방에 한지로 감싼 커다란 돌탑을 만들어놓았으며, 작은 돌들을 관객이 직접 쌓아볼 수 있도록 했다.
고윤정 디렉터(플로우 앤 비트 디렉터)는 전시서문을 통해 “작가의 불안은 예술가로서의 하루하루에 대한 태도를 낳고, 그 태도는 다시 작가의 예술가적 신념으로 변환되며, 관객은 그렇게 쌓인 돌을 보며 다시 자신의 안녕과 기원을 그림에 담게 된다. 하나의 정갈한 톤으로 단단하게 쌓여가는 윤준영의 감각이 관객에게 긍정의 톤으로 닿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말했다.
윤 작가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너무 많은 소리와 질문들 속에서 살아간다. 그 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헤매면서 살아가는데, 나 자신을 믿음으로서 바위 위에 지은 집처럼 무너지지 않고 단단히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과 다짐을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림에 담은 나의 바람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준영 작가는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으며, 하정웅청년작가 초대전 선정, 광주비엔날레 광주파빌리온 참여,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등 전시에 참여했다.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신진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부터 국내외 아트페어를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과 전남도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한편 전시 기간 중인 지난 4일에는 광주비엔날레의 GB작가탐방도 성황리 진행됐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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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8 (월) 2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