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창작세계를 뒤흔든 AI와 인간 창작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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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세평]창작세계를 뒤흔든 AI와 인간 창작의 경계

김홍석 G-Kunst연구소장

김홍석 G-Kunst연구소장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삶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며 단순한 계산 도구를 넘어 창작의 영역까지 넘나들고 있다.

몇 번의 명령어와 클릭만으로 시와 소설이 생성되고 음악이 작곡되며 회화 작품까지 즉시 탄생하는 시대가 됐다. 이는 기술이 열어준 새로운 가능성이지만 동시에 예술의 본질과 창작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최근 광주·전남지역에서 열린 여러 행사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던져줬다.

광주·전남 혁신도시에서는 문화기관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AI와 예술의 미래’ 포럼이 열려 AI 시대의 창작 생태계와 윤리적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창작자와 기관 관계자들은 “AI가 예술을 대체할 것인가”라는 단순한 논쟁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창작 규범과 협업 구조”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질문을 나눴다고 한다.

또, 광주디자인비엔날레 AI관에서 AI가 작곡한 음악을 성악가가 무대 위에서 함께 연주하는 협업 공연과 AI가 작곡한 음악을 내벗소리민족예술단의 공연을 통해 시도됐다.

AI가 만든 선율 위에 인간의 감정과 호흡이 더해져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경험이 탄생한 이 장면은 기술과 예술의 만남이 단순한 모방이나 대체가 아닌 새로운 창조의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러한 형태의 창작적 접근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은 비단 광주만의 이야기가 아닌 전국에서 AI 창작 논의가 활발하다. 대학과 미술관, 공연장 곳곳에서 AI를 활용한 전시가 이어지고 있으며 AI 화가가 생성한 작품을 경매에 내놓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해양·영상 산업과 연계한 AI 기반 실감 콘텐츠 전시가 열리며 ‘지역 정체성 + AI 예술’이라는 또 다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적으로 AI는 이제 ‘새로운 창작 파트너’ 혹은 ‘창작 실험의 장’을 열어주는 도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확산될수록 AI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저작권법은 원칙적으로 인간의 창작성을 보호한다.

하지만 AI는 감정이나 의도를 갖지 않고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패턴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든다.

그렇다면 AI가 생성한 작품의 저작자는 누구인가? 이를 지시한 인간인가, 아니면 알고리즘을 개발한 주체인가? 이런 주제의 포럼에서 이 질문은 핵심적인 쟁점이다.

AI가 거의 완성도를 갖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인간은 소폭의 편집만 한다면 이를 ‘인간의 창작’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앞으로의 법·정책 개편에서 정리해야할 부분이다.

예술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예술은 단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 의도, 감정의 집합체이다. AI가 만든 시와 음악, 그림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그것은 ‘데이터의 패턴 조합’이라는 구조에서 시작된다.

반면 인간의 예술은 경험, 내적 갈등, 감정의 흔적이 쌓여 빚어낸다. 비엔날레에서 AI 음악을 인간 성악가가 해석해 불렀을 때 감동이 생긴 이유 역시 결국 그 안에 인간의 숨결이 함께 존재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 평가에서 불거진 AI 부정행위 논란도 이 논의와 맞닿아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논술형 답안을 작성한 사례는 평가 방식 전체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대학이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정답이 아니라 사고력·분석력·창의력이다.

그러나 AI는 이미 이 영역에서조차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교육은 어떤 기준으로 ‘인간의 역량’과 ‘AI의 기여’를 분리해 평가해야 할까? 완전 배제도, 무제한 허용도 불가능한 딜레마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예술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AI에 명령을 주고, AI가 초안을 만들고, 다시 인간이 이를 다듬는 방식은 창작의 새로운 표준이 돼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주체가 누구인지, 기여도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저작권은 어떻게 귀속될 것인지 하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결국 우리는 ‘순수창작’이라는 오래된 개념을 넘어서, ‘인간-AI 협업 창작’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 활용이 아니라 ‘AI 시대의 창작 윤리’의 정립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AI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비판적 활용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예술계에서는 AI를 도구로 활용하되 예술가의 해석·감정·의도를 중심에 두는 새로운 창작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정책 영역에서는 AI 학습 데이터, 저작권 귀속, 창작자 보호 체계 등을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

AI는 지금 우리에게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왜 창작하는가?” 기계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 창조의 고통, 깨달음의 순간은 결코 대체할 수 없다.

기술의 시대일수록 인간다움의 가치는 더욱 선명해진다. 그 질문에 답하는 일 ? 그것은 여전히 우리 인간의 몫이 아닐까. 이 시대에 정신과 기술을 언급한 “기술은 인간에 도전하고 인간은 기술에 영혼을 불어넣는다”는 말이 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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