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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
이 무렵 어릴 때 방안에 피워 놓은 화롯불이 생각난다. 나는 화롯불로 인해 고생을 많이 했다. 화롯불에 오른손을 데여 지금도 손가락 4개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화상을 입은 내가 손의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너무 보채 어머니는 나를 어르느라 잠시도 방안에 있지 못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나는 할아버지와 한 방을 쓰며 생활했다. 장손에 장남이라는 이유로 할아버지와 겸상도 했다.
16년을 그렇게 보냈다. 할아버지와 보낸 시간은 내게 다양한 경험을 선물했다.
그 중 한 가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마음을 갖게 한 것이었다. 우리 동네에 보따리 상인들이 물건을 팔러 오면 할아버지는 그냥 보내는 법이 없었다. 오지이기도 하고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라 우리 마을에서 다음 마을로 이동 하기에 애매할 경우가 많았다. 할아버지는 그 때 마다 그 상인들을 사랑채에 채우고 식사를 대접해 보냈다.
나는 한 때 어느 종교공동체에서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경험한 일들과 사람들이 지금도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수줍고 내성적이었던 나를 적극적이고 리더십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함께 생활했던 몇명은 지금도 형제로 지내고 있다.
우리나라 가구 중에 1인 가구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필요한 경험이 결핍할 가능성이 그만큼 큰 것이다. 친구가 없는 삶, 고립의 삶, 디지털 누에고치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계층이나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받아 무의식적으로 사고방식, 성향, 행동양식을 학습한다. 이를 아비투스라고 한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피에르 브르디외가 만든 개념이다. 아비투스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아비투스는 계층의 흔적이기도 하다. 이 아비투스는 대부분 습관처럼 보이지만 생각 이전에 불쑥 튀어 나온다. 환경이 바뀌고 의식적인 노력에 의해 변화시킬 수 있다. 지식을 쌓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가치관이나 행동을 학습하면 아비투스는 바뀐다.
광산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년온가가 미취업청년들의 아비투스를 바꾸기 위한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취업청년들은 부모와 동거를 하면서 다양한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미취업청년들은 부모의 따가운 시선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과 불편감은 물론이고 반복적인 취업 실패로 인한 부정적인 자아개념을 가지게 된다. 어떤 미취업청년은 부모와 마찰이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장기간 카페를 전전하면서 생활을 하다보니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경험을 함변서 취업을 포기하려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청년온가는 겨울에 화롯불을 마주하며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생활공동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심사 후에 입주가 결정되면 20여명의 미취업청년들이 공동으로 생활을 한다. 물론 주거비는 무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기관리, 정저안정과 심리안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대인관계 증진과 생활안정을 위한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전문적인 진로탐색과 자기계발, 직업훈련을 병행함으로써 생애설계 관점에서 취업역량 강화를 돕고 있다.
벌써 5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청년온가에서 공동체생활을 하고 있는 미취업청년들은 새로운 아비투스를 만들어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잦은 취업 실패로 인해 취업의욕과 삶의 의욕을 잃고 지쳐갈 때 손을 내밀어 준 공동체가 있다는 것,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등불처럼 자신의 삶을 을 안내해 준 청년온가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며 배운 것들을 건강하고 선한 영향력으로 사회에 다시 환원하겠다는 아비투스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사랑과 이타성의 아비투스가 그들의 삶으로 증명되기를 기대한다.
2025.11.05 (수) 2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