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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정환 전남도의원 |
더 큰 문제는 청년들의 지속적인 이탈이다. 지난 20년 동안 광주·전남에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인구는 약 22만 명, 매년 1만여 명에 달하는 2030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짐을 싼다는 이야기이다. 더욱이 통계청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전남의 고령화율은 27.4%로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이다.
우리는 그동안 청년을 붙잡기 위해 ‘살 집’을 주고 ‘지원금’을 쥐여주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정작 청년들이 떠나는 진짜 이유는 ‘여기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책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머무를 공간이 아니라,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농촌 창업’의 무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
왜 하필 농촌 창업인가. 요즘 청년들이 원하는 삶의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24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영농정착지원사업의 지원대상자 선정 결과를 보면 흥미로운 수치가 있다. 선정된 청년의 79.9%가 농업계 학교를 나오지 않은 ‘비농업계’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들은 단순히 흙을 만지러 나온 것이 아니다. 농업에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기술,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러 오는 것이다. 전남의 농촌은 이들에게 힘든 노동의 현장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창업 기지’다. 학계 연구들도 청년 유입을 위해서는 단순 고용보다 지역 자원을 활용한 창업 지원이 지역 정착률을 훨씬 높인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전남 곳곳에서 변화의 바람을 타고 성공한 ‘청년 사장님’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의 ‘로컬픽(Local Pick)’ 사업을 통해 발굴된 34개 팀은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곡성의 ‘미실란’은 쌀을 단순히 밥 짓는 곡물이 아닌, 유기농 가공식품과 카페 문화로 재해석해 사람들이 찾아오게 했고, 담양의 ‘뮤지움재희’는 지역의 대나무를 활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아트 슈즈를 만들어냈다. 이들에게 전남의 흙과 바람은 촌스러운 시골 풍경이 아니라, 서울의 빌딩 숲에는 없는 강력한 자산이자 차별화된 브랜드의 원천이다.
일각에서는 청년 창업 지원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의 생존율이 낮다는 통계를 근거로 예산 낭비를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창업이 가져올 지역 경제의 파급 효과를 간과한 시각이다.
청년 가게 하나가 성공하면, 그 지역의 농산물이 팔리고(농가 소득 증대), 그 가게를 찾기 위해 관광객이 방문하며(생활 인구 유입), 주변 상권이 함께 살아난다(골목 경제 활성화), 즉, 청년 창업 지원은 소모성 복지 비용이 아니라, 전남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한 가장 확실한 ‘R&D 투자’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전남은 두 가지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첫째, ‘실패 안전망’ 구축이다. 융자 중심의 지원을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여, 청년들이 빚 걱정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다. 농촌의 빈집과 특산물을 활용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낡은 규제에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이 치열한 경쟁으로 붉게 물든 ‘레드 오션’이라면, 전남은 청년의 상상력으로 무엇이든 채울 수 있는 ‘블루 오션’이다. 전남은 더 이상 소외된 시골이 아니라, 청년 브랜드의 시작이자, 가장 경쟁력 있는 ‘본사’가 될 준비를 마쳤다. 기회는 언제나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있다.
2025.12.15 (월) 2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