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스타트업] ㈜그리너랩
검색 입력폼
경제특집

[떠오르는 스타트업] ㈜그리너랩

AI로 나무 건강이력 분석…녹지 관리 ‘새 기준’ 되다
전자의무기록 ‘TreeAiD’ 개발, 병해충 등 50종 분석
산림청 가이드라인 적용…재해 대응 예측 등 고도화
"국가 단위 도시림·농업 EMR 표준 모델 구축 목표"

손채현 ㈜그리너랩 대표
사람이 아프면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약사에게 약을 처방받듯 나무도 아프면 치료를 받는다. 수목의 피해를 진단·처방하고 그 피해를 예방·치료하는 나무의사는 외부 출장이 잦고 혼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현장 조사 후 사무실로 복귀해 매번 질병, 농약 관련 사이트를 띄우며 상태를 분석하고 사진, 정보 등을 수기로 직접 기록하는 등 단편적 관리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장 수목의 상태를 진단하고 데이터를 디지털로 기록·관리하는 수목 관리 전문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이 광주 북구 용봉동에 위치한 ㈜그리너랩(대표 손채현)이다.

손채현 대표(33·여)는 나무의 생애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전자의무기록(EMR)을 활용해 병해충, 스트레스, 생육 패턴을 과학적으로 모델링함으로써 도시 녹지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전자의무기록 플랫폼을 개발하며 수목 관리·진료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2023년 2월 창업한 그리너랩(Greener Lab)은 ‘도시 녹지를 데이터로 연구하고 해결하는 데이터 실험실(Data Lab)’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너랩이 지난해 대전에서 나무의사협회와 간담회를 진행하며 AI 기반 수목 전자의무기록 ‘TreeAiD(트리에이드)’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너랩이 보유한 핵심 플랫폼은 AI 기반 수목 전자의무기록 ‘TreeAiD(트리에이드)’로, 산림보호법에 의한 진단 기록과 사진 등록, AI 분석, 문서 생성을 한다.

손 대표는 “37년 경력 나무의사(식물의사)인 아버지를 보며 ‘나무도 사람처럼 건강기록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자연스럽게 느꼈다”며 “나무를 관리하는 전문 프로그램이 없었다. 현장에서 수목을 본 뒤 사무실로 복귀해 늦은 시간까지 서류를 작성하고 나무 소유주에 전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창업배경을 설명했다.

트리에이드는 AI 기반 ‘나무 EMR’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장소에 상관없이 수목 진단부터 문서 작성까지 전 과정을 PC, 모바일, 태블릿에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특히 50만건 이상의 임상 수목 데이터를 학습한 AI 진단을 통해 나무의사가 병해충·수분 스트레스·영양 불균형 등 50종 이상의 생육 문제를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진단서, 처방전, 보고서 등 산림청 가이드라인에 따른 표준 문서가 자동으로 생성돼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데이터 기반의 사후 분석 및 예측 모델 구축에도 활용할 수 있다.

손 대표는 “기존 수목진료는 현장에서 수목 크기, 토양상태 등 20개 이상의 측정항목을 수기로 작성해야 했다”며 “트리에이드는 현장에서 필수 항목을 모바일·태블릿에 즉시 입력할 수 있도록 구조화 했다”고 말했다.



그리너랩의 한 직원이 산불 피해지역을 찾아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해 수목을 확인하는 모습.
그리너랩 직원들이 플랫폼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


플랫폼이 나왔지만 기존 방식으로 일한 나무의사들의 이목을 끌기는 어려웠다. 손 대표는 나무의사협회를 비롯해 나무의사를 만나며 세미나, 직무·경영교육을 통해 플랫폼 알리기에 나섰다. 실제로 이용해본 나무의사들은 플랫폼 도입 이후 작업 시간 단축, 운영비 절감 등 효과가 크다며 높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트리에이드의 한국 나무병원 시장 점유율은 11.2%(2024년 9월 기준)다.

회사는 사업 범위를 넓혀 인천항만공사,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에서 센서를 활용한 염도·습도·온도 데이터 실시간 수집, 항만 지역 맞춤형 친환경·탄소중립 녹지관리 모델 구축, 스마트시티 녹지 인프라 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을 맡고 있다.

또 지난 3월 발생한 경주시 외동읍·울산 온양읍 고속도로 인근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한 산불 피해 수목의 상태를 진단하고 데이터를 디지털로 기록·관리하고 있다.

회사는 AI 기반 진단 및 처방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산불과 병해충 등 유사 재해 대응을 위한 예측 모델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너랩은 지난달 19~20일 핀란드에서 열린 북유럽 최대 딥테크 행사 슬러쉬(SLUSH) 2025 경연 프로그램 ‘딥테크 배틀(DeepTech Battle)’에서 Top 3에 이름을 올렸고 스위스 국가 혁신기관 Switzerland Innovation의 공식 파트너로 선정됐다.

이 같은 성공 배경에는 전문성과 연구개발이 있다.

손 대표를 포함한 직원 7명 모두 전문성을 가진 베테랑이다. 30여년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 나무의사와 수목 EMR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함께 열어보겠다는 비전에 공감한 전 마이크로소프트 임원, 엔지니어, 디자이너, 연구자 등이 있다. ‘수목데이터기반 도시녹지 탄소흡수량 실시간 산정 및 배출권 지원시스템’ 등 특허출원 9건, 특허등록 3건, 상표출원 3개도 보유했다.

회사의 최종 목표는 ‘세계 도시와 농업의 녹지 관리 표준’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럽(스위스·핀란드·독일)을 시작으로 TreeAiD EMR을 본격 적용하고 아프리카(케냐·남아공), 아시아(말레이시아·몽골) 등과 함께 국가 단위의 도시림·농업 EMR 표준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손채현 그리너랩 대표는 “전 세계가 기후·환경·산불·병해충 등 문제를 겪고 있다”며 “단순 녹지 관리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도시에 존재하는 모든 나무와 자연 데이터를 정밀하게 기록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발견·예측·실험·해결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안에 TreeAiD를 전 세계 도시와 농업의 기본 인프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나무의 건강기록이 사람의 의료기록처럼 당연해지는 시대, 한국에서 만들어진 기술이 세계의 녹지와 생태계를 지키는 표준이 되도록 계속 도전할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