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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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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관희 시인 |
이번 시집은 지난 2022년 ‘사랑 1그램’을 펴낸 후 3년여만에 출간한 것이다.
앞전 펴낸 시집 ‘사랑 1그램’이 한층 농익은 시선으로 자연에 깃든 삶의 무늬를 섬세하고 온기 어린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는 한편, 시집 곳곳에는 삶과 자연의 경계에서 건져 올린 문장들이 구사됐는데 자연을 고스란히 닮아 있다. 이에 반해 이번 시집은 읽을수록 마음이 고요해지고 따스해지며 세상에 대한 경건함, 나 아닌 타자에 대한 배려가 넘친다는 설명이다. 시 안에서 읽히는 그 경건함은 물론이고 배려는 낮은 자세로 자신의 욕망을 비우려는 자세에서 오는 동시에 각박한 세상, 일상에 쫓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안을 안겨주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시집의 제목이 된 ‘그림자 속에 숨겨 두었다’는 삶의 근원 혹은 본질에 대한 비유로 읽힌다. 허상 속에 실상을 잠시 비켜 세워 둔 것이다. 그 실상은 쉽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늘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는 존재다. 결코 드러내지 않지만 본질에 대한 망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치 수도자처럼 현실에서 한발짝 비켜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 자체를 망각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현실을 더 세밀하게 조망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아울러 꽃잎의 화려함보다도 꽃과 나무라는 존재의 근원을 파고드는 직관은 시적 대상을 ‘나’를 통해 바라보지 않고 ‘너’ 자체로 인지하려는 낮은 자세에서 왔다. 이러한 태도는 태생적으로 시인의 품성에서 비롯됐겠지만, 살아오면서 겪은 낮은 자리의 경험과 깨달음에서 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시인은 ‘나무와 꽃이/잡고 있던 손을 놓는 순간이//꽃에게는/가장 긴 시간이다//꽃의 일생이 몰려 있다’(‘낙화의 순간’)고 노래한다.
종소리의 근원과 궁극은 “사랑이었다”, 그러니까 홍 시인의 시는 한마디로 사랑 노래라 할 수 있다. 낮아지고 배려하고 헌신하며 근원과 궁극의 이치에 닿고자 하는 수도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가 다니는 남평성당 신부님의 강론에서 얻은 시 ‘생각의 끝 너머가 기도이다’는 제목만으로도 수도자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를테면 ‘생각의 끝 너머가 기도이다’에서 시인은 ‘성당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생각의 끝 너머로 들어가서/오래도록 나오지 않을 때는/자기 안에 있는 그 어떤 세계도/기도로 바뀌지 않는 게 없다’읊고 있는데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오늘도 시인은 한없이 낮아지면서 강을 건넌다. 그가 강을 건너는 것은 ‘너를 닮은 꽃’이 강 너머에 있기 때문이고, 오늘도 내일도 강을 건너는 것은 건너고 또 건너도 ‘너’는 강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강을 건너기 전에는/강은 한 번만 건너는 것인 줄 알았다//너를 닮은 꽃은 언제나/강 너머에 있었다’(‘너를 닮은 꽃’)고 인식한다.
이번 시집은 ‘너를 닮은 꽃은 언제나 강 너머에 있었다’를 비롯해 ‘누구는 종소리를 쇳소리로만 듣고 누구는 말로도 들었다’, ‘여기에서도 그곳을 살았다’, ‘내일이 되어도 모레가 되어도 집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등 제4부로 구성, 일상 틈틈이 창작해온 시 70여편이 실렸다.
홍관희 시인은 광주 광산 출생으로 1982년 ‘한국시학’으로 등단, ‘녹색 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첫 시집 ‘우리는 핵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를 펴낸 이후 지금까지 ‘그대 가슴 부르고 싶다’, ‘홀로 무엇을 하리’,‘사랑 1그램’을 펴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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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8 (일) 04: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