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들은 사실 생기와 탄력을 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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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

"비밀들은 사실 생기와 탄력을 주거든요"

조성국 동시집 ‘들키고 싶은 비밀’ 출간
제4부 구성…톡톡 넘치는 ‘동심’ 발현도

‘들키고 싶은 비밀’(상상 刊)
조성국 시인
시와 동시에 주력하고 있는 광주 출생 조성국 시인의 동시집 ‘들키고 싶은 비밀’(상상 刊)이 최근 나왔다. 시인은 표제시에서 밝혔듯 사는 것이 ‘유리창에 쓴 낙서들이 점점 드러나’는 일인 것처럼 비밀을 숨기지 않고 누군가에 들켜서라도 소통하며 온기가 살아있는 세상을 꿈꾼다.

더욱이 천진난만한 동심이 훼손돼 가는 요즘, 시인은 ‘얼굴 화끈 달아오르며 말 못 했던 하트 표시는 그냥 놔두었다’고 한다. 상대가 좀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마음이 가는 통로가 막힌 세상살이의 우회적 바람으로 드러낸 듯 싶다.

시인의 말에서 “비밀을 들키기 위해 떠들어 댔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이 비밀은 굳이 감추기 위해라기보다 드러내서 모든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희망회로의 발동으로 읽힌다. 시인이 간직한 비밀은 모두 삶의 생기이자 탄력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인에게 이는 기존 관념의 벽을 허무는 작업일 지 모른다.

아동문학가 권영상씨(전 한국동시문학회 회장)는 추천사를 통해 “현실이 아프고 고단해도 조성국 시인의 동시는 다른 한쪽에서 웃음을 준비한다. 그의 동시는 통념에 사로잡혀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벽을 허무는 작업”이라고 밝힌 것이 이를 뒷빋침한다.

동시 ‘연필과 볼펜’을 통해서는 어린이와 어른을 대별해서 시적 형상화를 이루고 있다. 시인이 이 시편을 통해 어린이는 자주 고쳐야 할 삶이고, 어른은 틀려도 고칠 수 없는 삶으로 비교, 접근하고 있는 시인의 발상이 유쾌하다는 생각이다. 세대에 따라 연필을 쓰는 이유와 볼펜을 쓰는 이유가 간결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또다른 동시 ‘갯벌 체험’에서는 갯벌의 특성을 삶에 비유, 시인의 시심을 추측 가능하게 만든다. ‘오른발을 떼면 왼발이 푹 빠지고 왼발을 떼면 오른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 복잡한 우리네 삶의 단면을 드러낸다. 세상이 온통 질퍽한 공간이라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한 두번 빠져봤을 노릇이다. 시인은 ‘천천히 배를 깔고 기어가야’ 겨우 수렁같은 형국으로부터 벗어나는 만큼 사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 마음만큼 간단치 않다는 것으로 시적 형상화를 통해 보여준다.

이번 동시집에는 삶의 다양한 모습이 녹아 있는 웃픈 동시편들도 수록, 눈길을 붙잡는다.

‘보호색 공부’를 비롯해 ‘책 읽는 햇볕’, ‘나 이번 주말 바닷가에 간 이유’,‘연필과 볼펜’ 등 제4부로 구성됐으며, 분주한 일상 틈틈이 창작해온 동시 45편이 실렸다.

시인은 자서를 통해 “숨바꼭질하듯 내 마음 속에 숨은 어린이를 찾아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생활을 유쾌하게 뒤틀고 뒤집는 상상을, 정겨운 심술보와 막무가내 호기심을, 누구와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줘서 거듭 고맙다. 실은 일부러 들키고 싶었다. 비밀을 들키기 위해 떠들어 댔다. ‘들키고 싶은 그런 비밀들은 사실 저에게 생기와 탄력을 주는. 맨 처음 생동하는 힘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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